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4

2021.11.12

침·잠·하품… 내 의지가 아니었어요 [SynchroniCITY]

우리 몸의 진정한 주인은 뇌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1-11-15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하품을 연달아 하는 것은 뇌 온도가 올라갔다는 신호, 즉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의미다. [GettyImages]

    하품을 연달아 하는 것은 뇌 온도가 올라갔다는 신호, 즉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의미다. [GettyImages]

    영대 아까 막국수는 혼자 드시고 오신 거예요?

    현모 네. ㅋㅋ

    영대 거기에 현모 님 전용석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현모 ㅎㅎㅎ 그러니까요. 전용 식기랑 앞치마랑. ㅎㅎ



    영대 항상 드시는 백무 자동 리필 버튼까지~.

    현모 ㅍㅎㅎㅎㅎ 저는 ‘강영숙’(막국수 프랜차이즈)의 개예요.

    영대 ㅍㅎㅎㅎ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라 강영숙의 개.

    현모 영대 님은 그런 거 없죠? 듣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영대 음…. 뭐가 있지?

    현모 저랑 통화할 때마다 드시는 라면? 건면?

    영대 ㅎㅎㅎ 아니 무슨 와이프만큼 나를 잘 아는 거 같아. 그것도 있고, 저는 커피?

    현모 으악, 저도 아이스라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누가 올린 사진만 봐도 살짝 잠이 깨는 거 같으면서 당장 마시고 싶어져요. 츄릅~.

    영대 뭐, 아침 되면 자동으로 마셔야 하는 약간 습관에 가까운 거 같아요.

    현모 그죠. 저도 안 마시면 잠이 안 깨요. 아, 근데 갑자기 생각난 게 제가 어제 어떤 분을 인터뷰했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잠을 서너 시간밖에 안 잔대요.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 5~6시 사이가 되면 알람도 없이 무조건 눈을 뜬다는 거예요.

    사람마다 자기한테 맞는 적정 수면 양과 패턴이 있다. [GettyImages]

    사람마다 자기한테 맞는 적정 수면 양과 패턴이 있다. [GettyImages]

    영대 잠이 깰 수는 있죠.

    현모
    그냥 살짝 깨는 게 아니라, 빡 일어나 바로 나가서 운동하고 하루를 쭉 보낸대요. 그러면 졸리지 않느냐고 하니까, 하나도 안 졸리대요! 평생 살면서 7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체질적으로 잠을 안 자도 되는 사람인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영대 어휴, 말도 안 돼.

    현모 그러고 보면 예전에 탐험가 한비야 님도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선천적으로 ‘쇼트슬리퍼(short sleeper)’라서 이틀에 한 번꼴로 짧게 잔다고. 몸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요.

    영대
    진짜요? 저는 일곱, 여덟 시간은 꼭 자야 돼요.

    현모
    저도 그렇거든요!! 정말 너무 부럽지 않아요?

    영대 정말 건강에 문제가 없을까요? 그래도 하루는 진짜 길겠네요.

    현모 전 잠을 알약 같은 걸로 대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주 바라거든요. 집중이 막 잘될 때 다음 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야 되는 것도 싫고, 할 일이 많은데 피곤해서 금방 못 일어나는 것도 너무 싫어서요.

    영대 시간이 아깝다는 강박 같은 게 약간 있는 거 아니에요?

    현모 잠과 나의 관계가 별로 안 좋은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자꾸 사회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식의 논리를 주입하니까 푹 잘 잔 날엔 괜히 뭘 잘못한 거 같고….

    영대 ‘4당5락’ 들어봤어요?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우리 땐 그런 얘기 듣고 자랐어요.

    현모 어휴, 말도 안 돼. 다 좀비 만들 셈인가!

    영대 심지어 3당4락이라는 말까지 나왔는걸요?

    현모 그런 논리가 오늘날까지 제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요. 옛날에 에디슨이나 나폴레옹도 하루 3~4시간 자고도 거뜬했다 하고요. 아주 오래전 TV에서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는데, 고(故) 앙드레김 선생님도 그냥 차에서 이동하며 쪽잠을 자는 걸로 충분하다고 하셨어요. 그 장면이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머릿속에 강하게 박혔어요. 저한텐 너무 충격적이었거든요.

    영대
    지나치게 많이 잘 필요까진 없어도, 그래도 개운할 정도는 자야죠. 저마다 자기한테 맞는 적정 수면의 양과 패턴이 있을 테니까요. 난 꿀잠 자고 나면 좋던데.

    현모 오늘은 아침에 남산을 다녀왔는데, 제가 한 5시간가량 자고 나갔으니까 아주 못 잔 것도 아니었는데도 미친 듯이 하품이 나오는 거예요. 찢어지는 하품 있잖아요. 아암~ 하고 큰 소리가 밖으로 나오는.

    영대
    ㅎㅎㅎ 되게 지루했나 보다.

    현모 안 지루했어요! 그런데도 완전 통제 불가능하게 하품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오는 거, 뭔지 아시죠? 일행 중에 헬스트레이너 강사가 있었는데, 저한테 그럴 때는 물을 마시라고 하더라고요. 몸속 세포에 산소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아서 그런 건데, 그럴 땐 수분을 보충하면 괜찮아진다고요.

    영대 그죠, 하품을 하는 이유는 사실 단지 졸리거나 지겨워서가 아니라, 굉장히 여러 가지 생리적인 메커니즘이 작용한 결과니까요. 그래서 절대 억지로 참지 말라고 하잖아요.

    현모 참으려야 참을 수도 없어요!

    영대 저도 강의하다 보면 어쩌다 마스크 안으로도 하품하는 게 보이고 눈물까지 찔끔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꼭 강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란 걸 아니까 별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현모 여하튼 나만 왜 이러나 싶었는데, 기본적으로 뇌 온도가 올라가 있다는 신호라고, 그게 곧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의미래요. 수면 부족이든, 혈중 산소 부족이든 뭔가 밸런스가 깨져 있는 거죠.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도 하품을 심각하게 연달아 할 때가 있는데….

    영대 어, 저 지금 하품했어요.

    현모 ㅡ.ㅡ 에잇! 뭐예요.

    영대 아니 그냥 했다고 알려드리는 거예요. 나는 하품을 언제 주로 하나 관찰하고 있었거든요.

    현모 오늘 대화 주제가 피, 땀, 눈물이 아니라 침, 잠, 하품인 거 같네요.

    영대 맞다, 생리현상 하니까 생각났어요. 며칠 전 방송 녹화를 하는데 게스트로 출연한 어떤 교수님이 말씀하시다 갑자기 기침을 조금 하시더니, 결국 웃음까지 터져서 끝내 기침만 계속하시다 끝난 거 알아요? 거의 방송 사고 수준이었어요.

    현모 흠. 방송 도중엔 긴장감과 아드레날린 분비로 심각한 사레가 들리지 않는 한 기침은 웬만해선 저절로 억제가 되는데, 그렇게 말씀 도중에 대놓고 기침을 하셨다는 건 상당한 심리적 원인일걸요? 잘은 모르지만 뭔가 멘트에 자신이 없었다거나,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거나. 교향악 연주회장에서 악장 사이에 너도 나도 기침하는 거랑 비슷하죠. 그것도 다 심리에서 비롯된 거잖아요.

    우리 신체 전체를 조작하고 움직이는 뇌가 몸의 주인이다. [GettyImages]

    우리 신체 전체를 조작하고 움직이는 뇌가 몸의 주인이다. [GettyImages]

    영대 아아, 연주회장 가면 갑자기 무슨 릴레이처럼 콜록콜록 하는 거 너무 웃겨요.

    현모
    그게 다들 기침을 하는데 나도 지금 기침을 해놓지 않으면 연주 중간에 기침이 나올까 봐 불안해서 따라 하는 거라잖아요. 집단심리. 오죽하면 ‘기침’이 심포니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악기라는 말도 있을 정도겠어요. ㅋㅋㅋ

    영대
    그러고 보면 기침도, 하품도, 잠도, 지금까지 언급한 것이 전부 뇌의 영향이네요.

    현모 맞아요! 뇌가 핵심이에요. 그동안은 뇌가 주로 생각을 관장하는 기관이라고 여겨왔지만, 실은 우리 신체 전체를 조작하고 움직이는, 우리 몸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거 같아요. 바꿔 말하면 뇌만 살짝만 속여주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되는 거죠.

    영대 하긴. 그래서 요새는 뇌과학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는 거 같아요. 몇 달 전 한 국내 기업이 개발한 새로운 사운드 솔루션 시연 자리에 갔었는데요. 음이 위상에 따라 뇌의 어느 부위에 맺히는지를 기반으로 마스터링한 거예요. 그러니까 출력 디바이스를 뭘 쓰더라도, 아무리 싸구려 이어폰을 사용하더라도 단 2채널만으로 마치 스피커가 100개 설치돼 있는 듯 뇌가 음의 전후, 고저, 좌우 위치를 다르게 인식하는 거예요.

    현모 우~와!! 처음부터 귀를 공략하는 게 아니라 뇌를 속이는 거네요!?

    영대 극장처럼 5채널, 7채널로 구현하는 입체음향이랑은 차원이 달랐어요. 천둥소리, 발소리, 이런 걸 들려주는데 실제로 밖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고 중간에 이어폰을 뺐다 다시 꼈다니까요. 소리가 귀로 들어오는 느낌이 아니에요. 나중에 이런 기술로 음원이 나오면 대중음악뿐 아니라 치료에도 쓸 수 있고 정말 좋을 거 같아요.

    현모 공포영화 보면 대박 무섭겠네요.

    영대 어엇!

    현모 왜요?

    영대 저 지금 또 하품 났어요.

    현모 아웅 진짜!! 얘기 너무 재미있는데!!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