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5

2021.01.29

수중에 150만 원 있다면 이 스마트폰, 사겠습니까

“완전체가 나타났다” vs “잡스러운 기능이 많네”…삼성전자 갤럭시 S21 울트라 체험기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1-01-3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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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하지만 지금 매장에 체험 물량이 아예 없어요.” 

    허탕이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1’ 시리즈를 체험해보고자 1월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삼성디지털프라자 홍대점을 찾았다. 삼성전자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며칠간 무료로 써볼 수 있는 ‘갤럭시 투 고(To Go)’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를 활용할 생각이었는데 오프라인에서 빌릴 수 있는 모델은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매장 오픈 15분 전 도착했을 때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3명도 모두 갤럭시 To Go 서비스를 사전에 예약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치고 예약 기종을 받아 돌아갔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 매장에서 ‘갤럭시 노트20’을 빌려 써보고 기사를 썼다(‘주간동아’ 1255호 ‘갤럭시 노트20 써보니 카메라 기능과 S펜 편의성 높아져’ 기사 참조) 이때만 해도 매장에서 제품을 빌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빌릴 수 있는 폰이 없다

    카카오톡에서 ‘갤럭시 To Go 서비스’를 친구 추가하면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구희언 기자]

    카카오톡에서 ‘갤럭시 To Go 서비스’를 친구 추가하면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구희언 기자]

    삼성전자는 이번 시리즈부터 온라인으로도 체험 예약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에 방문 예약 가능 수량과 온라인 예약 가능 수량이 뜬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갤럭시 To Go 서비스’를 검색해 추가한 뒤 온라인 예약 버튼을 누르고 동의하면 제품을 대여할 수 있는 QR코드가 발급된다. 오전 9시부터 낮 12시 전까지 예약하면 다음 날 지정 매장에서 제품을 받을 수 있고, 낮 12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예약하면 이틀 후 빌릴 수 있다. 

    갤럭시 S21 시리즈는 6.2인치 갤럭시 S21, 6.7인치 갤럭시 S21 플러스, 6.8인치 갤럭시 S21 울트라 3종으로 출시됐다. 정식 출시에 앞서 주요 온라인 전자기기 커뮤니티에서 예약하지 않고 매장에 갔다 허탕 쳤다는 후기를 여럿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계에서 종종 쓰는 방법처럼 일부러 물량을 적게 풀어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며 “그게 아니라면 서비스에 쓰인 제품은 판매 가치가 없는 중고품이 되기에 물량을 최소화하고자 대여 대수를 줄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낮 12시가 되자마자 온라인 예약을 신청했는데, 삼성디지털프라자 도곡점과 잠실점에만 물량이 있고 그마저도 3종이 다 있는 매장은 없어 신제품의 인기를 실감했다. 갤럭시 To Go 서비스는 3월 14일까지 운영되니 체험하고 싶다면 온라인 예약을 추천한다.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말이다. 


    ‘갤럭시 투 고(To Go)’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삼성디지털프라자 홍대점. [구희언 기자]

    ‘갤럭시 투 고(To Go)’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삼성디지털프라자 홍대점. [구희언 기자]

    갤럭시 S21 울트라 
모델은 별도의 
터치펜을 사용해 노트처럼 쓸 수 있다. [구희언 기자]

    갤럭시 S21 울트라 모델은 별도의 터치펜을 사용해 노트처럼 쓸 수 있다. [구희언 기자]

    아쉬운 대로 제품을 빌리는 대신 매장에서 1시간 넘게 S21과 S21 플러스, S21 울트라 모델을 살펴봤다. 주로 카메라와 펜 기능을 확인하고 기존에 쓰던 삼성 스마트폰과 비교해봤다. 

    갤럭시 S21 시리즈를 사려는 게 카메라 때문이라면 옳은 선택이다. 펜을 쓰기 위함이라면 그 역시도 S21 울트라 모델 한정으로 옳은 선택이다. S21 울트라는 S 시리즈 중 처음으로 터치펜을 지원한다. 사전 구매 예약자에게는 터치펜을 수납할 수 있는 전용 케이스가 사은품으로 지급됐다. 이 터치펜은 S21이나 S21 플러스 화면에서는 인식되지 않았다. 

    꾸준히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써온 기자가 작은 S 시리즈로 넘어가지 못한 건 펜 때문이었는데, 이 정도라면 넘어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필기는 물론이고, 사진 찍을 때 타이머로 쓰는 기능도 온전히 활용할 수 있었다. 다만 화면이 큰 S21 울트라에 터치펜 수납 케이스까지 끼우면 부피가 너무 커져 평소 스마트폰을 겉옷 주머니나 미니백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선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스페이스 100배 줌 기능도 S21 울트라에만 있다. 최상위 모델인 S21 울트라는 1200만 화소 초광각카메라와 1억800만 화소 광각카메라, 10배 광학 줌 망원카메라를 담아 두둑하고 묵직하다. 100배 줌은 실생활에서는 크게 쓸 일이 없어 보였고, 20~30배 줌만으로도 다양한 앵글이나 장면을 담아내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줌을 한 뒤 고정할 수 있는 ‘줌 로크’ 기능이 유용했다.

    사진 속 불청객도 터치 몇 번으로 제거

    갤럭시 S21 시리즈로 찍은 사진 속 불청객은 지우개 기능으로 손쉽게 지울 수 있다. [구희언 기자]

    갤럭시 S21 시리즈로 찍은 사진 속 불청객은 지우개 기능으로 손쉽게 지울 수 있다. [구희언 기자]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걸 즐기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기능은 셀카 배경 설정과 불청객 지우개 기능이 아닐까 싶다. 줌(ZOOM)으로 화상 회의를 할 때 너저분한 집 배경 대신 가상의 배경을 깔 수 있는데, 갤럭시 S21 시리즈 역시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을 없앨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또한 사진을 사진첩에서 편집할 때 사진에서 지우고 싶은 부분을 터치하면 그 부분만 감쪽같이 지워졌다. 매장에서 스마트폰이 전시된 테이블을 촬영한 뒤 사진에서 테이블에 놓여 있던 손 소독제 병을 터치하자 깔끔하게 사라졌다. 

    매장에서 체험하는 동안 가장 만족스러웠던 이 기능을 사용해 찍은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20대 직장인인 후배로부터 “우와, 진짜 잘 지워지네요. 이걸로 제 상사도 지워버리고 싶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안타깝게도 상사는 못 지우지만 인생 사진을 찍었을 때 지나가는 불청객은 정말 쉽게 지울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PC)에 포토샵 프로그램을 켜놓고 한 땀 한 땀 지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셀카를 찍었는데 뒷사람에게 시선이 가거나 풍경을 찍었는데 나뭇가지나 전선, 간판 등이 거슬리는 정도는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


    전후면 영상 동시 촬영 가능

    갤럭시 S21 울트라 모델은 전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영상을 찍을 수 있다. [구희언 기자]

    갤럭시 S21 울트라 모델은 전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영상을 찍을 수 있다. [구희언 기자]

    지우개 기능 못지않게 전후면 카메라를 동시에 활용해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원격 근무를 하다 필요한 줌 화상 회의나 영상 통화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고, 액티브한 야외활동을 하면서 내 얼굴과 맞은편 풍경을 동시에 촬영하는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기자들도 조금 숙달되면 말하면서 얼굴과 풍경을 동시에 보여주는 스케치 기사를 촬영하는 데 좋을 것 같았다. 8K 영상도 지원하니 유튜브 영상이나 브이로그를 즐겨 찍는 사람은 혹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꾸준히 진행하는 갤럭시 To Go 서비스는 ‘가성비’ 좋은 홍보 창구다. 실제로 제품을 사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사람이 ‘자기 확신’을 위해 서비스를 활용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기자도 지난해 직접 체험해본 후 제 돈을 다 주고 갤럭시 노트20을 샀다. 이번에도 잠깐 써봤을 뿐인데 신제품 구입 욕구가 또 스멀스멀 올라왔다. 2박 3일간 들고 다녔다면 또 사버리지 않았을까. 그런 기자에게 한 친구는 ‘S21 전면 카메라 보라색 이상 현상’ 기사 링크를 보내줬다. 갤럭시 S21 시리즈 체험 소감을 주변에 말했더니 삼성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한 중년 직장인은 “잡스러운 기능이 더 많아졌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전 모델 사용자라면 진화한 카메라 기능을 가지고 노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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