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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젊은이 찾아오는 희망의 축산시대 열린다

농협 축산경제 1000억 원 투입…2020년까지 축산 후계농가 5100호 육성

젊은이 찾아오는 희망의 축산시대 열린다

젊은이 찾아오는 희망의 축산시대 열린다

2015년 5월 22일 경기 안성 농협안성교육원에서 열린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업’ 구현을 위한 비전 선포식.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과 이기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사업부문 대표이사(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참가했다.

“1년에 대한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일만한 게 없고 10년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일만한 게 없으며, 평생에 대한 계획으로는 사람을 기르는 일만한 게 없다.”

이기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최근 축산업계 미래를 얘기하면서 중국 고대의 국민 계도서 ‘관자(管子)’에 나오는 내용을 자주 인용한다. 축산농가가 매년 수만 호씩 사라지는 현실적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또한 한국 농업의 미래 핵심이 축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점에서 젊고 유능한 축산인력을 확보하고 키우는 일에 농협과 한국 농업의 100년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사업부문(농협 축산경제)이 5월 22일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업’이란 비전을 선포하고 1000억 원의 유통자금을 젊은 축산인 확보에 투입키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농협 축산경제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2020년까지 축산농가 5100호를 육성키로 했다. 젊은이가 제 발로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축산업의 생산기반을 근본부터 강화해나가겠다는 발상이다.

이 대표이사는 “축산업에 대한 배타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각종 민원 및 규제까지 겹쳐 축산농가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 축산업 현실이지만, 축산업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식량산업이자 생명안보산업”이라며 “유능한 청년들이 생활하는 농촌,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운동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적 배려와 함께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젊은 축산인을 키워야 하는 까닭



젊은이 찾아오는 희망의 축산시대 열린다

경북 경주에서 G-farm을 운영하는 김곤민 대표(가운데)와 김천생명과학고를 졸업하고 농장에 취업한 조진현 씨, 베트남 근로자 빈 씨(위). 강원 횡성 정진영농조합법인의 정수정 이사가 농장에서 썼던 신발들을 수세 소독하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가 이처럼 젊은 축산인 확보를 위해 1000억 원이란 큰 금액을 투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축산업이 처한 현실적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농협경제연구소가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축산농가 고령화율은 44.3%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태다. 축산 분야 고령화율은 전체 인구 고령화율 12.2%보다 3.6배 이상 높고, 농업 분야 고령화율 36.8%보다 1.2배 높다. 고령화율은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개념으로, 농협경제연구소 분석대로라면 앞으로 10년 후엔 축산농가 10명 중 4.4명은 축산업에 종사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축산농가 고령화에 대비한 영농승계자 확보 비율도 저조한 편이다. 2014년 12월 축사실태조사 연구 분석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우 농가의 경우 후계농 비율이 9.8%, 낙농 29.%, 양돈 29.9%, 육계 14.9%, 오리 13%, 산란계 24.1%에 불과했다. 영농승계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9.4%만 ‘승계자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나머지 50.6%는 ‘승계자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산농가 감소 경향도 심각했다. 2000년 55만8200호에 달했던 축산농가는 2014년 12월 현재 12만9000호로 줄었다. 특히 소규모 한우사육 농가의 이탈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만 해도 13만 농가에 이르던 것이 2014년 7만 농가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 닭의 경우는 2000년 21만8000호에서 지난해 12월 3000호로 줄었다.

김재필 농협 축산경제 차장은 “향후 축산농가 경영주의 고령화 문제는 축산업의 영속성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표출할 개연성이 높고, 나아가 국가 식량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며 “지속가능한 미래 축산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선 산업에 대한 하드웨어적 지원과 함께 이를 수행할 젊고 유능한 축산 후계인력 양성이라는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이 함께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축산업의 고령화와 이탈 현상에도 우리 농업에서 축산업의 비중은 크다. 2013년 축산물 생산액은 농업생산액 44조6000억 원 가운데 36.4%인 16조2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1인당 소비량은 육류 42.7kg, 달걀 12.1kg, 우유 71.3kg에 달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전체 농업 중 축산물 생산액 비중은 2030년 50%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돼 농촌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축산업 생산 유발액으로 따지면 연간 58조 원으로 56만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후방 효과가 있다는 게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이다. 축산업이 식량주권 및 사회 안정에 매우 중요한 산업이자 농촌경제의 핵심 성장산업이라는 게 축산업 종사자들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농업이 힘들고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선입관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축산업은 본인 능력 여하에 따라 높은 소득이 보장될 수도 있으며 도시근로자 수준 이상의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의 한국농수산대 졸업생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축산업에 대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한국농수산대 졸업생 가구 평균소득은 6814만 원에 달하며, 그중 축산학과 졸업생의 평균 가구소득은 9071만 원(대가축학과 7303만 원, 중소가축학과 1억840만 원)으로 기업체 대졸 신입사원 초임연봉(평균 3048만 원)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축산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축산업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사례가 적잖다.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회계학과 대학원을 다니던 정수정(34·여) 씨는 2011년 7월 아버지가 하던 양돈농장(정진영농조합법인)에서 일하려고

8년간 다니던 삼성물산 재무팀을 그만뒀다. 그는 구제역 등으로 휘청거리던 영농법인의 이사를 맡아 농장 경영에 현대적 경영방식과 인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알고 보면 고소득 보장하는 축산업

젊은이 찾아오는 희망의 축산시대 열린다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업’ 현장을 찾은 이기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앞줄 가운데).



정씨가 이사로 있는 강원 횡성군의 ‘정진농장’은 대지가 4만2975㎡에 달하며 키우는 돼지만 5600마리(모돈 450마리)에 이른다. 여기에 농장장 1명과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 등 외국인 근로자 6명이 일하며 돈사만 24개에 이른다. 정씨는 분뇨처리, 생산일지 같은 각종 정보와 사료, 약품재고 등을 일일이 컴퓨터로 정리 정돈하고, 직원들에겐 월급 외에 별도로 모돈 마리당 연간 출하 마릿수인 MSY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했다. 직원 숙소도 개선하고 소독시스템도 바꿨다. 정씨의 이런 노력으로 정진농장 돼지들은 도드람포크라는 브랜드를 얻게 됐고 MSY도 21~22마리로 올라갔다. 일부는 군대에 납품하기도 한다.

경북 경주와 영천에서 ‘G-farm’을 운영하는 김곤민(39) 씨는 2006년 양돈을 하던 아버지로부터 홀로서기를 한 경우다. 축산업에 뛰어든 지 10년도 안 된 지금, 2개 농장을 합쳐 모돈 510마리를 키우고 있고 MSY가 한때 24.8마리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원가를 절감하고 꾸준히 공부한 결과였다. 그는 8년간 지역 학교 등에 장학금을 주며 축산 후계자들을 키워오고 있고, 졸업생 가운데 일부를 농장에 직접 고용하기도 했다. 벌써부터 미래 축산인을 키우고 있는 것. 축산후계자 양성에 대한 그의 지론은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 담보, 보증 여력이 없더라도 교육을 철저히 받고 의지가 있는 축산 2세대에겐 지금보다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5100농가 축산물 생산액 1조3000억 원

농협 축산경제가 축산업의 생산기반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시작한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업’은 김씨 지론처럼 축산 2세대에 대한 지원이 주축이 되고 있다. 젊은이가 농촌으로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 환경오염산업이란 부정적 인식, 초기 투자자본 과다, 각종 규제로 인한 진입장벽 같은 현안들을 함께 넘을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 축산경제는 △젊고 유능한 전문 축산인력의 신규 창업 지원 △휴·폐업 및 고령화에 따른 유휴 축사를 신규 축산농가에 분양 및 임대하는 축사은행사업 △소규모 친환경 축산단지 조성사업 △중소규모 번식우 위탁농가 육성사업 △축산 귀농·후계농 종합상담센터 운영 △한우도우미(헬퍼) 사업 △한우사랑운동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그 중요성을 알리고자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한우뱅크사업을 실시하고, 한우신탁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런 사업들을 통해 농협 축산경제는 2020년까지 신규 후계농 5100농가를 새롭게 육성할 계획이다. 이 농가들이 생산할 축산물은 1조3000억 원에 달하고, 농가소득은 25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모두 따지면 생산유발액은 2조9000억 원, 고용인원은 4만4000명에 달한다.

이기수 대표이사는 “후계축산인력 육성은 사람 중심 정책으로, 기존 자본 투입 중심 정책에서 사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큰 사업이므로 정부, 국회, 학계 등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 이기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

“축산업이 살 길은 가족농 육성”


젊은이 찾아오는 희망의 축산시대 열린다
이기수(61·사진)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5월 22일 발표한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업’ 구현 프로젝트의 핵심을 ‘가족농 육성’에서 찾는다. 기업농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축산업 구조를 젊은 축산인력을 양성해 가족농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 다음은 1983년 옛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축협)에 입사한 이래 31년을 축협, 농협과 함께한 이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기업농보다 가족농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축산업은 규모를 키우고 전업화하는 정책으로 외국과 경쟁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국토가 좁고 농·축산업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규모로 농사를 한다 해도 대평원에서 농사짓고 축산업을 하는 나라와 경쟁하기 어렵다. 이제는 우리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족농 중심의 축산업 구조가 유지되면 인력 확보의 유용성도 있지만 공유재인 자연생태계도 보존할 수 있다.

가족농은 다른 일손을 쓰지 않고 가족 노동력으로 농업을 하니 기업농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한 가지 농사만 전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농사를 짓는 복합영농을 하게 되고, 농산물에서 나오는 부자재를 자연스럽게 축산업에 활용할 수 있어 자원순환에도 이롭다. 최근 농축산물 유통에서 ‘로컬푸드’와 ‘꾸러미’의 인기가 높다. 소비자는 어떤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인지 알면 우리 농축산물을 더 신뢰한다. 가족농이 기업농에 비해 ‘얼굴 있는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데 유리하다.”

가족농이 축산업 생산기반 강화와 어떤 관련성이 있나.

“가족농이 무너지면서 우리 축산업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축산업은 시설비가 많이 들어 진입장벽이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부모가 하는 축산업을 물려받지 않으면 새롭게 축산업에 뛰어들기 쉽지 않다. 다시 말해 후계농이 없는 축산농가는 폐업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4년에만 한우농가 2만 호가 문을 닫았다. 이는 젖소, 돼지, 닭, 오리 등 모든 축종에 걸쳐 일어나는 공통 현상이다. 이들이 다 떠나면 누가 소, 돼지, 닭, 오리를 키우나. 기업농은 돈을 벌겠다는 자본논리에 익숙해 시장 환경이 불리해지면 다른 돈벌이를 찾아 떠날 가능성이 높다.”

가족농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협동조합만이 살 길이다. 축협이 개별 가족농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양질의 고기를 생산하려면 좋은 종자를 사용해야 하는데, 개별 농가에선 하기 어렵다. 축협은 가축개량사업을 통해 우량종자를 보급한다. 축협은 충남 서산농장에 최고 수준의 개량사업소와 소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 축협과 농협경제지주 안심축산사업부에서 도축과 가공·판매도 담당하고 있다.”

젊은이들을 축산업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비전이 필요하다.

“그렇다. 가족농으로 행복하게 사는 모델들을 발굴해야 한다. 먼저 높은 비용 때문에 축산업에 진출할 엄두도 못 내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울 생각이다. 올해 농협 축산경제 유통자금 가운데 1000억 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해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업’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축산농가 5100호를 새롭게 육성하는 게 목표다.”

1000억 원으로 어떤 일들을 할 것인가.

“그 돈은 우리나라 축산업 생산기반을 일으켜 세우는 종잣돈이다. 젊고 유능한 전문 축산인력의 신규 창업을 지원하고, 휴·폐업이나 고령화에 따라 놀고 있는 축사를 신규 축산농가에 분양 및 임대하는 축사은행사업을 할 계획이다. 소비자 요구에 맞춰 소규모 친환경 축산단지를 조성하고, 중소규모 번식우 위탁농가 육성사업도 진행한다. 거창축협, 무진장축협, 순천축협 등이 축산단지 조성을 시작했다. 소를 키우면 휴가도 못 가고 친구도 못 만난다고 하는데, 농장주가 나들이할 때 대신 소를 돌봐주는 ‘한우도우미(헬퍼)’ 사업도 있다. 축산 귀농·후계농 종합상담센터도 운영하고 국민을 상대로 한우사랑운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농협 축산경제 대표이사로서 각오가 있다면?

“최근 축산업은 생산기반 약화와 가축질병, 자유무역협정(FTA) 확산 등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미래 축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할 중차대한 시기인 것이다. 나는 지금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갈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 농협 축산경제 임직원은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결연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대내외 환경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농업·농촌·축산인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15.06.15 992호 (p50~53)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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