영실업이 레트로봇과 만든 애니메이션 ‘바이클론즈’는 성인 시청자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2 완구업체 손오공은 10월 2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터닝메카드 2015 테이머 챔피언십’을 성황리에 마쳤다. 행사에 앞서 5주간 매주 월요일마다 미취학 아동, 초등학생 리그 참가자 400명 씩 총 2000명을 모집했는데, 5일 미취학 아동 리그 참가 신청 당시 3분 만에 200명 정원이 마감되기도 했다. ‘터닝메카드’는 손오공 관계사 초이락컨텐츠팩토리가 개발하고 손오공이 유통을 맡은 콘텐츠로 애니메이션, 게임, 트레이딩카드게임(TCG), 완구 등 다양한 형태가 융합된 원 소스 멀티유스 콘텐츠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과 부모들로부터 요청이 쇄도하자 손오공 측은 추가 모집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2400명 아이들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손오공은 앞으로도 크고 작은 오프라인대회를 열 예정이다.
국내 완구시장 규모는 1조2000억 원대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과거보다 아이들 수가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매출 규모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한 자녀 가구가 많아질수록 아이에게 쏟는 정성과 관심도 더 커지고 있다. 놀이·교육완구가 아이 성장과 발육에 도움이 된다 보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10월 주최한 완구 박람회 ‘2015 서울 토이·게임쇼’에 37개 업체가 참여해 다양한 완구를 선보였는데 아이들만큼이나 부모들 호응도 컸다”고 말했다.
눈 높아진 소비자, 질 좋아진 콘텐츠
이제 아이들은 ‘아무거나’ 사준다고 갖고 노는 게 아니라 ‘특정 제품’을 사달라고 요구한다. 이 때문에 부모는 지갑을 열 때 더욱 신중하게 생각한다. 눈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완구 판매의 수단이던 애니메이션이 줄거리와 캐릭터 감정선에 공을 들이고, 완구를 매개로 한 뮤지컬, 게임, 전시, 오프라인대회나 테마파크 등이 만들어지는 이유다.
손오공은 ‘터닝메카드’가 선전해 올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적자에 시달렸으나 올해 상반기 매출 456억 원, 영업이익 41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터닝메카드’는 9월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작동·조립완구 1위, 캐릭터완구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완구만큼이나 높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인기도 한몫했다. 손오공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자동차와 카드, 로봇을 결합한 ‘터닝메카드’는 구상 단계부터 완구와 애니메이션을 함께 기획한 콘텐츠로, 완구 캐릭터와 요소를 이용해 모바일게임으로의 연동도 시도했다”고 말했다.
영실업이 ‘시크릿 쥬쥬’ 어린이 팬과 가족을 대상으로 연 ‘시크릿 파티’ 현장(왼쪽). 손오공은 ‘터닝메카드’의 치솟는 인기 덕에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소한 1년 전부터 출시할 완구 라인업을 정하고, 그에 맞춰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구상한다. 작품이 아무리 인기 있어도 TV 방영권료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국내 완구용 콘텐츠의 태생적 한계다. 완구가 잘 팔려야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기에 제작사 처지에서는 새 시즌에 어떻게 새로운 완구를 내놓을지가 중요한 과제다.
‘또봇’과 ‘바이클론즈’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이달 레트로봇 대표는 “두 작품은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최대 효율을 추구하며 만든 작품이다. 질감이나 조명, 애니메이팅의 디테일 등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타협하며 만들었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는 건 곳곳에 숨은 패러디와 한국적 소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또봇’의 경우 새로운 로봇을 등장시키기 위해 계속 새로운 파일럿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 스토리를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반면 ‘바이클론즈’는 ‘파워레인저’처럼 아예 1년에 한 번씩 로봇을 싹 교체할 수 있게 세팅해놔서 스토리에 큰 제약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완구 마케팅, 뮤지컬과 드라마로도
한 완구업체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넘어 각 완구, 라이선스 브랜드들의 기획력이 좋아지면서 애니메이션 완성도가 전체적으로 향상됐다. 특히 완구 주도로 기획된 애니메이션은 현실에서 장난감으로 만날 수 있는 완구가 똑같은 모습으로 애니메이션에도 등장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더욱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회사를 먹여살리는 시대다. 완구업체들은 다양한 분야로 마케팅을 다각화하고 있다. 5월 경기 성남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 ‘또봇·쥬쥬 플레이랜드’를 연 영실업은 UCC 영상을 응모해 선발한 아이와 가족에게 식사와 ‘시크릿 쥬쥬’ 체험 시간을 제공하는 ‘시크릿 파티’를 3회째 열었다. 11월에는 케이블채널 재능TV와 ‘쥬쥬’를 테마로 한 짧은 모바일 웹드라마를 기획, 제작해 공개할 예정이다. 손오공은 ‘헬로 카봇’을 뮤지컬로 만든 동명 작품으로 11개 지역에서 인기리에 공연을 마쳤다. ‘헬로 카봇’의 인기 캐릭터 ‘펜타스톰’을 높이 4.2m 대형 조형물로 만들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잠실 제2롯데월드 등에 전시한 데 이어 8월에는 경기 부천한국만화박물관에 영구 기증했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완구시장에서 콘텐츠 파급력은 대단하다. 예컨대 ‘뽀롱뽀롱 뽀로로’는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으로 TV에서 방영됐다 완구와 뮤지컬, 게임 등으로 만들어졌고 뽀로로파크라는 키즈파크가 조성됐으며 호텔 객실, 시내버스, 택시에까지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애니메이션 제작→캐릭터완구 제작→뮤지컬 제작→애니메이션 제작→캐릭터완구 제작 식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