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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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에서 명예 회복 나서는 남녀골프

[김도헌의 골프 이야기] 9월 23일 아시안게임 개막… “반드시 금메달 따겠다”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23-09-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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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1년 늦춰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 9월 2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개막한다. 19번째를 맞은 이번 아시안게임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산하 45개국에서 약 1만2500명 선수가 참가한다. 10월 8일까지 40개 정식 종목, 61개 세부 종목에서 총 483개 금메달을 놓고 열띤 레이스를 펼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임성재(왼쪽)와 김시우. [뉴시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임성재(왼쪽)와 김시우. [뉴시스]

    역대 최강 남자 골프대표팀

    선수와 코치를 포함해 역대 최다인 선수단 1180명을 파견하는 한국은 금메달 50개 이상을 획득해 3위를 목표로 한다. 1998 방콕아시안게임부터 2014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중국에 이어 5회 연속 종합 2위에 오른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일본(금메달 75개, 은메달 56개, 동메달 74개)에 ‘넘버 2’ 자리를 내주고 3위(금메달 49개, 은메달 58개, 동메달 70개)로 내려앉았다. 항저우에서 내심 2위 탈환도 욕심내는 한국이 목표를 초과 달성하려면 육상(우상혁), 수영(황선우) 등 기초 종목과 함께 ‘효자 종목’으로 불리는 양궁, 태권도, 유도, 펜싱 등에서도 금메달이 쏟아져야 한다. 야구와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대회에 이어 연속 동반 우승에 도전하는 가운데 또 다른 기대 종목이 바로 골프다.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나흘 동안 항저우 웨스트 레이크 인터내셔널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골프는 4라운드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남녀 각각 개인, 단체전 총 4개 금메달을 놓고 겨룬다. 남자는 출전 선수 4명 중 상위 3명의 성적을 합산해 단체전 성적을 매기고, 여자는 출전 선수 3명의 성적을 더해 단체전 순위를 가린다.

    한국은 프로선수 출전이 처음 허용된 남자부에서 금메달 2개를 모두 노리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25), 김시우(28)가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아마추어 장유빈(21)과 조우영(22)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임성재와 김시우가 가세하면서 남자 골프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꼽힌다.

    ‘프로 잡는 아마’로 불리는 조우영(왼쪽)과 장유빈. [KPGA 제공]

    ‘프로 잡는 아마’로 불리는 조우영(왼쪽)과 장유빈. [KPGA 제공]

    2018~2019년 PGA 투어에 데뷔해 아시아인 최초로 신인왕을 차지한 임성재는 투어 통산 2승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부터 5년 연속 플레이오프(PO)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무대를 밟는 등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다. 2022~2023시즌 PGA 투어 30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을 9번 기록했으며,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705만2421달러(약 93억3000만 원) 상금을 획득했다.



    1월 소니 오픈에서 투어 통산 4승을 수확한 김시우도 5월 AT&T 바이런 넬슨 공동 2위,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 4위 등 톱10에 5번 이름을 올리며 7년 만에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해 꾸준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임성재와 김시우는 지난해 도쿄올림픽 때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험도 있다.

    ‘프로 잡는 아마’ 조우영과 장유빈은 한국 남자골프의 미래로 불린다. 조우영은 4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 오픈에서 패권을 차지했고, 장유빈 역시 8월 코리안투어 KPGA 군산CC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쟁쟁한 형들과 겨루면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하는 뚝심을 보인 만큼, 금메달 중압감 속에서도 기량을 펼쳐야 하는 아시안게임 무대를 앞두고 두 선수를 향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김시우까지 4명 모두 아직 병역 미필자라 금메달을 따면 병역 특례 대상이 된다는 점도 또 다른 힘을 기대케 하는 요소다. 임성재는 “4명이 힘을 합쳐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자부는 ‘고교생 3총사’ 김민솔(17)과 임지유(18), 유현조(18)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김민솔이 에이스다. 2019년 제주도지사배 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2022년 블루원배 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과 송암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주니어 시절부터 빼어난 실력을 뽐낸 김민솔은 고교 1학년이던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10위를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다. 올해 6월 내셔널타이틀 한국여자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일찌감치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로 꼽혀왔다. 9월 17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언니들과 겨뤄 공동 5위로 최종 담금질을 마친 김민솔은 “어릴 때부터 목표로 한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프로 대회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10위를 차지한 김민솔. [KLPGA 제공]

    지난해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10위를 차지한 김민솔. [KLPGA 제공]

    2018 ‘노 골드 수모’ 설욕하나

    아시안게임에 골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2 뉴델리대회 때다. 남자가 먼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여자는 8년 뒤인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였다.

    한국은 그동안 10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9개를 수확했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김기섭·김성호·김종필·곽유현) 우승이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었다. 2006년 카타르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4개 금메달을 모두 싹쓸이하며 정점을 찍었다. 카타르에선 김경태, 강성훈, 김도훈A, 김도훈B(이상 남자), 유소연, 최혜용, 정재은(이상 여자)이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남 김경태, 여 유소연)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차지했다. 광저우에선 김민휘, 이경훈, 박일환, 이재혁(이상 남자), 김현수, 김지희, 한정은(이상 여자)이 나섰고 김민휘와 김현수는 개인전까지 우승해 각각 2관왕 영예를 안았다.

    기대를 모았던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여자 개인전 박결), 은메달 3개에 그친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20년 만의 노 골드’ 수모를 겪었다. 오승택, 김동민, 장승보, 최호영(이상 남자), 임희정, 유해란, 정윤지(이상 여자)가 나섰지만 남자 개인전 은메달(오승택)과 단체전 동메달, 여자 단체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남자부에선 일본이 개인·단체전을 석권했고, 여자부에선 필리핀이 금메달 2개를 모두 가져갔다.

    항저우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는 남녀 골프대표팀은 금빛 낭보를 전해줄 수 있을까. 골프 팬들에게 추석 연휴 기분 좋은 소식을 들려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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