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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채팅 앱’은 성매매 알선 창구

스마트폰 통해 일대일 ‘즉석만남’… 사실상 단속 방법 없어

  • 권건호 전자신문 경제정책부 기자 wingh1@etnews.com

‘채팅 앱’은 성매매 알선 창구

‘채팅 앱’은 성매매 알선 창구
3월 28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친구에게 수십 차례 성매매를 시키고 3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고등학생 오모(16) 양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모(16) 양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오양 등은 중학교 동창인 박모(16) 양에게 서울 시내 모텔을 돌며 3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시켰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이용해 성매매 남성을 손쉽게 구했다. 스마트폰 채팅 앱은 사용에 나이 제한이 없는 데다, 스마트폰을 통해 일대일 채팅이 이뤄지도록 하기 때문에 성매매 내용이 오간다 해도 사실상 규제가 불가능하다.

미성년자도 쉽게 이용 맹점

스마트폰 채팅 앱을 이용한 젊은 남녀의 즉석만남이 늘고 있다. 이성에게 쪽지를 보내는 앱부터 위치정보를 이용해 주변에 있는 이성을 연결해주는 앱, 랜덤 대화 상대를 연결해주는 앱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문제는 이들 앱을 통한 만남 중 상당수가 이른바 ‘원 나이트 스탠드’로 연결되고,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데 있다. 특히 스마트폰 앱은 미성년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청소년까지 성매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 앱은 ‘심톡’ ‘살랑살랑 돛단배’ ‘부엉이 쪽지’ ‘두근두근 우체통’ ‘하이데어’ ‘1km’ 등 수십여 개다. 이들 앱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이용자를 연결하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다만 기존에 알던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상대를 연결하거나, 주변에 가까이 있는 사람을 소개하는 등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또 나이와 성별 정도만 입력하면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엔 모르는 사람끼리 대화를 나누고, 만나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 하지만 이용자 중 일부가 익명성을 악용해 이들 앱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채팅 앱에는 본인 확인 절차가 없어 음란성 메시지나 노골적으로 성관계 상대를 찾는 메시지를 거리낌 없이 보낼 수 있다. 상대방이 음란 이용자를 신고하더라도 이용제한 외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그런데 신고된 이용자가 앱을 삭제하면 기록도 지워지기 때문에 앱을 재설치할 경우 이용제한도 의미가 없어진다.

채팅 앱이 이렇게 변질되면서 일반인은 이용하지 않는 대신 불건전한 의도를 가진 사람만 남는 상황이 됐다. 현재 각종 스마트폰 채팅 앱은 사실상 음란정보 창구나 원 나이트 스탠드 파트너를 찾는 도구로 전락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심톡 등 일부 앱은 성관계 대상을 찾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심톡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심톡 여자’ ‘심톡 홈런’(성관계 성공을 의미하는 은어), ‘심톡 조건’ 같은 말이 뜰 정도다. 친구에게 성매매를 시키다 구속된 오양 등이 이용한 것도 심톡이다.

기자는 스마트폰 채팅 실태를 알려고 몇 개의 채팅 앱을 다운받고, 나이와 성별을 20대 여자로 설정했다. 잠시 후 쪽지가 쇄도했다. ‘나랑 사귈 사람’ ‘술 한잔 하실 분’ ‘스킨십 좋아하는 사람’ 등 이성의 호기심을 끌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지역을 밝히면서 대놓고 원 나이트 스탠드를 제안하는 글도 있었다. 대화에 응하면 카카오톡 아이디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범죄사건도 연이어 발생

‘채팅 앱’은 성매매 알선 창구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스마트폰 채팅 경험담.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한 만남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한다. 전화번호 외에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범죄 의도를 가지고 대포폰을 이용한다면 유일한 정보인 전화번호마저 의미가 없어진다.

채팅으로 성인끼리 만나거나 성관계를 맺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 채팅으로 남성을 만난 여성이 잠재적인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우려된다. 인터넷 남성 커뮤니티나 유흥정보 사이트에는 스마트폰 채팅으로 여성을 만난 경험담이 ‘어플 작업녀 후기’ ‘어플 홈런기’라는 제목으로 올라온다. 글을 올리는 남성은 여성을 만난 과정과 채팅 내용, 성관계 내용까지 자랑스럽게(?) 올린다. 심지어 자신의 글이 사실임을 증명하려고 상대 여성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인증사진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채팅으로 남성을 만난 여성은 자신도 모르게 나체사진이 찍히고, 그것이 인터넷에 떠돌아 피해자가 된다.

스마트폰 채팅으로 인한 범죄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3월 대구에서는 10대 12명이 20대 남성을 성매매를 미끼로 유인해 마구 폭행한 뒤 금품을 빼앗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부산에서는 스마트폰 채팅으로 처음 만난 여성의 금팔찌를 훔친 남성이 불구속 입건됐고, 인천에서도 스마트폰 채팅으로 알고 지내던 여성과 술을 마신 뒤 그의 금품을 훔친 남성 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4월 10일 청주에서는 스마트폰 채팅을 하던 중 상대 여고생을 협박해 나체사진 등을 전송받은 10대가 검거됐다.

음란정보나 성매매 문제도 심각하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성매매 관련 내용이나 음란 사이트는 경찰이 차단할 수 있다. 또 성인정보를 포함한 경우는 성인인증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채팅은 인터넷과 달라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채팅 자체가 스마트폰 이용자끼리 일대일로 이뤄지는 만큼 모니터링이나 감시가 불가능하다.

이용제한이 없고, 방법도 쉬워 미성년자도 성매매와 음란정보에 무분별하게 노출된다. 스마트폰 앱은 이용하는 데 사실상 나이 제한이 없다. 앱을 다운받을 때 성인임을 확인하는 질문이 있지만 동의 버튼만 누르면 되는 형식적 절차다. 채팅 앱을 사용하는 데도 가입이나 인증 절차가 전혀 없다. 이용자의 나이와 성별 등 개인정보는 본인이 입력하기 나름이다.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이들이 먼저 조건만남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2월 대전에서는 미성년 여학생과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뒤 성행위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박모(27) 씨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18세 여학생 12명과 조건만남을 갖고 성행위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 박씨가 만난 여학생은 대부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박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통한 성매매에 얼마나 쉽게 노출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경찰도 스마트폰 채팅의 문제는 인식하지만, 단속이나 적발은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 채팅은 개인 간의 사적 영역이라 모니터링하거나 단속할 수 없다”면서 “스마트폰 범죄의 심각성이나 문제점을 알리고, 특히 청소년에게는 스마트폰 채팅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와 더불어 범죄에 대처하는 방법도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833호 (p40~41)

권건호 전자신문 경제정책부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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