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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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먹어도 몸무게 줄어” 획기적 비만치료물질 등장에 국내외 증시 들썩

일론 머스크도 먹는 비만치료제… 하반기 시장 주인공으로 부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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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9-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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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 주가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왼쪽)의 인기에 힘입어 연중 신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홈페이지 캡처,  자료 | 신한투자증권]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 주가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왼쪽)의 인기에 힘입어 연중 신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홈페이지 캡처, 자료 | 신한투자증권]

    “노보 노디스크도 당뇨·비만치료제 효과로 루이비통을 앞질렀지 않나.”

    9월 6일 네이버 비만치료제 관련주 종목토론방에 한 개인투자자가 올린 글이다. 이달 들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프랑스 명품 대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면서 제2 노보 노디스크 찾기가 한창이다.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는 “비만치료제와 탈모치료제는 파급력이 초전도체 바로 아래급”이라는 농담도 나온다.

    상반기 주식시장 주인공이 ‘빅테크 기업’이었다면 하반기는 ‘비만치료제 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8월부터 시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견조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비만치료제 대장주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주가가 전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특히 증시에서 약세가 관측됐던 8월에만 주가가 15.2% 오르며 대세주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와 코스피는 각각 1.7%, 2.9% 하락했다.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 역시 당뇨치료제 ‘마운자로’가 의사 재량에 따라 비만치료제로도 처방되는 사실이 조명받으면서 8월에만 주가가 21.9% 급등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560조 원, 708조 원에 달한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중심에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있다. 위고비는 당뇨 및 비만치료 시장에서 각각 30%, 50%를 점유하는 등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 모델이자 배우인 킴 카다시안이 위고비로 체중을 감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공급난마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로 약 13㎏을 감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고비가 체중 감량 외에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감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뇨 병력이 없는 45세 이상 성인 1만76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주 1회 위고비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뜻밖에도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이 20% 감소한 것이다.

    급기야 노보 노디스크의 선전으로 덴마크 경제가 큰 수혜를 입는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덴마크는 8월 31일 제약산업의 높은 성장세를 주요인으로 꼽으면서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1.2%로 상향했다.

    비만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만치료제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유행병’으로 진단하면서 2020년 약 9억8880만 명에 달하던 전 세계 비만인구가 2035년 19억1400만 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밴티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6억 달러(약 15조4900억 원)에서 2030년 390억 달러(약 52조80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관련 시장이 같은 기간 1000억 달러(약 133조5300억 원) 규모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유행병으로 진단하고 있다. [동아DB]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유행병으로 진단하고 있다. [동아DB]

    비만치료제 기업 주가 380% 오르기도

    국내 제약 기업 역시 비만치료제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8월 24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셀트리온제약을 주축으로 펩타이드 기반의 당뇨·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약품 역시 이달 올해 중 비만치료제 개발 전담 조직을 만들고 차세대 비만치료제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뇨·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춘 펩트론의 경우 올해에만 주가가 380% 이상 상승하는 등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최근 주목받는 기업은 시너지파트너스그룹의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 뉴로바이오젠이다. 뉴로바이오젠은 9월 1일 자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KDS2010’에 대한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등재됐다고 밝혔다. 지방분해와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뇌 속 신경세포 ‘GABRA5’를 최초 발견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너지파트너스그룹의 종속회사인 시너지이노베이션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너지이노베이션은 뉴로바이오젠의 전환사채(CB)를 보유 중인데,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수 있다. 뉴로바이오젠은 KDS2010의 임상 1상을 승인받은 후 2상에 도전하고 있다.

    KDS2010은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 연구팀이 치매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뜻밖의 활용 가능성을 발견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뇨치료제에서 시작된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와 마찬가지로 연구 과정에서 제2 효능을 발견한 경우다. 연구팀은 뇌 속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 ‘별세포’를 통해 지방 대사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 측시상하부의 별세포가 GABRA5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조절해 체중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알아낸 것이다.

    연구진은 해당 물질에서 기존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이 관측되지 않은 만큼 좀 더 개선된 비만치료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준 단장은 9월 7일 기자와 통화에서 “현재 사용되는 비만치료제는 식욕 감퇴 등이 나타나 라이프스타일을 깨뜨리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KDS2010은 식욕과 무관하게 지방세포 대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전과 똑같이 먹으면서도 몸무게만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비만환자들을 대상으로 투여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본격적으로 확인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위고비 1년 처방에 2160만 원

    비만치료제의 높은 가격은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 보건 전문 비영리기관 카이저패밀리재단(KFF)에 따르면 8월 기준 미국에서 위고비 한 달 처방 가격은 1349달러(약 180만 원)다. 1년 동안 위고비를 처방받을 경우 2160만 원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미국 보험회사는 비만치료제를 ‘허영심 마약(vanity drugs)’이라고 칭하며 보험 적용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작용 우려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희대 약대·아주대 의대 및 약대 공동 연구팀이 2010년부터 10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부작용보고시스템에 비만치료제 부작용으로 보고된 1만3766건을 분석한 결과 펜터민, 삭센다 등 주요 비만치료제를 사용한 경우 위장관 장애(29.1%), 정신 장애(25.7%), 중추 및 말초신경계 장애(10.2%)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의 16%가 2개 이상의 항비만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현실도 관련 부작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에도 향후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비만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 경쟁력 있는 회사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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