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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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제2 전성기 열린다

온라인 게임 스포츠화 세계인 열광…정식 체육종목 편입에 긍정적 분위기

  • 이경민 전자신문 기자 kmlee@etnews.com

    입력2014-01-27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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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포츠, 제2 전성기 열린다

    2013년 12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문을 연 e스포츠 전용경기장에서 FIFA 온라인 3 챔피언십을 보고 있는 관중.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이곳에는 수용 인원의 2배가 넘는 관중이 모인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2억 원), 유료 관중 수 1만2000명, 세계적으로 3200만 명이 TV에 시선을 집중한 스포츠.’

    이 경기는 타이거 우즈와 라이벌 필 미컬슨의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가 아니다. LA(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와 샌안토니오의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도 아니다. 지난해 10월 4일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다. 우리나라 SK텔레콤 T1은 이 대회에서 중국 로열클럽 황주를 상대로 단 1점의 세트스코어도 내주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1만2000개 관람석은 사전 판매로 1시간여 만에 매진됐다. 세계적으로 3200만 명이 TV와 개인용 컴퓨터(PC)를 통해 이 경기를 관람했다.

    LoL e스포츠 신화 재창조

    장면을 지난해 11월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로 넘겨보자. 2만여 명을 수용하는 이 장소에선 블리츠컨 행사가 열렸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미국 게임업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공식 마케팅 행사이자 ‘스타크래프트2’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이 치러진 자리다.

    결승전을 관람하려고 미국 각지와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람객은 수시로 ‘제동’(이제동), ‘유진’(김유진)을 외쳐댔다. 이날 결승전은 미국 디렉트TV와 한국 온게임넷에서 생중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했다. 온라인에서 판매한 경기 관람권은 100달러(약 12만 원)로 적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한 달 전 매진됐다. 한국은 일요일 아침시간대였음에도 동시간대 케이블채널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한동안 냉각기에 빠졌던 e스포츠가 최근 다시 봄을 맞은 증거들이다. e스포츠는 온라인 게임을 스포츠화해 선의의 경쟁을 즐기는 종목을 가리키는 말이다. 축구나 농구 등 실전 스포츠처럼 상대방과 겨뤄 승부를 낸다. 세계적으로 게임 인구가 9억 명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면서 PC 기반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롤드컵과 스타크래프트2 결승전을 관람하는 시선이 세계 곳곳에서 경기장과 TV에 고정됐다. 미국 게임업체 밸브 코퍼레이션이 개발한 ‘도타2’와 러시아 게임업체 워게이밍이 개발한 ‘월드 오브 탱크’도 e스포츠 분야에서 관중을 끌어모은다.

    아쉬운 외산 게임 매출 확대

    e스포츠, 제2 전성기 열린다

    2013년 10월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SK텔레콤 T1 프로게임단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동영상 시청도 급증하는 추세다. 게임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 트위치의 월별 시청자 수는 2011년 6월 320만 명에서 지난해 8월 4400만 명으로 늘었다. 2년 새 1400%나 폭풍 성장한 셈이다. 구글 유튜브에 따르면 2012년 평균 게임 시청시간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유튜브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가 게임이고, 이 가운데 47%가 소비자가 제작한 콘텐츠란 점은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국내외에 e스포츠 봄을 부활시킨 것은 미국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LoL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5대 5 팀 대항으로 할 수 있는 이 게임은 ‘롤드컵’ ‘롤폐인’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위축됐던 e스포츠를 다시 활성화한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짧은 게임시간 배분과 영리한 부분 유료화 정책, 효율적 대전 시스템이 LoL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6월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LoL 챔피언스 스프링 2013’ 결승전은 유료 좌석제임에도 1만2000여 석이 모두 매진됐다.

    올해는 지난해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렸던 롤드컵이 자리를 옮겨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국내 PC방 게임시간 점유율에서 2년째 1위를 기록하며 인기가 높은 점을 반영한 것이다.

    LoL은 2011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거침없이 상승세를 탔다. 정식 서비스 시작 시점인 2011년 12월 이전 이미 국내 접속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관심을 모았고 출시 3개월 만에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스타크래프트1’ 인기에 밀려 주춤하던 ‘스타크래프트2’도 최근 개인전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2005년 ‘2005 스카이 프로리그 결승전’을 보려고 부산 광안리에 관중 12만 명이 몰렸던 점과 비교하면 아직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e스포츠 열기를 다시 지피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용경기장 설립과 e스포츠의 정식 체육종목 가입 추진이다. 먼저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지난해 말 전용경기장을 세웠다. 서울 서초구에 ‘넥슨 아레나’라는 이름으로 들어선 e스포츠 전용경기장은 지하 2개 층, 전용넓이 1683㎡(약 509평) 규모다. 폭 19m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구비돼 역동적이고 실감나는 현장중계가 가능하다.

    e스포츠, 제2 전성기 열린다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e스포츠 부활을 이끄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한 장면(왼쪽). 차세대 e스포츠 종목으로 주목받는 게임 ‘스타크래프트2 : 군단의 심장’ 대표 이미지.

    e스포츠도 올림픽 종목 가능

    1월 2일 이곳에서 열린 ‘FIFA 온라인 3 챔피언십’ 개인전에는 관객 700여 명이 몰려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총 500여 개 좌석이 경기 시작 전부터 가득 찼고 스탠딩석도 만석을 이뤘다. 관람석에 자리 잡지 못한 이들은 프로모션 라운지와 모바일 라운지에 마련된 소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e스포츠를 정식 체육종목에 편입하는 일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전병헌 회장(민주당 원내대표)을 중심으로 올해 e스포츠를 체육 단체에 포함하는 활동을 추진한다. e스포츠는 현재 세계 스포츠연맹인 스포츠어코드 입단도 추진 중이다. e스포츠가 정식 체육종목에 편입되면 아시아경기대회나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다. 현재 프리아시안게임인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에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세계적 흐름은 e스포츠의 정식 체육종목 편입에 긍정적이다. 지난해 미국은 e스포츠를 정식 체육종목으로 인정했고 e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체육선수비자를 발급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e스포츠 흥행이 외산 게임 강세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LoL이 굳건하게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미국 EA스포츠가 개발한 ‘FIFA 온라인 3’가 뒤를 잇고 있다. 국산 게임으로는 ‘서든 어택’ ‘블래이드·소울’ ‘아이온’ 정도가 한 자릿수 점유율을 지키는 정도다.

    전문가들은 e스포츠 흥행이 외산 게임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것에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한 대학교수는 “LoL이 1년 넘게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익이 바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도 성공적으로 성장한 기업이 많지만 세계인이 주목할 만한 수준의 게임을 만들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 게임업체도 e스포츠 열기를 담을 콘텐츠 제작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e스포츠 각광

    대기업서 앞다퉈 후원…상금 100만 달러 ‘훌쩍’


    e스포츠, 제2 전성기 열린다

    2012년 열린 게임올림픽 ‘월드사이버게임즈(WCG)’ 그랜드 파이널 개막식 모습.

    최근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운 곳은 단연 ‘자본의 중심’ 미국이다. 2007년 게임 전문방송 저스틴TV가 등장하면서 성장이 시작됐고,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LoL) 출시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e스포츠 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투자로 이어진다.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이 미국 프로스포츠 메카라고 부르는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개최된 것도 e스포츠 위상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다. 스테이플스센터는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미국여자프로농구(NWBA) LA 스파크스, 미국하키리그(NHL) LA 킹스 홈구장이자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등 글로벌 스포츠이벤트가 개최되는 곳이다.

    최근엔 대기업들이 앞다퉈 e스포츠 대회에 상금을 후원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10월 LA에서 개최된 롤드컵에서 하부 리그 경기를 후원했다. 또 LoL 아마추어 리그를 후원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난해 4월 LA에서 열린 ‘콜 오브 듀티 : 블랙 옵스2’ 결승전에 상금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글로벌 게임업체 버진 게이밍도 지난해 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A스포츠 챌린지 시리즈’에 상금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미국 e스포츠는 2013년 말까지 각종 게임리그와 토너먼트에 상금 약 1500만 달러를 배정했으며, 이 규모는 올해 더 커질 전망이다.

    e스포츠 성장은 여러 사람이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서로 맞붙는 PC 게임에서 가장 뜨겁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Xbox)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기반 e스포츠 리그도 있지만 PC 게임과 비교할 수준이 안 된다. 지난해 PC 게임 매출은 전체 게임 매출의 39%에 해당하는 276억 달러(약 33조 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다중 온라인(MMO) 게임은 시장 규모가 210억 달러로 9억 명이 세계적으로 즐긴다. 또 이 가운데 40%인 3억8000만 명은 유료 게임 이용자로 지출을 확대하는 중이다. 지역별로는 미국 43억 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 110억 달러를 지출해 향후 북미 시장과 유럽 시장 성장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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