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과 흑미를 섞어 지은 죽순밥.
죽순은 3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 땅 위로 30~40cm 자랐을 때 먹기가 좋다. 대나무는 딱딱해도 죽순은 여리기 때문에 땅이 촉촉해야 수월하게 뚫고 나온다. 땅 위로 올라온 뒤 열흘가량 지나면 금세 단단해져 먹을 수 없다. 죽순은 보존 기간이 짧아 캐자마자 가공하거나 조리해야 한다. 성질 급한 새침데기 같은 죽순을 싱싱하게 맛보려면 5월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죽순은 노르스름한 속살이 나올 때까지 껍질을 벗긴 뒤 초벌 삶기를 해 아리고 떫은맛을 빼낸다.
삶은 죽순을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으려면 삶은 물에 담가 그대로 식힌다. 완전히 식은 죽순을 건져 물기를 빼고 조각조각 잘라 먹어보면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연하게 간한 밥에 고추냉이를 약간 바르고 얇게 썬 죽순을 얹어 먹는다. 소금을 넣은 참기름장에 살짝 찍어 숙회로 먹어도 맛있고, 봄 채소와 삶은 고기나 해물을 넣어 무침으로 먹어도 맛있다. 죽순의 은근한 맛과 향, 아삭거림을 즐기고 싶다면 같이 먹는 재료는 담백하고 양념도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어울린다.
쌀뜨물에 삶아 바로 건진 죽순은 볶음, 튀김, 조림, 밥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다. 죽순의 제 향을 만끽하고 싶다면 밥을 지어 먹는다. 버섯, 당근, 은행, 불린 다시마 등과 함께 도톰하게 모양을 살려 썬 죽순을 넣어 밥을 한다. 멥쌀도 좋지만 끈기가 있는 찹쌀이 더 어울린다. 버섯이나 당근처럼 신선한 채소에서 수분이 나오면 자칫 진밥이 될 수 있으니 수분을 흡수하는 유부를 잘라 조금 넣는 것도 잊지 말자. 갓 지은 밥에 식초와 물을 조금 섞은 초간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맛있다. 고춧가루나 송송 썬 실파를 약간 곁들여도 좋고 김에 싸 먹어도 훌륭하다.
초벌 삶기를 잘한 죽순은 생강처럼 살캉거리는 식감이 오래간다. 아삭아삭한 봄 죽순을 씹을 때마다 남다르게 솟아오르는 향긋함이 1년을 기다린 보람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