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걸음마 단계 역직구 시장 성장 가능성 무한”

이종식 판다코리아닷컴 대표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03-16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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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음마 단계 역직구 시장 성장 가능성 무한”
    이제 한국인에게 해외 ‘직구’(직접 구매)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그러나 아직도 외국인에게 한국 온라인 쇼핑몰은 외면받고 있다. 외국어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웹사이트 회원 가입, 결제 전 보안프로그램 설치, 30만 원 이상 결제 시 공인인증서 확인 등 많은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막막하기만 한 ‘역직구’ 시장에서 철저히 외국 고객의 편의를 반영해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한 업체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역직구 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 온라인 쇼핑몰은 설립 6개월 만에 하루 최고 40만 명의 중국인이 한국산 제품을 구매하고자 접속할 정도로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역직구 시장 개척에 앞장서는 이종식 판다코리아닷컴 대표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중소기업 제품 수출 판로 궁리 끝 사업 시작

    ▼ 역직구 시장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계기는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회에서 일하게 됐다. 그곳에서 주로 청년 창업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업무를 했는데,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들에게 어떤 고뇌가 있는지 물으니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제품을 만드는데 수출하고 싶어도 판매 플랫폼이 없어 국내 시장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시장을 겨냥한 직거래 장터를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한국산 제품이 큰 인기를 끄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이를 판매하는 제대로 된 온라인 쇼핑몰이 없었다.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이 섰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 사업성이 있지만 아무도 뛰어들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준비 과정에서 난관은 없었나.

    “맞다. 처음에는 쉬운 사업인 줄 알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는 일이 너무 많았다. 일차적으로 중소기업 제품들을 설명하는 상품소개서를 일일이 중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생각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지난해 10월 사이트를 열었는데 그 직전까지 중국어 번역에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또 중국인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통용되는 결제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해야 했다. 중국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은 대부분 알리페이를 통해 이뤄지는데 우리나라처럼 복잡하지 않고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끝이다. 이 때문에 알리페이와 제휴해 중국인이 현지 신용카드로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노력이 필요했다.”

    ▼ 해외 직구에서 소비자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관세다. 중국인의 관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략이 있었나.

    “현재 해외에서 중국 전역으로 들어가는 수입물품이 하루에만 수억 개에 달한다. 중국 물류통관센터에서 일일이 열어보고 관세를 부과할 수 없어 랜덤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운 좋으면 물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관세는 여전히 소비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부담을 덜려면 국가 차원에서 무관세 협약을 맺어야 하는데, 지난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약에서 이 부분이 빠졌다. 남은 방법은 업체가 개별적으로 중국 도시들과 무관세 협약을 맺는 것이다. 우리는 운 좋게도 1월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가 한국 정부에 이커머스(e-commerce) 업체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해와 미팅을 했다. 두 달간 협상한 끝에 1000위안(약 18만 원) 이하 물품은 무관세로 통관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이를 시작으로 중국 대도시들과 개별 협약을 맺어나갈 계획이다.”

    “걸음마 단계 역직구 시장 성장 가능성 무한”

    판다코리아닷컴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따라 중국인이 자국 온라인 쇼핑몰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중국어로만 서비스하고 있다.

    중국과 무관세 협약 필요

    ▼ 외국 시장을 목표로 한 사업이라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았을 것 같다.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하긴 했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아쉬울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지난해 연말 쇼핑몰 차원에서 한류스타 김수현을 활용한 특별상품전을 기획했는데, 정품을 선호하는 중국인을 위해 상품마다 정품인증마크 스티커를 부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즈음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수출협의회에서 정부 관계자에게 한국산 정품인증마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획부터 승인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아무도 선뜻 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산업통산자원부와의 협의 하에 자체적으로 정품인증마크를 만들어 스티커를 부착했다.”

    ▼ 정부가 올해 해외 소비자가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7000억 원을 쓰게 하겠다는 목표치를 내놓았다.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관세 협약이 이뤄져야 한다. 한미 FTA에서 200달러 이하 무관세 통관 협약이 이뤄지자 미국 업체들이 쾌재를 불렀다. 한국 소비자들의 직구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중국과 무관세 협약이 이뤄지면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한중 FTA에서는 무관세 협약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업체가 개별 도시와 협약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또 현재 물류 배송은 항공으로 이뤄지는데 판다코리아닷컴의 경우 시범 도시들에 한해 카페리를 이용한 배송에 들어간다. 이 경우 비용을 50% 정도 줄이면서 비행기보다 더 빨리 배송할 수 있다. 해외 직구에서 배송기간 단축은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있었으면 한다.”

    ▼ 역직구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노하우가 축적돼 안정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역직구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국 시스템을 외국인에게 강요하는 업체가 많다. 가령 개인정보 입력을 통한 회원 가입 같은 부분으로, 이는 굉장히 불편하고 구매를 저해하는 요소다. 판다코리아닷컴은 사이트 서버를 중국에 두고 중국인이 현지 사이트와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도록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쓰고 있다. 마찬가지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구매 절차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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