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2

2018.01.17

커버스토리

기술 진보에 투자하라 | 지난해는 인공지능, 올해는?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관련 산업 유망

  • 입력2018-01-16 13:35: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17년 미국에서 문을 닫은 오프라인 소매점(리테일스토어)은 6700개가 넘는다. 이 중에는 메이시스(Macy’s), 노드스트롬(Nordstrom) 같은 백화점뿐 아니라,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 매장도 포함돼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들이 쇼핑 장소를 온라인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특히 중국의 변화가 주목할 만하다(그래프1 참조). 기존 리테일 기업과 상점이 있던 부동산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e커머스(e-commerce) 인프라를 잘 갖춘 기업은 매년 무섭게 성장 중이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이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는 듯하지만 일반 소비재 이외에 좀 더 전문적인 물품, 예를 들어 자동차 관련 물품 등을 취급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가장 강력한 디지털 시대 파괴적 변화

    이뿐 아니다. 2017년 내내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이야기만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엄청나다. 최근 발표된 스위스 금융기업 UBS의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에는 세계 자동차 6대 중 1대는 전기자동차일 것이다. 이런 추세는 자동차업계 지도를 확 바꿔놓았다. 테슬라 같은 새로운 기업이 생기기도 했지만, 도요타처럼 기존 자동차회사가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는 어떤가.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존 케이블TV의 선을 끊고 있다. 넷플릭스 사용자 수는 미국 전체 케이블TV 사용자 수를 2017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런 변화들은 세계 투자자가 앞으로 어떤 기업에 더 관심을 기울일지를 잘 보여준다. 

    기업 내 변화도 엄청나다. 좋은 예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다. 많은 기업이 기존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우드로 옮겨가고 있다. 아마도 2017년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세계적인 IT(정보기술) 자문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수익은 전년에 비해 18.7% 상승했다(그래프2 참조). 이 카테고리 안에서 소프트웨어는 21%, 인프라 서비스는 36.7% 성장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제까지 디지털 시대에 있었던 파괴적 변화들을 통틀어 가장 강력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사실 이 분야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많은 스타트업 회사가 나머지를 나눠 가진 상태다. 이 시장에는 기술 선도 업체인 IBM, 오라클도 포함돼 있지만 투자자들은 새롭게 시장에 진출한 혁신가에게 더 많은 기대를 거는 듯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 회사는 주주에게 더 많은 수익과 부를 창출해줄 가능성을 갖고 있다. 

    2018년을 맞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이 있다. 비트코인이다. 버블 논쟁을 떠나 비트코인을 뒷받침하는 블록체인은 상당히 파괴적인 혁신 기술로, 금융계를 바꿔놓을 잠재력을 지녔다. 

    인공지능은 2017년 한 해 핫이슈였다. 이제는 인공지능에 대한 언급 없이는 기술 진보를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셀프러닝’(Self-learning·인간이 프로그래밍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혼자 배울 수 있는 능력)은 인간과 컴퓨터의 바둑 대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 사용처를 여기저기서 보고 있고, 그 능력 또한 날이 갈수록 빠르게 진화 중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어떻게 발전해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칠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아무도 선명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 못한 상태다. 투자자들도 이런 상황을 불확실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세계 투자자가 동의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인공지능이 여러 산업의 다양한 부문에 공헌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 공장 자동화 부문에서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인공지능이 불러올 파괴적 변화는 1990년대 후반 IT 붐과는 상당히 다를 것으로 여겨진다.

    인공지능 덕을 볼 투자처

    LG전자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 부스의 3분의 1을 ‘LG 씽큐 존’으로 꾸미고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세탁기, TV, 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 부스의 3분의 1을 ‘LG 씽큐 존’으로 꾸미고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세탁기, TV, 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사진 제공·LG전자]

    그렇다면 2018년 인공지능의 덕을 볼 투자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가 큰 만큼 투자처 역시 넓을 수밖에 없다. 그중 우리에게 친숙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미국 월가 주식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추적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팁랭크스(TipRanks)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인공지능과 관련해 페이스북과 마이크론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는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전 세계 메모리칩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2017년 한 해 가장 성과가 좋은 업종이었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매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페이스북은 딥러닝 선구자인 얀 러쿤이 이끄는 인공지능팀을 만들었고, 인공지능을 2018년 가장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사용될 칩을 인텔이 개발하는 일을 돕고 있다. 인텔에 따르면 이 칩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신경망(neural networks)에 특화된 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많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는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 저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회사는 해당 데이터로 수익을 올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수집된 정보는 광고에 사용되기도 하고, 정치인이 더 효율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문제점이 부각되고 이를 막기 위한 법률이 제정되는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회사들이 500달러가 넘는 정치 광고를 내보낼 경우 그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정직한 광고법(the Honest Ads Act) 제정을 추진 중이다. 독일에서는 소셜미디어 등이 거짓뉴스나 혐오스러운 내용의 콘텐츠를 24시간 안에 삭제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내도록 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강하게 지속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투자업계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IT 전문 월간지 ‘와이어드’는 자율학습투자전략(Autonomous Learning Investment Strategies·ALIS)을 ‘제3의 투자 물결’이라고 표현했다. ALIS는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전략을 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가 투자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데는 수많은 형태의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로봇과 아무 상관없는 로보어드바이저

    인공지능(AI)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국내 금융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랩어카운트, 공모형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동아DB]

    인공지능(AI)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국내 금융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랩어카운트, 공모형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동아DB]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지금 우리가 보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 새로운 데이터 가운데 80% 이상이 정형화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위성에서 찍은 사진이나 트위터 데이터 등이다. 이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투자전략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그런데 인간의 심리와 행동이 결정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역동성을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을까. 금융 인공지능은 인간의 행동과 감정, 그리고 그것이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해야만 한다. 

    투자자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어디까지 받을 수 있을까. 초기 상태의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 이미 개인투자자들 앞에 나와 있다. 바로 로보어드바이저다. 명확히 말하자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 심지어 로봇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전문 투자자인 인간이 만들어놓은 알고리즘에 따라 투자와 자산 배분을 결정할 뿐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특히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많이 이용한다. 

    고액 자산가나 기관투자자는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헤지펀드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데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 어떤 헤지펀드는 인풋(input)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이고, 어떤 헤지펀드는 전체 투자 과정이 인공지능에 의해 이뤄진다. 가장 성공한 헤지펀드로 여겨지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대표 펀드인 메달리온(Medallion)을 인간의 간섭 없이 오로지 알고리즘에 의해서만 운용한다. 메달리온 펀드는 1994년 설정된 뒤 연평균 34%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헤지펀드 지수 회사인 유레카헤지는 ‘인공지능/머신러닝 헤지펀드 인덱스(AI/machine learning hedge fund index)’를 만들었다. 이 지수에는 약 30개의 펀드가 포함돼 있다. 마이클 와인버그(프로테제 최고투자책임자)의 신념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이 지수는 유레카헤지의 다른 지수들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금융과 투자방식을 바꿔놓을 것인가. 인간의 의사결정은 구식이 될까.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세 번째 물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이 관계자를 만나 골프를 치고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월등한 성과를 가져올 경우 이 분야의 달갑지 않은 관행도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