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우리 산에나 갈까?

초보자가 알아야 할 등산의 모든 것…등산화 고르기부터 걷기 요령까지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3-16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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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산에나 갈까?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가는 인구가 약 1500만 명. 매주 가는 인구는 548만 명이라고 한다. 등산 입문서 ‘산이 부른다’를 쓴 진우석 씨(오른쪽).

    “이번 주말에 뭐해?” “글쎄…. 뭐 딱히 없어.” “그럼 산에 갈래?”

    무심코 걸려온 선배의 전화를 받고 ‘등산’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온갖 변명을 늘어놓는다.

    “저 등산 안 해봤는데요. 장비도 없고, 체력은 저질이라 계단만 올라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차고…. 갔다 오면 너무 피곤해서 월요일 출근에 지장 있을까 봐서요.”

    “너 그렇게 일주일 내내 책상 앞에 앉아만 있고 주말에도 안 움직이면 죽어!”

    선배의 엄포에 눌려 얼떨결에 산에 간 등산 생초보는 어떻게 됐을까.



    운동화에서 등산화로 바꿔 신는 순간

    여행작가 진우석(45) 씨와 일러스트레이터 이진아 씨가 본격 등산 입문 만화 ‘산이 부른다’를 펴냈다. 진씨는 대학 시절 혼자 지리산을 종주하며 등산의 맛을 알았고, 졸업 후에는 등산 전문 잡지사에서 일하며 네팔 히말라야와 파키스탄 카라코람까지 다녀온 베테랑. ‘대한민국 트레킹 바이블’ ‘대한민국 3대 트레일’ ‘이번 주에 오르고 싶은 산’ ‘걷기 좋은 산길 55’ 등의 책을 썼고, 매달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걷기 코스를 연재하고 있다.

    반면 이씨는 ‘산이 부른다’의 일러스트를 맡기 전까지는 산에 흥미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산을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만들면서 ‘산’이 아니라 ‘신발’이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운동화가 비에 젖어 숙소에 있던 슬리퍼를 신고 부여산성을 걷고, 얇은 캔버스화를 신은 채 지리산 노고단을 올랐던 ‘발 아픈’ 기억이 산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등산화만 신었어도….”

    ‘산이 부른다’는 이씨 같은 등산 생초보의 시행착오를 덜어주는 책이다. 등산 준비물의 우선순위를 꼽자면 신발, 가방, 복장, 물 순. 진씨는 “운동화에서 등산화로 바꿔 신는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산에 가겠다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의지가 드러나는 통과의례”라며 “단 등산 목적에 맞는 신발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산화에는 목이 긴 중등산화와 목이 짧은 경등산화가 있다. 일반 등산에는 발목을 잡아줄 수 있는 중등산화가 좋고, 가벼운 등산에는 트레킹화라고 부르는 경등산화도 괜찮다. ‘운동화는 발에 맞아야 하고, 등산화는 발을 맞춰야 한다’는 것은 중등산화에 해당하는 말이다. 즉 중등산화는 길들여 신는 신발로, 바꾸면 다시 길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 되도록 밑창을 갈아서 신는다.

    우리 산에나 갈까?
    가장 중요한 등산 기술은 체온 조절

    우리 산에나 갈까?

    배낭을 쌀 때는 무거운 것이 몸 쪽 가까이 오도록 넣어야 걸을 때 힘이 덜 든다.

    진씨에게 “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체온 조절”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등산복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땀을 빨리 말려주는 기능을 지닌 옷으로, 산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등산복은 3·3법칙만 기억하면 된다. 속옷, 중간 옷, 겉옷을 세 겹으로 나눠 입고 여름용, 봄·가을용, 겨울용 3계절로 마련한다. 속옷이나 티셔츠는 쿨맥스, 테프론, 탁텔 등과 같이 빨리 마르는 소재를, 바지는 신축성 좋은 라이크라와 파워스트레치 소재를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배낭은 단순히 짐을 넣는 큰 가방이 아니다. 산에서 넘어졌을 때 에어백 노릇을 하고, 방풍과 보온 기능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좋은 배낭은 무거운 것을 넣어도 덜 무겁게 느껴진다고 한다.

    배낭에 짐을 쌀 때는 등 상부와 어깨 부위에 무거운 것이 밀착되게 해야 힘이 덜 든다. 배낭을 멜 때도 먼저 허리벨트를 채우고 어깨끈, 가슴벨트 순서로 채운 뒤 마지막에 어깨 끝에 달린 조임끈을 당겨 배낭이 어깨 부분에 착 붙도록 한다.

    진씨는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로 등산화, 체온 조절에 이어 ‘자만하지 말 것’을 꼽았다.

    “산에서 심장마비가 오거나 길을 잃는 것은 대개 자만해서, 무리해서 나는 사고입니다. 그것만 아니라면 우리나라 산은 길도 잘 나 있고 이정표도 잘 돼 있어 웬만해서는 조난당할 일이 없습니다.”

    초보자일수록 산을 얕잡아보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산마다 코스별로 걸리는 시간을 적어놓는데 그것은 건강한 성인 남성이 쉬지 않고 걸었을 때를 얘기하는 것이므로 초보자에겐 무리인 경우가 많다. 2시간 걸리는 험한 코스와 4시간 걸리는 완만한 코스가 있다면 초보자에겐 후자가 낫다. 또한 반드시 하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해 체력 안배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잘 걷고 적절히 쉬어야 한다. 처음에는 15~20분 걷고 5분 정도 쉬다 차츰 30분 걷고 5~10분, 나중에는 50분 걷고 10분 정도 쉰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산행 선택

    준비가 끝났다고 무작정 산에 올라가서는 안 된다. 자신의 취향과 체력에 맞는 산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 등산, 트레킹, 트레일, 백패킹, 리지는 모두 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활동이지만 각각 특성이 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 정상 정복이 목표라면 일반 등산을 권하고, 굳이 산 정상이 아니더라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찾는 것을 좋아하고 일정과 코스를 스스로 결정하는 쪽이라면 트레킹, 주로 해안이나 난도가 높지 않은 길을 정해진 루트를 따라 안전하게 걷기를 원하면 트레일, 1박 2일 이상 야영 장비를 메고 다녀도 거뜬할 만큼 체력에 자신 있고 혼자 또는 소수로 자유롭게 다니기를 좋아하면 백패킹, 등산 경험이 풍부하며 편하고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편이라면 바위 능선을 오르는 리지 등반이 적당하다.

    우리 산에나 갈까?

    둘 이상이 등산하면 반드시 리더가 필요하다. 여러 명이 함께 갈 때는 선두에서 베테랑이 이끌고 맨 뒤에서 ‘말미 리더’가 뒤처지는 사람들을 추슬러 이동하도록 한다.

    진씨는 “누군가 트레킹을 목적 없이 방황하는 산행이라고 정의해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오히려 그 반대다. 트레킹은 취향에 따라 스스로 코스를 정하기 때문에 목적이 더 명확하다.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처럼 정해진 코스를 따라 걷는 트레일을 하다가 코스를 벗어나 트레킹을 할 수도 있다. 트레킹의 시각으로 보면 산, 강, 바다가 다 포함되기 때문에 공간이 무한 확장되고 모험적 요소가 가미된다”고 설명한다.

    ‘산이 부른다’는 산에 좀 가봤다는 사람도 읽다 보면 미처 몰랐던 부분을 발견할 만큼 산행에 필요한 시시콜콜한 정보가 가득하다. ‘등산 좋은 건 알겠는데 엄두는 안 나고, 한 번 가보고는 싶은데 준비하자니 막막한, 평지도 걷기 힘든 초보들을 위한 깨알 꼼꼼 안내서’라는 설명이 딱 맞는 책이다.

    자, 준비가 끝났다면 슬슬 떠나볼까. 진씨는 “여행의 묘미는 계절을 느끼는 것”이고 “계절감은 꽃에서 온다”고 말한다.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동백꽃과 야생화도 볼 수 있는 추천 코스는 경남 거제 노자산과 가라산, 경남 통영 미륵산, 경기 남양주 운길산, 서울 북한산, 전남 보성 일림산, 전남 여수 영취산, 전남 남원 바래봉 등 7곳이다.

    단 2월 말에서 4월 초까지 해빙기에 봄기운에 취해 준비 없이 산행에 나섰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모자, 헤드랜턴, 장갑 같은 겨울장비를 챙겨야 한다. 특히 낙엽 아래 숨어 있는 빙판 때문에 미끄러지는 일이 많으므로 스틱을 이용해 미리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날이 좋다고 내 체력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니 산행에 대한 일반적인 준비는 철저히 하라” 같은 잔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 산에나 갈까?

    거제 노자산, 가라산(왼쪽)과 통영 미륵산 추천 코스.

    참고도서 : ‘산이 부른다’(전 2권)/ 진우석 지음·이진아 그림/ 클

    일러스트 제공 · 퍼블리싱 컴퍼니 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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