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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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소행성 탐사선 루시, 태양계 ‘메인벨트’ 쌍소행성 깜짝 발견

초기 태양계 비밀에 접근… 소행성의 막대한 경제적 가치에도 이목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3-11-1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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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행성을 탐사하는 루시 개념도. [NASA 제공]

    소행성을 탐사하는 루시 개념도. [NASA 제공]

    목성 궤도의 소행성군 탐사를 위해 2021년 10월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루시가 2년 만에 첫 소행성 탐사에 성공했다. NASA는 루시가 11월 1일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 안쪽 가장자리에 있는 소행성 딘키네시(에티오피아의 공용어 암하라어로 ‘놀라운’이라는 뜻)에 근접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번 소행성이 작은 위성을 끼고 있는 쌍소행성으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키스 놀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행성 천문학자는 성명을 통해 “이번 소행성은 지금까지 가까이에서 본 것 중 가장 작은 메인벨트 소행성”이라며 “앞으로도 이처럼 예상치 못한 소행성이 추가적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계 소행성 탐사 목적

    루시는 본래 2033년까지 10개 소행성을 탐사할 예정이었으나, 딘키네시 발견으로 총 탐사 소행성 수가 11개로 늘었다. 이번 근접비행으로 루시는 새로운 형태의 소행성을 발견하고 주요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매우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루시는 매우 빠른 초속 4.5㎞ 속도로 지나는 동안 소행성 관련 데이터를 추적하는 ‘터미널 추적 시스템’을 시험하는 데 중점을 뒀다. 추적 결과 딘키네시는 가장 넓은 지점의 폭이 약 790m이며, 주위를 도는 위성의 폭은 약 220m로 매우 작은 크기다.

    루시가 발견한 소행성 딘키네시. [NASA 제공]

    루시가 발견한 소행성 딘키네시. [NASA 제공]

    루시에는 소행성 지도를 작성하고 구성 요소를 식별하기 위한 정교한 카메라와 분광계, 온도계를 포함한 첨단장비가 탑재돼 있다. 루시는 이 장비들을 활용해 소행성의 물리적 상태를 조사하고, 무선 데이터와 이미지 데이터를 혼합해 소행성의 질량 및 밀도를 파악할 수 있다. 또 고화질 사진을 촬영하고 표면 지질을 분석함으로써 규산염, 얼음, 유기물의 흔적을 찾아볼 예정이다.

    로리 글레이즈 NASA 행성과학부 국장은 “소행성과 작은 천체들은 태양계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라며 “소행성 연구 기술과 엔지니어링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머지않아 소행성 탐사를 통해 혁신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시는 목성 궤도의 ‘트로이 목마’로 불리는 대규모 소행성군을 탐사하고자 2021년 10월 발사됐다. 루시가 맡은 임무는 초기 태양계의 잔재인 소행성들을 탐사해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 밝히는 것이다. 프로젝트명 루시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초기 호미닌(인류 이전 조상)의 화석 이름에서 비롯됐다. 루시 화석이 인간 진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듯이, 소행성 탐사를 통해 행성 기원에 대한 지식을 확장할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태양계 탄생 단서 찾나

    태양계에는 수백만 개의 소행성이 있다. 일부 천문학자는 태양계에 소행성 1억5000만 개가 있을 수 있다고 추산한다. 소행성은 우주에 있는 작은 암석 같은 물체라고 할 수 있다. 소행성은 크기가 운석만큼 작은 것도 있지만 태양을 공전한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발견된 소행성은 지름이 약 530㎞인 베스타(Vesta)부터 수m 미만 소행성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형태는 행성처럼 둥글지 않고 들쭉날쭉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 소행성은 대부분 다양한 종류의 암석으로 만들어졌지만 쉽게 기화될 수 없는 비휘발성 물질로 구성돼 있다. 일부는 니켈, 철 같은 금속으로 이뤄져 있다. 휘발성이 풍부한 ‘혜성’은 태양열에서 멀리 떨어진 외부에 숨어 있는 경향이 있는 반면, 소행성은 태양계 내부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소행성이 우주 탐사의 중요 목적이 된 이유는 태양계에서 8개 행성이 형성된 후 남겨진 물질들로 구성됐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40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됐을 때부터 보존된 화석이자 타임캡슐인 셈이다. 당시 고체 물질의 대부분을 구성했던 작은 먼지 입자가 자체 중력장이 부족한 환경에서 어떻게 서로 뭉쳐 소행성을 형성할 수 있었는지도 풀리지 않은 비밀로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소행성 연구를 통해 외부 행성과 태양계 형성에 관한 주요 단서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루시가 이러한 임무를 띠고 향하는 곳은 태양계의 소행성 대부분이 몰려 있는 ‘메인벨트’다. 메인벨트를 탐사한 뒤 목성 부근 트로이 소행성군으로 향한다. 2033년까지 트로이 소행성군 가운데 도널드조핸슨(Donaldjohanson), 유리바티즈(Eurybates), 폴리멜레(Polymele), 류쿠스(Leucus) 등 7개 주요 소행성을 관측할 계획이다. 이들 소행성 간 거리는 대체로 수백만㎞에 달한다.

    트로이 소행성군은 아직 인간의 발이 닿지 않은 2개의 거대한 소행성 지대로, 수많은 소행성이 모여 있다. 트로이 소행성군은 목성에서 양쪽으로 60도 각도를 이루는 위치에 중점적으로 분포해 있다. 이 지점은 라그랑주점으로 불리는 곳으로, 태양과 목성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소행성 궤도가 극히 안정적이다.

    목성에서 양쪽으로 60도 각도에 위치한 트로이 소행성군. [NASA 제공]

    목성에서 양쪽으로 60도 각도에 위치한 트로이 소행성군. [NASA 제공]

    ‘트로이 목마’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전쟁에서 따왔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총 5개의 라그랑주점 중 트로이 소행성군이 군집한 곳은 L4와 L5 지점으로 L4는 그리스 진영, L5는 트로이 진영으로 불린다. 두 지점은 중력의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그곳에 위치한 물체가 잠재적으로 수십억 년 동안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지켜온 것으로 추정된다.

    토머스 스타틀러 NASA 행성과학자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트로이 소행성군은 우리가 아직 가까이에서 본 적 없는 마지막 대규모 소행성 개체군”이라며 “루시는 처음으로 그곳에 근접해 탐사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와 충돌 가능 소행성 1만5000개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파헤치려는 목적 외에도 소행성을 연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지구와 충돌 위험성 때문이다. 6500만 년 전 거대 소행성과 충돌해 지구상에서 공룡이 멸종됐다는 설은 매우 유력하다. 최근에도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2000㎢ 넘는 숲이 파괴된 바 있으며, 2013년에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1만t짜리 소행성이 폭발했다. 당시 1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고, 건물 약 7000채가 파손됐다.

    소행성 중에서도 지구 궤도에 근접하는 천체를 ‘지구 근접 천체’(Near-Earth Object·NEO)라 부르는데, 지구에 근접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NEO는 1만5000개에 이른다. NASA는 이 소행성들을 모니터링하며 지난해에는 DART(Double Asteroid Rendezvous Test) 우주선을 발사해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작은 소행성에 고의적으로 충돌시켰다. 그리고 소행성의 궤도 운동 변화를 일으켜 지구와의 잠재적 충돌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관찰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우주 경쟁이 심화하면서 많은 국가가 소행성의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소행성으로부터 백금, 니켈, 금 등 상업적으로 중요한 금속 자원을 캐오려는 것이다. 달을 포함한 우주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고 우주에서 표토의 먼지나 암석 샘플을 채집해오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소행성 채굴이 더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NASA는 무인탐사선 오시리스 렉스(OSIRIS-REx)를 지구 근처 베누(Bennu)라는 소행성에 보내 먼지와 암석 샘플을 수집한 뒤 9월 지구로 가져왔으며, 일본 또한 소행성 샘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하야부사 2호를 소행성 류구(Ryugu)로 보냈고 6년간 탐사 끝에 2020년 소행성 샘플을 지구로 가져왔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도 장기적으로 소행성 탐사 및 자원 샘플 수집 계획을 밝혔다.

    1000경 원 가치의 금속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 프시케. [NASA 제공]

    1000경 원 가치의 금속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 프시케. [NASA 제공]

    10월 NASA는 거대한 금속 소행성 ‘프시케(Psyche)’를 탐사할 동명의 우주선을 발사했다. 프시케 우주선은 6년에 걸쳐 36억㎞ 떨어진 소행성을 향해 나아갈 계획이다. 프시케는 약 210㎞ 크기로, 지구의 핵과 유사한 금속성 철·니켈로 대부분이 구성된 소행성이다. NASA는 이번 탐사를 통해 수십억 년 전 격렬한 충돌로 노출된 초기 행성의 핵을 연구하고, 동시에 금속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소행성 구조를 조사하게 된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리서치연구소의 트레이시 베커 행성 과학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프시케의 자외선 파장을 분석해 내부 구성을 파악한 결과 엄청난 양의 광물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금과 백금 같은 귀금속도 포함돼 있다. 린디 엘킨스 탠턴 NASA 수석 과학자는 CNN에서 “소행성 프시케의 가치는 지구 전체 경제 규모를 뛰어넘는 1000경 원에 달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거대한 소행성을 지구로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은 아직까지 없으며, 실현되더라도 전 세계 시장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천문학적 비용 들어가

    NASA는 무인탐사선 오시리스 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수집해온 샘플을 분석해 탄소와 물의 증거를 발견했다. [NASA 제공]

    NASA는 무인탐사선 오시리스 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수집해온 샘플을 분석해 탄소와 물의 증거를 발견했다. [NASA 제공]

    ‘행성 과학 저널(The Planetary Science Journal)’에 게재된 또 다른 논문에 따르면 지구에 더 근접한 거리에서 프시케 못지않은 1경 원 가치의 ‘미니 프시케’가 발견됐다. 하지만 지구에서 비교적 접근 환경이 좋은 소행성이라 해도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이러한 자원을 채굴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NASA의 오시리스 렉스의 경우 소행성 베누에서 약 70g의 유효 샘플을 얻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3120억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수집한 샘플을 분석해 높은 탄소 함량과 물 성분을 확인함에 따라 우주 채굴 기술 개발이 높은 비용을 넘어 과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단테 로레타 오시리스 렉스 수석연구원은 “45억 년간 먼지와 암석에 보존돼 있던 고대 비밀을 들여다보면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며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단서만으로도 생명의 시작 등 우주의 신비를 푸는 데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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