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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꽃밥

  • 엄재국 사진·문형일 기자

꽃밥

꽃밥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 나무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꽃이 밥이 되고, 밥이 꽃이 된다. 쌀 한 톨이 꽃잎 한 장이 되고, 만개한 꽃이 고봉밥이 된다. 시를 읽었는데 갑자기 허기가 진다. 가난한 살림살이일 때는 시 몇 편만 있으면 견딜 만했다. 옛날 옛적에는… 그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뜨거운 힘이 넘치는 이 시가 피었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890호 (p5~5)

엄재국 사진·문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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