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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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파산에 휘청대는 美 오피스 부동산시장, 한국은?

오피스 공실률, 뉴욕은 16.3%로 역대 최고치… 공급 부족에 서울 강남은 1.8% 불과

  •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입력2023-11-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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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에 있는 위워크 공유 오피스. [GettyImages]

    미국 뉴욕에 있는 위워크 공유 오피스. [GettyImages]

    심각한 경영난을 겪던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11월 6일(현지 시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위워크는 상업용 건물 전체 혹은 일부 층을 장기 임차한 뒤 쪼개어 월 단위로 재임대하는 ‘공유 오피스’ 개념을 도입해 큰 인기를 끌었다. 기업 입장에선 인력 규모에 따라 사무공간을 유연하게 확보하는 것은 물론, 멤버십에 가입하면 어느 위워크 지점이든 이용 가능해 공간 제약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 라운지는 전통적 사무실의 정형화된 구조가 아닌, 간단히 음료를 마시고 자유롭게 회의나 미팅을 할 수 있는 카페식 인테리어 덕에 스타트업 기업들의 선호도가 특히 높았다.

    위워크, 몸집 불리기 경영 실패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위워크는 2010년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6월 기준 전 세계 39개국에 77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내 공유 오피스만 229개에 이른다. 2016년 손정희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69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받았고, 기업공개(IPO) 직전인 2019년 1월 기준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약 61조1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승승장구하던 위워크에 위기를 가져온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종료한 데다, 위워크의 주요 고객이던 스타트업의 위기로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위워크는 세계 주요 대도시의 오피스들을 고가 임차료를 내고 장기 계약했다. 목 좋은 곳의 오피스를 확보하고자 위워크가 진 부채가 186억 달러(약 24조2000억 원)에 달한다. 위워크가 한 해 지불해야 하는 임차료와 이자만 27억 달러(약 3조5100억 원)로 연매출의 80%에 육박한다.

    위워크가 맞은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기업의 근무 패턴 변화다. 재택근무의 효용성을 확인한 기업들은 사무실 면적을 줄이거나 메타버스 등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엔데믹 국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위워크는 투자금을 이용해 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 공격적으로 지점을 냈다. 당장 지출이 매출보다 2배 이상 많은 상황에서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다. 창업자 애덤 뉴먼의 방만한 경영도 위워크의 부실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위워크 파산은 변화하는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몸집 불리기 식 경영에 연연한 스타트업 경영 실패의 표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워크 파산이 가뜩이나 높은 공실률에 시달리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위워크가 뉴욕에서만 빌딩 47곳에 약 63만㎡ 면적의 오피스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위워크는 미국 본사의 파산 신청과 관계없이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위워크의 경우 강남,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상권을 중심으로 19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위워크 파산은 최근 글로벌 오피스 부동산시장을 분석하는 데 중요 참고가 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분석기업 코스타에 따르면 3분기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공실률은 20%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6.3%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뉴욕과 런던 오피스 공실률은 각각 16.3%, 9%로 2003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이 쉬이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재택근무가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데 미국을 중심으로 고금리 기조와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향후 2~3년간 상업용 부동산시장 침체가 예견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내 오피스 부동산시장은 어떨까.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업체 알스퀘어에 따르면 3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2.2%로 전분기와 비슷했다(그래프 참조).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도심권(CBD) 2.9%, 강남권(GBD) 1.8%, 여의도권(YBD) 1.4%, 판교분당권(PBD) 1.9%, 기타 지역 2.4%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파크원 빌딩 신축으로 오피스가 공급된 여의도권을 제외하면 서울 주요 지역에선 2021년 이후 공실률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공실률이 하락하면서 임대료는 상승하고 있다. 3분기 서울 오피스의 면적당 평균 임대료는 9만 원으로, 2분기보다 0.9% 올랐다. 서울 지역 오피스의 ‘전용 면적당 임대비(NOC)’도 3분기 24만2000원으로 전분기 대비 1.0% 상승했다. NOC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합친 순점유비용으로, 실제 오피스 임대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임차 수요가 꾸준한 강남권은 3.3㎡당 명목임대료가 10만 원을 넘어서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1.13%)을 기록했다.

    서울 오피스 부동산시장이 미국, 영국 등 글로벌 시장과 달리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주된 원인은 오피스 공급 부족이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23년 오피스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서울과 분당판교의 신규 오피스 공급은 연평균 약 41만㎡ 수준이었다. 그런데 2022~2026년 5년간 오피스 신규 공급 전망치는 연평균 약 14만㎡로, 2017~2021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기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연 등으로 오피스 개발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5년간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오피스 공급이 예상을 훨씬 밑돌 수도 있다.

    한국 공유 오피스, 틈새시장에서 소구력

    그렇다면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 전망은 어떨까. 서울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수도이자 동북아시아 금융 및 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곳이다. 국제 도시 경쟁력에 비춰볼 때 여전히 오피스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뒤이은 불경기로 수요가 감소해도 오피스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에서 공유 오피스는 기업의 소규모 거점 역할을 하는 틈새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대한 사옥(社屋)으로 상징되는 기존 오피스와 공유 오피스 시장이 상호 보완적으로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는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은 고가 임차료를 지불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 및 대기업 수요와 주거지 인근 거점 오피스의 효율성 높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 수요로 나뉜다”며 “틈새시장을 찾아 수요에 맞는 가격과 공간을 제공한다면 공유 오피스는 입주 기업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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