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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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 감성으로 마음 밭 갈기

‘우리 한시 삼백수 : 7언절구 편’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4-01-13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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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들 감성으로 마음 밭 갈기

    정민 평역/ 김영사/ 660쪽/ 1만9800원

    “사물은 오고 오고 다함없이 다시 오니(有物來來不盡來)/ 겨우 다 왔나 하면 또다시 쫓아오네(來盡處又從來)/ 오고 와서 본래 절로 비롯됨이 없나니(來來本自來無始)/ 묻노라 너는 처음 어디에서 온 것인고(爲問君初何所來).”

    ‘송도 3절’ 화담 서경덕(1489~1546)이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것을 노래한 시다. 이 책을 평역한 저자는 “우리는 그 생성소멸의 쳇바퀴 속을 떠가는 거품일 뿐이라. 하지만 우리는 가슴속에 도를 품어 그 알지 못할 태초의 지점을 향한 그리움을 간직한다”고 풀어낸다.

    한자 해독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7언절구는 어렵다. 간결한 어구 속에 우리 조상의 깊은 지혜는 물론 수많은 사연과 감성이 담겼지만, 한자를 읽고 그 속에 담긴 뜻을 소화하기란 만만찮다. 그래서 저자 손을 빌린 펄떡이는 시어는 시간을 뛰어넘어 정겹고 반갑다.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1807~1863)이 묘사한 눈 오는 날 풍경은 엉뚱하면서도 감각적이다. “하늘 임금 죽으셨나 땅의 임금 죽었는가(天皇崩乎人皇崩)/ 푸른 산 나무마다 모두 소복 입었네(萬樹靑山皆被服)/ 밝는 날 해님더러 조문하게 한다면(明日若使陽來弔)/ 집집 처마마다 눈물이 뚝뚝 지리(家家前淚滴滴).” 세상에 대한 설움 때문인지 그의 눈에는 아름다운 설경조차 슬프게 비쳤는가 보다.

    예나 지금이나 시는 절제가 미덕이다. 할 말을 감출수록 빛나고 울림도 커진다. 시인의 언어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또한 시가 가진 매력이다.



    “새벽녘 등 그림자 남은 화장 비추고(五更燈影照殘粧)/ 이별을 말하려니 애가 먼저 끊누나(欲語別離先斷腸)/ 반 뜰 지는 달에 문 밀고 나서자니(落月半庭推戶出)/ 살구꽃 성근 그늘 옷깃 위로 가득해라(杏花疎影滿衣裳).” 정몽주 손자 정포(1309~1345)의 이별은 읽는 사람의 가슴을 짠하게 한다.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우리 한시 7언절구 가운데서 엄선한 300수. 올 한 해 마음 건강을 챙기는 약으로 손색없어 보인다.

    선인들 감성으로 마음 밭 갈기
    국수

    김숨 지음/ 창비/ 372쪽/ 1만2000원


    ‘마루 한쪽에 옹송그리고 앉아 밀가루 반죽을 이겨대던 당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손금이 다 닳아지지나 않을까 염려될 만큼 꾹꾹 눌러대던 꾹꾹…, 어머니가 반죽에 몰래 섞어 넣어 그렇게 눌러야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저자의 네 번째 소설집.

    선인들 감성으로 마음 밭 갈기
    노래풍경

    장유정 지음/ 알마/ 344쪽/ 1만9800원


    대중음악 본질이 대중에 있다면, 대중음악을 저급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대중마저도 깎아내리는 일이다. 단순히 대중음악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나와 당신, 우리 삶을 보듬은 근현대 한국 대중음악의 풍경을 담았다.

    선인들 감성으로 마음 밭 갈기
    동양적 마음의 탄생

    문석윤 지음/ 글항아리/ 444쪽/ 1만8000원


    마음은 동아시아 전통 용어로 풀이하면 심(心)이다. 3000년 역사를 건너 논쟁을 벌이는 양심, 수치심, 자비심, 흑심, 그리고 심장으로서의 마음과 몸의 관계, 빈 마음과 가득 찬 마음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체계적으로 재론한다.

    선인들 감성으로 마음 밭 갈기
    야만

    미셸 앙리 지음/ 이은정 옮김/ 자음과모음/ 280쪽/ 1만7000원


    저자는 우리 시대를 야만의 시대로 규정한다. 야만의 시대, 곧 우리 시대에 가능한 문화란 없다. 야만은 문화가 싹트기 전이 아닌, 문화가 죽기 시작하는 바로 거기에서 얼굴을 내민다. 야만이 빠르게 우리 사회를 삼키고 있음을 고발한다.

    선인들 감성으로 마음 밭 갈기
    미소만 지어도 마음에 꽃이 피어납니다

    와타나베 가즈코 지음/ 최지운 옮김/ 21세기북스/ 264쪽/ 1만4000원


    우리는 일상에 도사린 가시들로 툭 하면 상처 받고 틈만 나면 약해진다. 저자는 따스하고 명징한 언어로 삶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한다. ‘우리 인생에 쓸모없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일러준다.

    선인들 감성으로 마음 밭 갈기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

    텐타오·우춘보 지음/ 이지은 옮김/ 스타리치북스/ 435쪽/ 2만 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고군분투기. 화웨이는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과정에서 미국 경쟁업체의 공세에 맞서고, 시스코와 특허권 분쟁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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