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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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도 변해야 산다

2000년은 ‘새로운 예술의 해’… 장르간 통합-분화 등 가속화

  • 입력2006-06-09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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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도 변해야 산다
    2000년은 문화관광부가 정한 ‘새로운 예술의 해’이다. 사실 “‘예술’이란 언제나 아방가르드이고 언제나 새로운 것”(최금수·서남미술전시관 큐레이터)이기에 문화관광부가 ‘인가’한 ‘새로운 예술’들이 한바탕 과시적 문화이벤트로 결론지어질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관리들도 느낄 만큼 예술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으며 20세기에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란 점이다.

    문화관광부 박지원장관은 ‘새로운 예술’이 “기존 예술 장르에서 실험적이며 독창적인 표현행위를 의미하는 동시에 장르간 통합과 장르 내의 분화 등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 첨단 과학 또는 산업과의 만남을 통해 창조되는 장르의 예술,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생활 속의 예술, 환경친화적 예술 등을 모두 포함한 열린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즉, 새로운 예술이란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 위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문화적 현상들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홍익대 앞의 클럽에서 활동하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은 댄스음악 일색의 주류 가요계에 창조적 충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기괴하게 생긴 옷을 제작해 입고 전시장뿐 아니라 파고다공원을 누비는 이윰 같은 젊은 미술작가와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이를 음악, 패션 혹은 미술, 연극 어디에 넣을 수 있을까.

    “예술가적 상상력이 중요”

    어떤 이들이 길거리로 나가는 동안 많은 작가들은 인터넷상에서 작품을 전시하거나 상영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오리지널’을 감상하지만 그림이나 조각처럼 소유하거나 팔 수는 없다. 고독하게 창작의 열망을 불태우기보다는 “과학자와 협업을 중시”(이중재·작가)하는 예술가들이 늘어난다.



    또한 이지상감독은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테이프를 필름으로 확대해 불과 4500만원으로 ‘돈오’라는 영화를 완성했다. 한국의 가난한 독립영화인들뿐 아니라 조지 루커스도 ‘스타워즈’를 비디오로 찍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 멋대로’인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문화적 현상의 중심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사고의 흐름을 바꿔놓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가 있다. 비관적으로 보자면 모든 것을 숫자(digit는 라틴어로 숫자란 의미를 갖고 있다)로, 즉 돈으로 환산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문화는 다국적 자본주의의 또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해 자본의 힘과 서구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존의 제도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예술가들은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무시하고 대중과 직접 소통하기를 열망하며 여기 저기에서 찾아낸 소리와 이미지, 텍스트들을 짜깁기한 예술로 어마어마한 자본의 예술을 위협한다. 할리우드에서는 특수효과를 위해 디지털을 사용하지만 독립영화감독은 “테크놀로지를 미학으로 돌파”(영화평론가 정성일)하기 위해 디지털의 거친 영상을 사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예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테크놀로지의 신화에 압도되지 않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영상미디어센터 김형곤박사는 “테크놀로지의 속성을 먼저 깨닫는 것은 예술가”라고 말한다.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언제나 예술가적 상상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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