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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남도 한정식과 뱀장어구이

전남 강진의 맛

남도 한정식과 뱀장어구이

남도 한정식과 뱀장어구이
전남 강진만은 강진군을 반으로 가르며 강진읍까지 좁고 깊게 들어와 있다. 강진만이 끝나는 지점에 탐진강이 흐른다. 맑은 탐진강에는 1급수에서만 사는 작은 민물 새우 토하(생이)가 있다. 강진군 육지 끝자락에 있는 옴천면은 질 좋은 토하로 유명하고, 바로 옆 병영면은 콩으로 널리 알려진 비옥한 땅이다.

칠량면은 고려 때부터 청자 제조로 유명했고, 조선시대에는 물론 6·25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칠량옹기가 전국에서 판매됐다. 오래 전부터 군사요충지이자 도자 생산지이며 물산이 풍부했던 강진에는 부자가 많이 살았다.

강진에는 한정식집이 많다. 조선시대에 왕족과 귀족들이 유배를 오면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기록으로 남은 것은 없다. 1922년 10월 10일자 ‘동아일보’에 강진 요리옥에 관한 기사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일제강점기 유행했던 요리옥이 한정식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가용이 필수품이 되고 여행이 중산층의 즐거움이 된 1980년대 강진 한정식집들은 전성기를 누린다. 유홍준 선생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우리나라 3대 한정식집으로 이름을 올린 ‘해태식당’이 가장 유명했고, 강진 사람들 사이에서 ‘해태식당’ 못지않게 유명한 ‘명동식당’도 1980~90년대 전성기를 누린다. ‘해태식당’은 이름을 그대로 달고 영업하고 있고, ‘명동식당’은 딸이 이어받으면서 이름을 ‘예향’으로 바꿨다. 최근 들어 우아한 한옥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육회의 차진 맛은 물론, 밥과 함께 먹기 좋은 부드러운 토하젓이며 두툼한 광어회, 표고버섯탕수까지 다 맛있다. 2000년대 들어 한정식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한 상 푸짐하게 차리는 남도식 한정식은 여전히 멋진 음식문화다.

탐진강과 강진만이 만나는 강진읍 앞 목리는 예부터 뱀장어가 잘 잡히는 곳이었다. 1801년 강진으로 유배를 온 정약용이 1802년 지은 ‘탐진어가(耽津漁歌)’에 ‘계량에 봄이 들면 뱀장어 물때 좋아/ 그를 잡으러 활배가 푸른 물결 헤쳐 간다’란 뱀장어에 관한 기록이 나올 정도로 탐진강 뱀장어는 유명했다.



목리 탐진교 밑에는 50년 넘게 뱀장어를 잡아 팔아온 ‘목리장어센터’가 있다. 1995년까지는 자연산 뱀장어만 팔았다. 지금도 목리 주변에서는 자연산 뱀장어가 드물게 잡힌다. 자연산 뱀장어를 먹으려면 며칠 전 주문해야 한다.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하는 확실한 방법은 양식은 뼈와 맞닿은 살이 하얗거나 붉지만 자연산은 노랗다. 쓸개가 파란색이면 양식이고 노란색이면 자연산이 분명하다. 요즘은 양식 뱀장어를 주로 쓰지만, 수족관에서 해감해 흙냄새를 제거한 후 손님상에 내놓는다. ‘목리장어센터’를 비롯해 강진의 장어구이는 기름기를 많이 뺀 소금구이를 선호한다. 소금구이는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면인 옴천면에는 ‘옴천식당’ 한 곳만 영업을 하고 있다. 달랑 한 곳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맛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맑지만 진한 맛이 일품인 곰탕도 좋지만 된장맛이 나는 보신탕이 더 유명하다. 병영면에는 돼지불고기 백반으로 유명한 ‘수인관’이 있다. 백반 한 상이 한정식 부럽지 않게 푸짐하게 나온다. 오랫동안 남도 밥상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엄청난 반찬의 향연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돼지불고기다. 먹는 내내 불 위에 올려놓아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정겹다. 병영면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병영막걸리도 있다. 돼지불고기와 곁들이면 그만인 지역 막걸리다.



주간동아 2015.08.17 1001호 (p76~76)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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