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4

..

Z세대에 교과서란 책 아닌 아이패드

[김상하의 이게 뭐Z?] Z세대 마음 사로잡기 위해 알아야 할 ‘대명사 변화’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1-25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기를 얻는 배경은 시대마다 다르다. 과거엔 제품력, 가격이 그 척도의 전부였던 반면 최근엔 브랜드의 성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여부 등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착한 기업’으로 알려진 브랜드를 ‘돈쭐’ 내주고자 하는 Z세대의 가치 소비가 이를 증명한다. 또 다른 요소로는 특정 제품이 아예 해당 분야의 대명사가 된 경우가 있다. Z세대 상당수는 아날로그 책 대신 태블릿PC로 교과서 내용을 내려받아 학교 수업을 들었다. 이 때문에 Z세대에게 교과서, 책을 읽는 수단은 곧 태블릿PC이고 그중에서도 아이패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알아야 할 ‘대명사의 변화’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국민 엄마’ 타이틀이 옮겨갔다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이 배우 김미경을 기용해 만든 광고의 일부 장면. [서든어택 유튜브 캡처]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이 배우 김미경을 기용해 만든 광고의 일부 장면. [서든어택 유튜브 캡처]

    사람들에게 ‘국민 엄마’가 누구냐고 물으면 세대별로 다른 답변이 나오기 마련이다. 기성세대에겐 배우 김혜자, 고두심 등이 국민 엄마로 불린다면 Z세대에겐 배우 김미경이 대표적인 국민 엄마일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게 김미경은 Z세대가 학생이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인기를 끈 드라마에서 모두 엄마 역할을 연기했다. 드라마 ‘상속자들(2013)’, ‘하이바이마마(2020)’, ‘닥터 차정숙(2023)’ 등이 그 예다.

    얼마 전엔 그런 김미경을 한 번 더 국민 엄마로 각인시킨 광고가 등장했다. 바로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 광고다. 이 광고는 “게임 중 상대 부모님을 욕하는 비매너를 지양하고 정정당당하게 게임 피지컬로 싸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광고에서 게임을 하던 배우 김아영은 상대 플레이어인 배우 김원훈에게 “너희 엄마 MBTI 검사하려고 병원가심” 같은 조롱 섞인 채팅을 남기는데, 이때 김미경이 갑자기 등장해 “늘 아줌마 안부를 묻는다지? 아이고 기특하기도 해라. 고마워. 덕분에 아줌마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라는 아련한 멘트를 날린다. 김아영이 벙 찐 채로 아무 말도 못 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절로 난다. 이 광고는 현재 서든어택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100만 조회 수를 넘겼으며 누리꾼들은 “서든어택 안 하는데 광고가 너무 웃겨서 끝까지 봤다”, “광고 기획자에게 보너스를 줘야 할 정도로 잘 만들었다”고 호응하고 있다. 공익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광고에 김미경의 국민 엄마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 아닐까 싶다.

    # 재평가 시급한 동서식품·매일유업

    동서식품의 컵시리얼 3종 [동서식품 제공]

    동서식품의 컵시리얼 3종 [동서식품 제공]

    콘푸라이트 등 시리얼을 파는 동서식품이 최근 컵 형태의 시리얼을 따로 출시했다. 처음엔 온라인상에서 “가격을 올려 받으려는 꼼수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얼마 안 가 오해가 풀렸다. 컵시리얼 출시가 백혈병 환아들을 위한 것이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앞서 백혈병 자녀를 둔 한 소비자는 동서식품 측에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은 감염 위험이 있어 우유는 멸균, 과자는 진공포장 제품만 먹어야 하고 그것마저 개봉 후 2시간이 지나면 먹을 수가 없다”며 “우리 아이가 콘푸라이트와 코코볼을 너무 좋아하는데 대용량 제품만 있어 먹고 남은 시리얼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라며 컵시리얼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동서식품이 이 의견을 수렴해 6개월 뒤 컵시리얼 3종을 출시한 것이다. 그리곤 해당 소비자에게 신제품과 함께 “새해엔 자녀분께서 쾌차하셔서 세상의 다양한 음식과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한 해가 되길 바라겠다”는 편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런 동서식품의 움직임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매일유업의 뚜껑, 빨대 없는 마이카페라떼. [매일유업 제공]

    매일유업의 뚜껑, 빨대 없는 마이카페라떼. [매일유업 제공]

    매일유업도 동서식품과 비슷한 맥락에서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다. 얼마 전 매일유업은 편의점용 컵커피 ‘마이카페라떼’에서 플라스틱 뚜껑과 빨대를 모두 없애 “매일유업이 또 일냈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뚜껑, 빨대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 제품은 연간 30년생 소나무 1650그루를 심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약자를 배려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이들 기업 제품은 이미 각 사업 분야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앞으론 ‘시리얼=콘푸라이트’, ‘편의점 커피=마이카페라떼’란 공식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올 타임 레전드가 된 명작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무서운 점은 그 안에서 하나의 콘텐츠가 동시대 콘텐츠와만 경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수십 년 전 드라마도 얼마든지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20여 년 전 방영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환상의 커플(2006)’, ‘꽃보다 남자(2009)’를 알고 있거나 시청한 Z세대가 많은 것만 봐도 그렇다. 즉 오래된 콘텐츠도 추억 속에만 저장돼 있는 낡은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동시대적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유명 아이돌 가수가 옛날 노래를 커버하면 그 노래가 인기차트를 역주행하며 현재로 소환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한때 대명사였던 제품, 서비스, 콘텐츠가 항상 수명을 다하고 폐기되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Z세대는 OTT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과거를 여행하고 그 안에서 명작, 명반을 길어 올린다. 따라서 무조건 새 유행을 만들기보다 지금껏 살아남은 ‘○○의 대명사’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시도해봄 직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