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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인생

“운은 비켜라!” 삶의 주인공은 나

운명론과 골프

  •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운은 비켜라!” 삶의 주인공은 나

부처님 오신 날 공군 성남기지(서울공항)의 골프장에 라운드를 나갔다. 오랜만에 내기를 크게 하는 ‘의미 있는’ 골프라 친구들과 짜릿함을 즐겼다.

그런데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내기를 싫어하는 친구라 뽑기 게임으로 설렁설렁 즐기려니 집중력이 영 안 살았다. 전반 9홀에서 보기를 밥 먹듯이 하자 그 친구가 후반 홀에서 세게 한 번 붙자고 했다. 고수들이 대충 치자 만만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당연히 ‘조오타’ 하고 붙었는데, 자칭 싱글이라고 큰소리치던 이 친구가 내기를 하지 않다가 붙으니 몹시 긴장했던 모양이다. 보기와 더블보기를 번갈아 하면서 지갑이 몽땅 털렸다.

한데, 이 친구가 매 샷마다 실수하면서 내뱉는 말이 오늘 영 재수가 없네, 왜 이리 불운이 겹치느냐 등 실수를 운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면서 “이 지갑이 이탈리아산인데 영 재수가 옴 붙었다”며 지갑 핑계, 아이언 핑계, 바람 핑계, 나중에는 캐디 핑계까지 모든 것을 운으로 돌려버렸다. 그 꼴이 미워서 나머지 친구들이 조금도 봐주지 않고 규정대로 게임을 진행해 지갑을 홀랑 털어버렸다. 세 사람이 평균 78타였고 털린 친구가 88타였으니, 어떤 상황인지 대략 짐작할 것이다. 뒤풀이 때 이 친구가 또다시 운 타령을 하자 동반자들이 나에게 요청했다. 실력과 운에 대해 ‘썰’ 좀 풀어주게.

이상하게 운이 좋은 날이 있다. 해저드에 빠질 공인데, 연못 주위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튄다. 티샷이 나무와 숲이 있는 쪽으로 휘었는데 나무를 맞고 세컨드 샷 하기 좋은 지점에 떨어진다. 빗맞은 공이 카터 도로를 따라 열심히 굴러가다 페어웨이로 들어온다. 분명 생크 난 공인데 열심히 굴러가 그린 깃대에 딱 붙는다. 운수 좋은 날이다. 이럴 때 동반자들이 해주는 말. 평소 도덕적으로 살더니 하느님이 보우하시는구나. 인품이 훌륭해 천지자연이 당신과 함께하는구먼. 평소 방정하냐, 아니면 방정 맞느냐 차이인데 당신은 참 방정하구먼.

선택의 습관이 무의식에 저장



반대로 운이 지독히 안 좋은 날도 있다. 잘 맞은 공인데 디봇 자국 깊은 곳에 떨어져 세컨드 샷이 힘들다. 똑바로 날아간 공인데 찾아보니 고라니 똥 속에 놓였다. 해저드 위로 힘차게 날아가다, 마침 그때 공중바람이 심하게 불어 물에 퐁당 빠져버린다. 봄바람이 부는데 내가 칠 때만 강하고 상대가 칠 때는 멎는다. 홀컵에 떨어질 것 같았는데 끝이 살짝 휘어버려 안 들어간다. 공이 이날따라 언덕이나 맨땅에만 놓인다.

친구여, 당신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하는 일이다. 아마추어뿐 아니라 프로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례만 봐도 김인경 선수의 30cm 퍼트 실수, 태국의 어린 선수 주타누가른(이 선수 이름 참 발음하기 힘들다)의 마지막 홀 불운, 타이거 우즈와 팽팽하게 나가다 순식간에 무너진 가르시아…. 다 불운이다.

하지만 상대선수에게는 행운이다. 남의 불운이 자신에게 행운으로 다가오는 묘한 이치. 그렇다면 운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운명이란 무엇일까. 승부의 세계나 인생에 있어 그것을 어떤 에너지로 이해해야 할까. 주타누가른이 마지막 롱 홀에서 두 번째 친 공이 벙커로 들어간 상황, 도저히 벙커 탈출을 못하게 잔디와 벙커 경계선상에 깊이 박혀버린 그 공은 도대체 어떤 귀신에 씐 건지, 토지신의 심술로 이해해야 할지….

내가 도에 입문하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다. 인간의 운명이란 것이 결정돼 있습니까. 나는 운명대로 살 수 밖에 없는 팔자입니까. 역으로 질문을 던져보면 대략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은 지금 이 방에서 나갈 것입니까, 아니면 계속 앉아 있을 것입니까. 그야 내 맘대로죠. 당연히 운이란 놈도 그렇습니다. 당신의 선택이 일정한 흐름을 가질 때 운명이라는 이름이 붙죠. 선택의 습관, 이것이 무의식에 저장돼 자신도 모르게 진행하는 선택을 운이라 합니다. 이것을 읽어내는 학문을 사주 명리학이라 하고요.

스포츠에서 운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이것도 당연히 자신의 생각 흐름도가 일정한 틀을 가질 때 작용한다. 이건 고수의 이론이지만 일반인도 곰곰 생각해보면 이해될 것이다.

지난 주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롯데 전준우 선수가 9회 말 친 공은 누구나 홈런으로 알았다. 자신도 때리는 순간 홈런인 줄 알고 손을 들어 세리머니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1루로 뛰는데, 그만 바람이란 놈이 이 홈런을 플라이로 만들어버렸다. 역풍이 불어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것이다.

이것이 불운일까. 한번 분석해보자. 불운이냐 행운이냐의 기준은 그 시점에서 자신의 행위다. 하필 그 시점에 자신이 선택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만일 그 공을 치는 시기를 한 템포 늦췄다면, 투수가 1초 늦게 공을 던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 시점에 맞춰 행한 일의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 행운 또는 불운이 나타난다.

또 다른 예로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가정해보자. 0.1초의 짧은 시간에 부상을 당했다면, 그 시간 그 장소에 딱 맞춰 나오려고 얼마나 많은 선택을 했겠는가. 집을 나오기 전 전화라도 한 통 받았다면, 신호등을 건널 때 두 발자국만 느리거나 빠르게 걸었다면 등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는 조건이 엄청 많았을 것이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행운이나 불운은 자신의 선택일 뿐이니, 운명이라는 친구에게 자신을 맡기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선택의 주인이지 운명이 내 선택의 주인은 아니다.

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해보자. 고급 철학 영역이기 때문에 아는 자만이 이해할 테고 인생과 운에 대한 나름의 가치도 정립될 것이다. 즉 나라는 존재는 어느 누가 손으로 빚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고급 의식이 존재하고 싶어 존재하는 것이다. 불가나 고급 종교에서 말하는 신성(神性)이란 의식의 진동수가 점점 밀도를 달리해 이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 자신을 진화해나가는 원질(原質)을 뜻한다.

내가 원해서 그리 된 행위와 결과

원질은 창조와 파괴, 유지로써 자신을 확장한다. 이 세 가지 속성이야말로 신과 인간이 함께 가진 근원적 경험의 놀이다. 몸은 존재하다가 죽음이란 휴식기를 갖고 싶어하는데, 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힘의 근원이 바로 내 안의 신성이다. 이 신성의 작용을 운으로 치부한다면 나는 움직임과 존재함의 모든 것을 운이란 놈에게 맡겨버리는 셈이 된다. 인간이 일어나 잠들 때까지 하루 중 스스로 선택해 행동하는 횟수를 통계로 내어보니, 무려 137번이라는 결과가 있었다. 일어날 것인가 더 누워 있을 것인가, 세수하고 용변 볼까 용변 보고 세수할까, 아침을 밥으로 할까 빵과 우유로 할까… 이런 것을 누가 결정하나. 선택의 주인이 누구인가. 운이란 놈이 하는가, 아니면 내 안의 주인이 스스로 하는가.

이 생각에 동의한다면 한 차원 더 높은 의문을 생각해보자. 태어난 것은 나의 신성 때문인가, 아니면 운이란 친구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운이라는 고귀한 친구가 죽음도 관장하는가. 질병은 내가 걸리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절대자가 안기는 것인가.

감히 말하건대 이 모든 것은 나 자신의 신성이 선택한 결과물이다. 라운딩 중 골프채를 선택하는 것은 나다. 내가 골라 내 마음대로 친다. 이렇듯 나의 주인은 나지 운이란 놈이 아니다. 파괴를 하든 창조를 하든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한다. 무의식과 잠재의식을 조정하는 순도 높은 마음이란 놈이 나의 주인이다. 이 순수한 마음을 신이라 하고 하늘이라 하고 부처라 하며 상제라 하고 절대자라고도 한다. 이름을 붙이면 그 이름 자체가 절대가 아니라는 말씀, ‘노자도덕경’ 두 번째 구절이기도 하다.

결론은 순수 본성이 나라는 존재를 끌고 가니 이를 알고 행함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골프 행위 하나만 보더라도 답이 나온다. 바람이, 비가, 연못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무의식과 잠재의식이 그리로 공을 당겼을 뿐이다. 더 높은 차원의 의식으로 말하자면 이 모든 것, 이 환영, 이 세계 자체가 내가 원해서 그리 됐을 뿐이라는 답을 얻는다. 주변과 환경, 이웃을 탓하지 마라. 오로지 나 자신의 의식이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 그 상황을 연출했을 뿐이다.

이유를 묻지 마라. 나는 하늘 자체이니….



주간동아 889호 (p56~57)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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