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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신맛 ‘생굴’과 환상 궁합

프랑스 부르고뉴 ‘샤블리’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경쾌한 신맛 ‘생굴’과 환상 궁합

경쾌한 신맛 ‘생굴’과 환상 궁합

샤블리 마을과 포도밭. 샤블리 와인. 가재 요리와 어울리는 샤블리 와인(왼쪽부터).

‘보리가 패면 굴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날이 더워져 굴이 쉽게 상할 우려도 있지만, 굴이 산란기에 접어들면서 독소를 품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말들이 있다. 일본에서는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말라’하고, 서양에서도 12개월 중 알파벳 R가 들어 있지 않은 달에는 굴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동서양 공통으로 5월부터 8월까진 굴을 피한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찬바람이 불면 생굴의 짭조름하고 그윽한 향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그 생굴에 유독 잘 어울리는 샤블리(Chablis) 와인이 함께 떠오른다.

샤블리 와인이 특히 굴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바로 이 지역을 구성하는 키메리지언(Kimmeridgian) 토양 때문이다. 약 1억 5000만 년 전 쥐라기 시대에 프랑스 샤블리 지역은 바다 밑이었는데, 오랜 기간 쌓인 수많은 조개 화석이 석회암, 점토와 섞여 이 토양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샤블리 와인에서는 굴 껍데기에서 나는 독특한 미네랄향과 함께 미묘한 부싯돌향이 감지되며, 이것이 생굴에 샤블리 와인을 곁들였을 때 최상의 궁합을 이루게 하는 요소다.

그런데 생굴에 샤블리를 즐기는 와인 애호가 중에도 샤블리 지역이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에 속하고 샤블리 와인을 샤르도네(Chardonnay)로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아마도 샤블리 와인이 우리에게 익숙한 부르고뉴 샤르도네 와인과 무척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샤블리 지역은 부르고뉴 지방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해 기후가 훨씬 서늘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생산된 샤르도네는 당도가 덜하고 풋사과나 라임 같은 녹색 과일향과 함께 매우 강한 산도를 자랑하는데, 여기에 샤르도네의 신선함을 강조하는 양조법이 더해져 샤블리 와인만의 독특한 맛과 향이 완성된다.

부르고뉴 샤르도네 와인은 대부분 알코올 발효 후 젖산 발효와 오크 숙성을 거친다. 젖산 발효는 샤르도네의 신맛을 완화해 와인을 부드럽게 만들고 오크 숙성은 와인에 바닐라, 스파이스, 버터 같은 향을 더해준다. 그래서 부르고뉴 샤르도네는 묵직함과 농후함이 특징이다.



반면 샤블리 와인은 추운 지방에서 생산된 샤르도네의 청량감을 최대한 강조하려고 젖산 발효와 오크 숙성을 피하고, 발효와 숙성도 스테인리스 통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린 샤블리에서는 경쾌한 신맛과 함께 풋풋한 과일과 미네랄향이 느껴지고, 병 안에서 오래 숙성된 샤블리에서는 견과류, 곡류, 지푸라기, 꿀 같은 향이 섬세하면서도 복잡하게 어우러져 있다.

샤블리 와인에는 4가지 등급이 있다. 가장 좋은 밭에서 생산된 그랑 크뤼(grand cru)는 15년까지 병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맛과 향이 뛰어나며 샤블리 전체 생산량의 3%밖에 되지 않는다. 다음 등급의 밭에서 생산된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는 10년 정도 병 숙성이 가능하다. 일반 샤블리 와인은 5년 이내에 신선한 상태로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낮은 등급인 프티 샤블리(Petit Chablis)는 키메리지언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포틀랜디언(Portlandien) 토양에서 난 포도로 만들어 샤블리보다 가벼운 와인이다.

샤블리 와인은 굴 외에도 생선, 게, 가재,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린다. 이 가을 해산물 파티를 계획한다면 샤블리 와인을 곁들여 향기롭게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주간동아 960호 (p75~75)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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