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8

2016.12.21

책 읽기 만보

‘좋은 긴축’ ‘나쁜 지출’이라는 속임수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12-19 16: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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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축 :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마크 블라이스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544쪽/ 2만2000원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로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국제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간신히 국가부도 사태를 넘겼지만, 국가채무액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80%인 3150억 유로(약 394조 원)에 달한다. 그리스 정부는 내년에 또다시 임금 삭감과 세금 인상, 공기업 민영화 등 추가 긴축을 예고했고, 6년째 허리띠를 졸라매온 공무원과 노동자들은 억압적인 긴축과 빈곤에 저항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스를 보라. 방만한 사회복지 지출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 이제라도 건전한 재정 유지를 위해 긴축해야 한다. ‘저축은 선이요, 지출은 악이다’라는 상식으로도 국가부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저축하는 북유럽과 흥청망청 쓰는 남유럽을 나란히 놓고 봐도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마크 블라이스 미국 브라운대 국제정치경제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누구를 위한 긴축인가, 그 책임과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그에 따르면 ‘좋은 긴축’ ‘나쁜 지출’이라는 도덕극으로 포장된 긴축은 금융자본과 경제 엘리트의 잘못된 정책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2010년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서의 주요 내용은 ‘성장친화적 재정 건실화’를 앞세워 각국에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중단을 촉구한 것이었다. 여기서 ‘성장친화적 재정 건실화’란 ‘긴축’을 좀 더 그럴듯하게 바꾼 말에 불과했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이 시작된다. 블라이스 교수는 긴축이 성장에 이르는 방법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논박하고자 ‘긴축 :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를 쓰기로 했고 2013년 출간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확장적 긴축’이라는 생각의 흥망을 탐색하는 방법이 탁월하다”고 평했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는 “지금 이 순간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긴축을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하는가. 금융기관의 탐욕과 부채, 그로 인해 발생한 금융시스템 붕괴가 2008년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 재정적자의 원인이 됐음에도 이를 방만한 재정운영 탓으로 돌려 임금과 공공지출 삭감을 단행(긴축)함으로써 그달 그달 임금과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신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엄청나게 많은 자산을 보유한 은행을 그대로 망하게 둘 수 없어 경제 관료들은 ‘긴축’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고, 그 결과 국가 전체가 금융자본의 인질이 됐다. 그럼에도 부자들이 저지른 실수의 비용을 빈자들에게 전가하는 긴축으로 성장을 이루겠다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고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짜 원인을 파악하고 출구를 찾자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민주주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제작팀·유규오 지음/ 후마니타스/ 280쪽/ 1만5000원


    1940년 민주주의 국가는 10개국 정도에 불과했으나 오늘날 민주주의 체제로 분류되는 나라는 116개국에 이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20세기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민주주의 대두’를 꼽았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EBS ‘다큐프라임-민주주의’를 책으로 엮었다. 놈 촘스키, 헬무트 비스만 등 세계적 석학들과 인터뷰도 수록했다.





    이희호 평전
    고명섭 지음/ 한겨레출판/ 734쪽/ 3만2000원


    이희호 여사는 대한민국 15대 대통령 김대중의 부인이기 전에 이미 주목받는 사회운동가였다. 이희호와 김대중은 부산 피란시절 모임에서 처음 만났고 6년 뒤 각각 YWCA 총무, 정치 초년생으로 다시 만났을 때 “이상하리만큼 말이 잘 통했다”고 한다. 이희호는 연애감정보다 ‘도와야겠다’ 생각에 김대중과 결혼했고 평생 서로를 ‘동행자’ ‘동역자’라 불렀다. 이 내용은 2015년 4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한겨레’에 연재된 바 있다.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주쯔이 지음/ 허유영 옮김/ 아날로그(글담)/464쪽/ 1만6800원


    기원전 410년 20년째 지속된 펠로폰네소스전쟁에 반기를 들고 여성들이 섹스파업을 벌인다는 파격적 주제를 다룬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와 1988년 종교 모독과 표현의 자유 논란을 불러일으킨 루시디의 ‘악마의 시’의 공통점은 그 시대 금서였다는 것. 중국 베이징 위옌대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한 시대를 뒤흔든 40여 권의 금서와 블랙리스트 작가들의 투쟁기를 들려준다.





    시골 빈집에서 행복을 찾다
    이케다 하야토 지음/ 김정환 옮김/ 라이팅하우스/ 264쪽/ 1만4000원


    최근 일본에서 ‘지방창생’(地方創生·지방에서 창조적으로 살자) 붐이 불고 있는 가운데 2014년 시코쿠 산촌마을로 이주한 저자가 쓴 ‘시골 빈집 이주기’. 도쿄에서는 왜 다들 ‘바쁜 척’할까, 시골로 이주하자 수입이 3배가 됐다, ‘시골에는 일자리가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 주민세를 내는 것이 기쁨으로 바뀐다, 이주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5단계 등 대도시를 떠나 사는 방법.





    열한 계단
    채사장 지음/ 웨일북/ 408쪽/ 1만7000원


    화제의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진행자이자 ‘채사장’이란 필명으로 130만 명 독자를 사로잡은 저자가 자신을 성장시킨 책 읽기의 과정을 열한 계단으로 설명했다. 특히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영역을 모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으로 ‘불편한 책’ 읽기를 권했다. 여기서 불편한 책이란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를 무너뜨리는 전혀 다른 세계관의 책이다.





    도쿄대 바둑 강의
    효도 도시오 외 3인 지음/ 이정환 옮김/ 윌북/ 288쪽/ 1만4800원


    일본 도쿄대는 2005년 물리학과 교수와 프로 바둑기사가 참여한 ‘바둑으로 키우는 사고력 수업’을 시작했다. 도쿄대가 바둑을 정규 과목으로 선택한 까닭은 바둑이야말로 학업과 인간관계,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통찰력과 분석력을 길러주는 최적의 학습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리학, 뇌과학, 심리학 교수까지 협력해 만든 도쿄대식 강의 커리큘럼과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호기심의 과학
    유재준 지음/ 계단/ 416쪽/ 2만 원


    서울대 교양 강의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는 ‘가장 듣고 싶은 수업’ 중 하나로 꼽힌다. 물리천문학부 교수인 저자가 과학적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비이공계 학생들에게 되도록 수학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뉴턴의 역학법칙에서 배운 ‘F=ma’라는 공식에 그치지 않고 과연 1뉴턴(N)의 힘은 얼마나 되는지, 그것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보는 것이 이 강의의 핵심이다.





    박테리아 : 위대한 생명의 조력자
    베른하르트 케겔 지음/ 권상희 옮김/ 다른세상/ 360쪽/ 1만8000원


    앞으로 검사가 피고인에게 “이 칼에서 당신의 미생물을 발견했습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뚱뚱한 사람과 날씬한 사람은 장 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다르다. 섹시함, 매력, 친근함 등 이성을 끌어당기는 모든 것이 박테리아가 만드는 냄새를 통해 전달된다. 신약 개발의 미래도 박테리아에 달려 있다. 질병과 죽음이 아니라 건강과 협력의 관점에서 바라본 박테리아의 모든 것.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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