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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나타난 英 퀸엘리자베스가 韓 경항모에 준 교훈

F-35B, 北 타격 벙커버스터 탑재 불가… 항모 개조 노하우 확보 필요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부산 나타난 英 퀸엘리자베스가 韓 경항모에 준 교훈

8월 31일 동해상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 해상훈련을 하고 있는 영국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왼쪽)와 퀸엘리자베스 비행갑판에서 이륙하는 F-35B 전투기. [사진 제공 · 영국 해군]

8월 31일 동해상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 해상훈련을 하고 있는 영국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왼쪽)와 퀸엘리자베스 비행갑판에서 이륙하는 F-35B 전투기. [사진 제공 · 영국 해군]

8월 30일 영국 해군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가 부산 인근 해역에 나타났다. 퀸엘리자베스는 부산 앞바다를 거쳐 동해로 진입한 후 경남 인근 해상을 선회해 동중국해로 돌아갔다. 영국 측은 동해 일대를 항해하는 동안 한국 국방부, 한국형 항모 사업 관계자, 언론사 기자로 구성된 견학단을 꾸려 함정 공개 행사도 벌였다. 견학단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헬기장에서 영국군 멀린(Merlin) HM.1 다목적 헬기를 타고 30여 분을 날아 퀸엘리자베스에 승선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영국 해군은 한국 손님을 위해 항모전단에 배속된 공군 제617비행대 소속 F-35B 전투기의 이착함을 연출해 항모 작전 능력을 과시했다.

‘고객’ 모신 영국 해군

영국이 한국 견학단을 헬기로 모시고 악천후에 전투기까지 띄운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이 항모 도입을 추진하는 잠재적 ‘고객’이어서다. 때마침 9월 1일 영국 방위산업체 밥콕(Bobcock International Group)이 부산에서 현대중공업과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언론에는 항모 예찬론이 쏟아졌다. 해군도 9월 2일 부산에서 제15회 국제해양력심포지엄을 개최해 경항모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영국 항모전단의 위용에 쏟아지는 찬탄 속에서 냉철하게 짚을 것이 있다. 경항모를 건조하고 비행갑판에 스키점프대를 설치하면 퀸엘리자베스에서처럼 F-35B 전투기가 굉음을 내뿜으며 5초 만에 하늘로 솟구칠 수 있다. 다만 발진한 F-35B가 높은 가격 대비 얼마나 전투 능력을 발휘할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 첫 실전은 중동 테러단체 IS(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거점 폭격이다. 6월 하순 지중해를 항해하던 퀸엘리자베스에서 IS 폭격을 위해 F-35B가 발진했다. 스키점프대에서 날아오른 F-35B는 하나같이 날개 아래에 공대공미사일을 달고 있었다. 스텔스 전투기는 레이더 반사 면적을 최소화하고자 무장을 기체 내부에 수납하는 것이 기본이다. 스텔스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F-35B가 외부 무장을 주렁주렁 달고 작전 지역으로 날아가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 원인은 F-35B 내부 무장창 문제였다. 공군형 F-35A나 해군 사출형 F-35C와 달리 F-35B는 수직 이착륙을 위해 본래 F135-PW-100 엔진보다 더 크고 복잡한 구조인 F135-PW-600 엔진과 보조 장치를 기체 내부에 설치했다. 수직 이착륙 능력을 갖춘 대신 내부 무장창은 좁아지고 무장·연료 탑재량이 줄었다. 전투기로서 가장 중요한 화력과 전투 행동 반경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형 항공모함 운용 방식을 CATOBAR(캐터펄트 사출)로 하면
F -35C(사진) 등 우수한 함재기를
도입할 수 있다. [AP=뉴시스]

한국형 항공모함 운용 방식을 CATOBAR(캐터펄트 사출)로 하면 F -35C(사진) 등 우수한 함재기를 도입할 수 있다. [AP=뉴시스]

F-35B ‘가성비’ 실망한 美·英

한국형 항모가 주요 표적으로 삼을 북한 전략시설물은 대부분 깊은 지하에 있다. 벙커버스터 등 막대한 무장을 실은 전투기가 타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부 무장창이 협소해 벙커버스터를 운용할 수 없는 F-35B의 약점은 치명적이다. F-35B가 같은 시리즈 모델 가운데 가장 비싼 점도 흠이다. 영국은 F-35B 48대를 91억 파운드(약 14조5857억 원)에 구입했다. 전투기 1대 가격이 호위함 1척과 맞먹는 약 3000억 원으로, F-15K 전투기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미국과 영국이 ‘가성비’에 실망해 도입 물량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생산 물량이 줄면 한국 구매 시점에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우리 군은 함재기 20여 대 도입에 예산 2조 원 안팎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F-35B 6대밖에 못 사는 규모다.



영국은 F-35B 도입을 전제로 설계된 항모 퀸엘리자베스의 작전능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해 말 대대적인 개조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갑판을 뜯어고쳐 미 해군 항모와 같은 사출기(catapult)를 설치하기 위해 입찰 업체를 찾고 있다. 다행히 한국형 항공모함 사업에 참여한 현대중공업은 퀸엘리자베스를 설계·건조하고 이번 개조 작업도 맡은 영국 밥콕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직 탐색 개발이 시작되지 않은 한국형 항공모함 사업의 방향을 크게 틀어 퀸엘리자베스 개조 프로그램의 경험과 기술을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한국형 항공모함의 함재기 운용 방식을 STOVL (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단거리 수직 이착륙)에서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캐터펄트 사출)로 바꾸면 기종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진다. F-35B보다 작전능력이 월등히 우수하면서도 획득·유지비용은 저렴한 기종을 채택할 수 있게 된다. F-35C나 F/A-18E/F 블록(Block) III, 심지어 KF-21 해군형도 고려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아직 한국형 항공모함 사업의 첫 단추는 꿰어지지 않았다. 국가 안보와 번영이 걸린 경항모 사업에서 현명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주간동아 1306호 (p54~55)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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