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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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음원 시장 벌집 건드렸다

5월부터 이용 횟수로 저작권료 징수…가격 인상 불 보듯 시장 줄어들 수도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okmun@etnews.com

    입력2013-04-01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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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음원 시장 벌집 건드렸다

    2012년 7월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온라인 음악산업 정상화를 위한 음악인 한마당’ 문화제.

    5월 1일부터 온라인 음악스트리밍 서비스의 저작권료 징수 방식이 ‘가입자 기준’에서 ‘이용 횟수 기준’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비스 사업자들은 가입자가 내는 월정액 요금의 얼마(정액제)를 음악 창작자에게 줘야 했으나, 이제는 가입자가 듣는 횟수(종량제)만큼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작곡가, 가수 같은 음악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가 더 많아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정부가 3월 18일 발표한 조치다.

    음악 창작자가 저작권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이어서 반길 만도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디지털음원 업계의 반발은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음악생산자연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가 ‘음악 저작권 사용료 징수 규정 개선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독단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반기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과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 정책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업체가 창작자에게 내는 저작권료에 관한 것이어서 소비자 처지에선 당장 변하는 게 없다. 그러나 저작권료가 높아진다면 이 부담은 그대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월정액 스트리밍 무제한 서비스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찬성과 반대 관련 업계 요동

    현재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 상품의 경우, 서비스사업자는 가입자당 총 1800원(기기 하나에서만 이용할 때) 또는 2400원(기기 제한이 없을 때)의 저작권 사용료를 세 권리 단체(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에 납부한다. 스트리밍 종량제 서비스 상품의 경우에는 서비스사업자가 세 단체에 회당 7.2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6월 개정된 조치에 따라 1월부터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변경되는 저작권료 징수 규정에 의하면, 월정액 상품이라 해도 월별로 실제 스트리밍 이용 횟수에 따라 저작권 사용료를 권리 세 단체에 납부해야 한다. 스트리밍 1회 이용당 저작권 사용료 단가는 총 3.6원(또는 매출액의 60%)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작자에게 2.64원 또는 매출액의 44%, 저작자에게 0.6원 또는 매출액의 10%, 실연자에게는 0.36원 또는 매출액의 6%가 각각 돌아간다.

    문광부는 현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권 가격(6000원)과 가입자당 월평균 이용 횟수(1000회)를 고려해 저작권 사용료 3.6원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6000원을 1000회로 나누면 6원이며, 매출액 기준으로 60%를 적용한 것이다. 스트리밍 종량제 서비스 상품의 저작권 사용료 7.2원에 비하면 5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스마트폰 이용 증가에 따라 음원 이용이 늘어났지만 가입자당 기준 때문에 음악 창작자에게 돌아갈 몫이 한정됐다”며 “창작자 권익보호를 감안한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서비스 업체나 제작사들은 반기는 눈치다. 후발주자들은 이번 개정을 계기로 새로운 마케팅을 고안해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제작사 수익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일부 제작사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은 음악 사이트와 저작 3단체 간 일로, 소비자가 이용하는 정액제 요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이 인상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만일 정액제에 가입한 소비자가 한 달에 1000번 넘게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다면 저작권료는 현재보다 높아진다. 현 월평균 이용 횟수의 2배인 2000번을 들으면 정액제 가격을 훌쩍 넘는 7200원이 저작권료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뿐 아니라, 문광부가 월정액 스트리밍 상품의 기본 가격을 6000원으로 산정해 새 징수 규정을 만들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3000~4000원대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한 차례 저작권료 인상 조치를 단행하자,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려고 한시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원 시장 벌집 건드렸다
    너무 성급한 결정도 문제

    지난해 6월 정부는 저작권료를 인상하는 조치를 발표했고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규정에 따라 다운로드 방식이나 스트리밍 방식 모두 저작권료가 올랐다. 게다가 묶음 상품(다량상품)에 따른 할인 폭도 축소함으로써 곡당 하한가를 높였다. 또한 소비자는 종량제와 월정액제를 병행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저작권료가 인상되자 음악 사이트 멜론, Mnet, 네이버 뮤직 등이 서비스 가격을 일제히 올렸으며, 반발을 최소화하고자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서비스업체들이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할인 행사가 끝나고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감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기는커녕 할인 행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아직은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3월 18일 조치로 가격 인상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문제는 시장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로 서비스 이용 자체를 줄이거나, 불법 다운로드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 창작자를 위한 조치가 시장 자체를 줄어들게 함으로써 음악 창작자에게 돌아갈 몫을 오히려 키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멜론 가입자의 대거 해지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말 1차 징수 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신규 가입자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해지율도 10% 증가했다.

    가격 인상이 시장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은 1차 징수 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보여줬다. 여타의 온라인 서비스가 가격 인상 또는 유료 서비스 전환으로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사례도 많다. 이 때문에 가격 인상 반발에 대응할 단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번 개정안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차 개정안의 경우, 관계자들과 23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의견차를 좁혀갔다. 시행 이전에 자동결제 방식으로 가입한 이용자는 6개월간 동일한 요금으로 기존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한 조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런 1차 개정안도 소비자 이탈이라는 사태를 막긴 힘들어 보인다. 해당 가격이 다시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과 마케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차 개정안이 자리 잡기도 전에 규정을 또 개정하고, 개정한 지 두 달도 안 돼 시행한다는 점이 관계자들에게 특히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고 출범한 음원 전송사용료 개선협의회에 대한 지적도 많다. 한 차례 워크숍을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실무 작업반을 발족해 개선 방안을 6월까지 마련한다는 것이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이다. 음악생산자연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문광부의 음악 저작권 사용료 징수 규정 개선안 발표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일환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음악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려는 조치라지만 지나칠 만큼 급하게 결정했다”면서 “단계적으로 시행하거나, 음악 창작자의 창작활동을 장려하는 기금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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