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7

2014.07.21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윤종빈 감독의 ‘군도 : 민란의 시대’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4-07-2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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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군도 : 민란의 시대’(군도)는 입소문이 자자했다. 괜찮은 영화, 볼만한 작품이 나왔다는 소문 말이다. 하지만 때로 소문과 기대는 독이 되기도 한다. 영화 ‘군도’에 대한 첫 번째 인상은 바로 ‘기대가 너무 컸나’라는 의문이었다.

    기대의 근거는 1970~80년대 고도성장기를 되짚어본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였다. 이 작품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다음 영화가 조선 시대 액션 활극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모두가 역사 속 실존인물과 실록 중심의 궁중 비화에 매달릴 즈음, 궁에서 벗어나 민초의 삶을 다룬 것부터가 이채로우니 말이다.

    배우 하정우의 합류는 기폭제 구실을 했다. 하정우를 한국 영화계에 등장하게 한 것이 윤종빈이고 하정우와 특유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바로 윤종빈이기 때문이다. 악역 강동원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했다. 강동원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검무는 영화 ‘형사’에서 확인했던 바였고, 하정우와 그가 일으킬 마찰음도 기대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도’에 하정우와 강동원은 있지만 윤종빈은 없다. 영화적 장점도 바로 이 배우들과 연관된다. 하정우는 순진한 백정이 농도 짙은 복수심을 갖는 캐릭터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슬프게 하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캐릭터인 백정 도치는 하정우를 통해 개성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능력과 외모, 재산마저 타고났지만 서자라는 운명 때문에 늘 차별받아야 했던 조윤의 트라우마 역시 강동원을 통해 매력적으로 필터링됐다. 아름다움과 악의 이율배반적 조합은 배우 강동원의 눈빛과 육체에서 잘 빚어낸 그릇처럼 완성됐다.

    문제는 ‘군도’에 윤 감독만의 색깔이 없다는 점이다. 각 배우가 자기 개성을 캐릭터에 녹여낸 데 비해, 작품은 한국 영화 명장면을 콜라주한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의 지문이 영화 프린트 곳곳에 묻어 있는 형국이다. 영화의 첫 장면, 당대를 설명하는 내레이터의 해설도 그렇다. 이 목소리는 해설뿐 아니라 심리 묘사, 심지어 고증까지 맡고 있어 그 역할이 애매하다.



    장으로 구분된 형식도 그렇다. 각 장이 부제를 달고 나뉘어 있지만, 사실 그 장의 내용이 모두 부제와 부합하지는 않는다. 가령 ‘신세계’라는 장에서 백정은 군도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가 도치로 거듭나는 2년을 아우르기에 이 부제는 버거워 보인다.

    웨스턴 장르를 패러디한 음악이나 콘트라스트를 강조한 인물 배치 등 ‘군도’는 의도적으로 클래식한 영화적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통성이 과연 관객의 공감대를 건드릴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민란의 시대’라는 부제를 붙였지만, 민초의 항거라기보다 도치라는 인물의 사적 복수담에 더 기울어진 것도 흠이다.

    윤 감독은 관객의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간혹 관객을 웃기기 전 개그맨이 먼저 웃는 실수를 범하듯, 어쩌면 ‘군도’에서는 감독의 심박수가 먼저 빨라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너무 많은 개성은 무개성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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