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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법칙

‘간접접근’이라는 창의적 전략

직장생활에서 상급자 설득하기

‘간접접근’이라는 창의적 전략

‘간접접근’이라는 창의적 전략

미국 합동참모대 기본교재 ‘작전술 및 전역계획 수립’.

배질 헨리 리들 하트(Basil Henry Liddell Hart)의 별호는 ‘장군을 가르친 대위’였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중 독가스 흡입 부상으로 전역했고, 이후 전쟁사 및 군사이론 연구 분야에서 대가가 됐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사용한 전략 및 전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격전’이라는 개념을 내놓았고, 이에 대응하는 ‘간접접근’ 전략 개념을 창안, 제시해 명성을 얻었다.

이후 간접접근 개념은 영국군 교범에 반영되면서 작전계획 작성 시 주요 고려사항에 포함됐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소속된 국가의 군대를 포함한 전 세계 군대 가 이를 자국 교범에 반영했다.

정면 돌파 대신 상대 약점 찾기

‘간접접근(Indirect Approach)’은 ‘직접접근(Direct Approach)’의 반대말이다. 직접접근은 적의 군사력에 아군의 군사력을 정면대결케 해 승패를 결정하는 고전적 전투 방식으로 제1, 2차 세계대전까지 유럽 주요 군대가 사용했다. 간접접근은 적의 약점을 찾고 가능한 한 교전을 최소화해 적이 생각지 못한 곳으로 접근함으로써 심리적, 물리적 타격을 주고 최단기간에 승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합동참모대(US JFSC)는 미군의 중령급 이상 장교들이 다국적군, 합동군 작전의 이론과 실제를 배우는 고급교육기관이다. 유엔이나 미 국무부에서 일하는 관료는 물론 영국, 일본 같은 동맹국 장교도 함께 동문수학한다. ‘작전술 및 전역계획 수립(Operational Art and Campaigning)’(2008)은 이 대학의 기본교재다. 다음은 ‘작전술 및 전역계획 수립’에서 제시하는 간접접근의 핵심 내용이다.



첫째, 적의 강점을 회피해야 한다. 굳이 간접접근의 원칙으로서가 아니라 군사작전의 일반적인 금언들은 적의 강점을 피하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군사작전에서 많은 지휘관은 이런 조언을 잊고 적의 주력이 있는 곳을 공격하곤 한다.

물론 적을 직접적으로 공격해 적의 강점을 무력화하고 파괴하는 것이 승리를 얻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적의 주력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간접접근 방법을 모색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간접접근은 적의 강점을 약화하는 쪽으로 연계돼야 한다. 터보엔진을 장착한 경주용 차라도 연료가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다. 결정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전 적의 강점을 최대한 약화하는 것이 간접접근이다. 적의 대규모 부대가 강점이라면 그 부대 규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신, 적의 통신체계를 마비시키거나 군수보급을 차단하는 것으로 강점을 소용없게 만들 수 있다.

최근 사례는 미군과 NATO군이 걸프전과 유고슬라비아 공습작전에 사용했던 흑연폭탄이다. 이 폭탄은 내부의 가늘고 긴 탄소섬유들을 공중에 사출해 고압선 등을 합선하는 원리로 투하 지역 일대에 정전을 유발한다. 살상 효과가 없는 비살상무기로 분류되지만, 앞의 두 전쟁에서 아군 피해를 줄이고 적을 무력화한 일등공신이었다.

그렇다고 적의 주력을 그대로 둔다면 언젠가는 역습을 당한다. 간접접근은 직접교전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지 교전 자체를 피하는 방법이 아니다. 적의 강점보다 아군의 전투력이 비교우위에 도달하는 결정적인 시간과 장소를 선정, 포착해 결전을 벌임으로써 적의 강점을 무력화하고 파괴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셋째, 간접접근은 목표를 달성하는 사고의 방법 및 절차다. 리들 하트는 간접접근을 일컬어 ‘최소의 투입을 통해 승리’를 달성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고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주요 승전을 분석한 결과 승리한 부대 중 간접접근 방식을 취하지 않은 군대는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간접접근의 사고방식은 여러 가지 효용이 있다. 특히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융통성 있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토록 해준다. 간접접근의 원칙을 전쟁에 적용하려면 적의 군사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소를 모두 파악해 적의 물리적, 심리적 강·약점이 무엇인지 먼저 식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적의 약점을 알아내거나,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창의적 작전개념이 도출되기도 한다.

상대의 자존심 건드리지 않고 설득하는 법

직장생활에서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상급자와 의견이 다르거나, 말을 먼저 꺼내기가 난처한 부탁 또는 건의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간접접근 원칙은 매우 유용할 것이다.

첫째, 상대의 전문 분야는 피해가는 것이 좋다.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상급자와 다를 경우 담당 실무자로서 상급자가 생각을 바꾸도록 설득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중에서도 상급자 의견이 틀렸거나 잘못된 사실에 근거할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상급자를 설득해야 할 내용에 그의 전문 분야나 자부심을 가진 업무 영역이 포함됐다면 허브 코헨의 다음 말을 떠올려보는 것이 도움이 될 터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논쟁을 계속하는 태도는 주머니칼을 가지고 단단한 삼나무를 베려는 것과 같다.’ 아무리 칼질을 해도 나무는 그대로 있고 상처만 남는 것이다.

상급자의 자존심이나 체면은 논쟁, 협상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상급자의 전문 분야와 관련해 이견이 있다면 시간과 공을 들여 조금씩 설득하거나 논점 자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잘 모르지만 관심 있었던 분야’를 찾는다. 석·박사 논문 심사는 눈물을 쏟을 정도로 힘든 과정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인 심사위원들이 날카롭게 벼린 칼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면 버텨낼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논문 소재나 사건을 고를 때도 그 나름 요령이 있다. 지도교수가 잘 모르는, 그렇다고 아예 모르지는 않고 마침 관심이 있었던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다. 교수도 사람이다. 수십 년 동안 반복된 논문 지도 행위에서 빤히 아는 내용을 또 읽고 가르치는 것보다 자신이 모르던 새로운 소재를 학생과 함께 알아가는 쪽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

상급자를 설득하는 것도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빤히 아는 내용,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루한 주장을 펴는 것보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나 현상을 인용하고 기존 세대와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면서 해법을 제시하는 쪽이 설득에 더 유용하다.

셋째, 상급자와 평소 자주 의견을 교환해 후일 논쟁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 오래전 상급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리더는 외로워. 얼마 전 부하 중 하나가 지레짐작하고 ‘기분 나쁘실까 봐 미리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라고 했을 때 진짜 섭섭하더라. 차라리 허물없이 털어놓다가 혼나더라도 ‘죄송합니다. 기분 나빠 하실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좋지.”

물론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저렇게 생각지 않을까. 때에 따라서는 대화 내용보다 대화하는 사람의 태도나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급자와 업무 얘기만 하고 회의나 보고 때만 의견을 나누다 보면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이런 관계는 평소 아쉬울 것이 없지만, 내 쪽에서 실수한다든지 상급자의 힘이 필요할 때는 대부분 후회하게 된다.

기업 본사 전략기획실로 옮기는 것이 희망인 후배가 있었다. 그런데 이 후배는 일은 잘했지만 업무 외 시공간에서는 회사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았다. 평소 친분관계를 쌓고 인맥을 만들어두라고 조언했지만 “이게 편해. 개인 시간까지 회사에 쓰고 싶지는 않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얼마 후 그 후배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과장이 전략기획실 부장으로 옮겨갔다. 평소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받고 고민까지 나눌 사이가 됐다면 그 과장이 전략기획실 부장으로 갈 때 데리고 간 직원 두 명 중 한 명이 그 후배가 되지 않았을까.



주간동아 2015.06.15 992호 (p58~59)

  • 남보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elyzca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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