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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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脫중국 본격화, 대안으로 부상한 ‘알타시아(Altasia)’ ‘

아시아 공급망’ 14개국, 자원·노동력·기술력·자본 갖춰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3-07-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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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빅테크 기업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베트남 박장성 공장 전경. [RIONS VN]

    미국 빅테크 기업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베트남 박장성 공장 전경. [RIONS VN]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동쪽으로 60㎞ 떨어진 박장성(省) 박장시에 위치한 산업단지에 앞다퉈 입주해 공장 부지 확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애플의 최대 납품업체인 대만 폭스콘도 이곳에 50만㎢ 규모의 공장을 새로 건설하고 있다. 폭스콘은 그동안 중국 본토에서만 만들던 애플 노트북 맥북을 이곳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애플 에어팟과 아이패드는 이미 베트남에서 생산 중이다. 대(對)중국 공급망 의존 줄이기에 나선 애플은 베트남과 인도로 공장을 대거 옮기고 있다. 스티븐 챙 미국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2030년까지 중국 의존도를 20~4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5월 중국 최대 수출국은 미국 아닌 아세안

    전기차업체들도 중국 이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과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는 신차 공동개발을 위해 인도 공장에 6억 달러(약 7828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의류와 신발 등 경공업 기업들도 생산 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아디다스의 경우 신발 생산 비중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각각 36%, 30%를 기록하며 이미 중국(15%)을 앞질렀다. 최근 2년간 글로벌 기업의 63%가 중국 내 생산 기지의 40% 이상을 인도와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인도와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공급망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대안으로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아 아시아 국가에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대 시장인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상무부 통계를 인용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며 중국 수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중국의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올해 1∼5월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유럽연합(EU)에 이어 3위로 내려갔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발표한 월 단위 무역 통계에 따르면 완구(-55.1%), 가구(-38.4%), 플라스틱 제품(-28.7%), 방직(-19.6%) 등 업종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크게 줄었다. 이 업종들은 그동안 중국이 인건비 등에서 강점을 보이던 분야인데 현재는 베트남, 멕시코, 인도 등으로 옮겨갔다.

    미국 컨설팅 기업 커니(Kearney)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아시아 국가(한국·일본 제외)로부터 수입한 제품 중 중국산 비율은 50.7%로 2013년(70%)보다 20%p가량 감소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아시아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제품 중 중국산 비율은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상호 의존도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기업들도 탈(脫)중국에 나서고 있다. EU 중국 주재 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투자를 중국 이외 국가로 이전할 것을 고려하는 기업 비율이 23%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동인구·임금 경쟁력 앞서는 알타시아

    그렇다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글로벌 기업이 몰려들면서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인건비 상승, 중국 정부의 기술이전 압력,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금지를 비롯한 각종 제재 조치 등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최대 장점이던 값싼 노동력을 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부각된다. 중국 제조업체 임금은 지난 10년간 2배나 올라 이제는 시간당 평균 8.27달러(약 1만784원)에 달한다(그래프 참조). 태국, 인도, 베트남 등에 비해 2~3배 비싼 금액이다. 노동 의존도가 높은 제품은 견딜 수 없는 구조다. 또 미국 정부의 강력한 첨단기술 통제 조치에 따라 글로벌 첨단기술 기업들이 더는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것도 원인이다. 중국이 앞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중장기 경제성장률 예측에 뛰어난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5년 이내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알타시아 14개국.

    중국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알타시아 14개국.

    이처럼 중국의 ‘매력’이 사라지면서 ‘알타시아(Altasia)’ 국가가 부상하고 있다. 알타시아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대안(alternative)’과 ‘아시아 공급망(Asian supply chain)’의 합성어다. 중국을 대신해 새롭게 부상하는 아시아 공급망이라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는 알타시아 국가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브루나이 등 14개국을 지목했다. 알타시아 14개국의 전체 노동인구(15~64세)는 15억2000만 명으로 중국(9억 5000만 명)보다 훨씬 많다. 고등교육을 받은 25~54세 인구도 1억5500만 명으로 중국(1억 4500만 명)보다 많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년간 알타시아 국가의 대미 수출 규모는 6340억 달러(약 826조3000억 원)로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 6140억 달러(약 800조2800억 원)를 웃돌았다. 이런 수치들을 볼 때 알타시아 국가는 개별적으로 중국을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14개국 전체의 경쟁력을 따지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의 시간당 평균 제조인력 임금은 중국의 3분의 1수준인 2~3달러(약 2600~3910원)에 불과하다.

    알타시아 국가 대부분 아세안 회원국

    말레이시아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자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미국과 협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주말레이시아 미국대사관]

    말레이시아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자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미국과 협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주말레이시아 미국대사관]

    알타시아 국가는 대부분 아세안 회원국으로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왔다. 게다가 저마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자원이 풍부하다. 싱가포르는 금융과 물류 서비스에서 홍콩보다 앞선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전자제품, 태국은 자동차·포장식품, 인도네시아는 기계·석유화학, 필리핀은 포장식품·의류, 싱가포르는 반도체·바이오의약품·항공우주부품 등에서 강한 면모를 지닌다. 한국과 일본, 대만은 고도로 숙련된 기술과 자본을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알타시아 국가 중 상당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고 있다. IPEF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 △조세와 반부패 등 4개 필러(pillar·분야)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경제협력을 강화하고자 만든 다자간 경제협력체다.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7개국(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남태평양 도서국 피지 등 모두 14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IPEF를 통해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등 전략 품목의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왔다. IPEF 14개 회원국은 5월 27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장관회의에서 공급망 분야 협정을 타결했다. 그 핵심 내용은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와 ‘공급망 위원회’ 창설이다. IPEF 회원국은 이 협정을 통해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 희토류 등 주요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한 상황에서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핵심 광물의 채굴 확대 등 회원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알타시아 14개국은 IPEF를 연결고리로 중국의 ‘대안 공급망’을 구축할 수도 있다.

    막강한 소비력 지닌 중국 외면 못 해

    하지만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알타시아 국가가 아직은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중국의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약화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질 높은 풍부한 노동력과 잘 갖춰진 산업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알타시아 국가는 임금이 저렴한 반면, 각 나라마다 노동력의 질적 수준 차이가 상당한 편이다. 또 공급망도 한 나라에서 움직이는 것과 여러 나라를 거치는 것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생산기지로서뿐 아니라, 소비시장으로서 중요도 역시 높아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의류의 4분의 1, 보석과 핸드백의 3분의 1, 자동차의 5분의 2를 소비한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런 막강한 소비력과 구매력을 외면한 채 중국을 완전히 떠날 수는 없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알타시아 국가가 단시간 내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유지하는 한편, 알타시아 국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점진적으로 생산시설을 늘리면서 공급망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 위상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알타시아 국가의 비중과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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