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 그려진 40대의 메리 셸리 초상화(위)와 올해 영국에서 출간된 ‘프랑켄슈타인’ 육필원고. 교정을 본 글씨는 그의 남편 퍼시 비시 셸리의 것이다.
퍼시와 메리는 1814년 사랑에 빠진다. 명문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퍼시는 결혼 4년 차인 유부남이었고 아나키즘 사상가 윌리엄 고드윈의 딸인 메리는 17세 소녀였다. 퍼시는 고드윈의 사상을 흠모한 제자였는데 메리를 보고 사랑에 빠져 유럽으로 도피여행을 떠난다. 고드윈은 결혼제도를 비판하고 자유연애를 옹호했지만 어린 딸과 유부남 제자의 사랑에는 반대했기 때문이다.
퍼시의 아내 해리엇은 메리보다 고작 두 살 많았는데 둘의 관계를 알고 별거하다 1816년 12월 10일 스물한 살 나이로 강물에 투신자살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해리엇은 퍼시가 결혼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해 열여섯에 혼인에 성공했지만 퍼시가 진짜 사랑을 찾아 나서자 결국 세 살배기 딸과 두 살 된 아들을 남겨둔 채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당시 그녀는 임신 상태였는데, 별거 중에 정분이 났던 육군 장교의 아기였을 개연성이 높다. 퍼시와 메리는 그 20일 뒤인 12월 30일 결혼했다. ‘프랑켄슈타인’ 출간은 그들의 결혼 1주년 선물처럼 이뤄진 것이다.
퍼시와 메리의 결혼이 있기 7개월 전 그들은 둘 사이에 태어난 아기를 안고 다시 유럽으로 사랑의 도피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목적지는 당시 스위스 제네바에 체류 중이던 또 다른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별장인 빌라 디오다티였다. 그들을 그곳으로 안내한 것은 메리보다 8개월 연상인 배다른 자매 클레르 클레몽으로, 그녀는 바람둥이로 유명한 바이런의 딸을 임신한 상태였다.
그리하여 1816년 6월 중순 폭풍우 치던 밤, 빌라 디오다티에 퍼시와 메리 커플, 클레몽과 바이런 커플, 그리고 바이런의 주치의 존 폴리도리 이렇게 다섯 명이 모이게 된다. 폴리도리의 제안으로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아는 무서운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한다. 폴리도리는 중세 유럽의 흡혈귀 전설을 꺼냈고, 열아홉 살이던 메리는 과학의 힘으로 되살린 시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들은 저마다의 얘기를 토대로 각자 한 편씩 소설을 쓰기로 약속한다.
그 결과 1819년 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가 나왔고, 다시 1년 뒤 메리의 ‘프랑켄슈타인’이 발표됐다. 사실 메리는 ‘프랑켄슈타인’을 1817년 봄에 이미 완성했다.
‘뱀파이어’는 중세 흡혈귀 전설을 소재로 타인의 피를 통해 죽음의 사슬에서 벗어난 불멸의 괴물을 형상화했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의 힘으로 되살아난 시체, 그리하여 영혼이 없는 괴물을 탄생시켰다. 오늘날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가 낭만주의 시대 자유연애가 안겨준 뜻밖의 선물임을 기억해두자.
캐릭터의 매력에선 훗날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1897)로 재탄생하는 ‘뱀파이어’가 앞선다. 하지만 주제의식에선 ‘프랑켄슈타인’이 더 심오하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창조주 역할까지 대신할 때 직면하게 될 윤리적 딜레마를 선취했기 때문이다. 그런 책을 미혼모가 될 뻔한 여고생 또래의 소녀가 써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