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의 송이볶음.
왕 셰프는 중식계의 최고 스타라 할 수 있다. 40년 중식 인생에 한 번의 실패도 없었던 전승의 승부사다. 20대엔 홀 서빙으로 이름을 날렸고, 요리를 배워 정상 자리에 오른 후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28년 동안 서울 코리아나호텔 중식당 ‘대상해’의 책임자로 일했으며 그중 16년 동안은 오너 셰프였다. 화교조리협회장을 지낸 그는 2013년 12월 31일 돌연 중식당을 친구에게 넘기고 40년 만에 처음으로 일을 쉬었다. 1년간 쉬면서 그는 새로운 구상을 했다.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주자는 큰 꿈을 그렸다. 메뉴 개발과 자본은 왕 셰프가, 현장은 ‘대상해’ 주방에서 10년간 함께한 황진선 셰프가 책임지기로 했다. 사제 간의 결합이었다.
또 월급제가 아니라 후배 셰프와 수익을 나누는 구조인데 왕 셰프가 가져가는 몫이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배들에게 식당을 하나씩 차려주고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왕육성식 사회 환원 방법이다. 최근 신관을 책임지게 된 주방장도 왕 셰프 밑에서 7년간 일한 제자로, 특급호텔 주방장을 거쳐 ‘진진’에 둥지를 틀었다. 호텔에서 5만 원 넘는 요리들이 ‘진진’에서는 1만 원대다. 문턱을 낮춤으로써 대중으로 하여금 멋진 중식에 쉽게 다가서게 한다는 게 그의 또 다른 목표였다.
‘진진’의 오향냉채(왼쪽)와 대게살 볶음.
‘진진’에는 짜장면도 없고 짬뽕도, 탕수육도 없다. 산둥 사람들의 일상 요리들과 멘보샤 같은 독특한 요리 10여 가지를 팔고 있다. 미리 주문하면 메뉴에 없는 요리도 먹을 수 있다. 평등한 식사를 위해 룸도 갖추지 않았다. 저녁이면 남녀노소 모여들어 중국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모두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