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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 송화선의 Art and the City

고향의 푸른색, 그리움으로 남다

수화 김환기 탄생 100주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展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고향의 푸른색, 그리움으로 남다

고향의 푸른색, 그리움으로 남다

1. ‘Universe’, 1971, 코튼에 유채, 254×254cm 2. ‘매화와 항아리’, 1957, 캔버스에 유채, 53×38cm 3. ‘론도’, 1938, 캔버스에 유채, 61×72cm

캔버스에 광활한 우주를 펼쳐놓았다. 무수히 많은 작고 푸른 별이 동심원 궤적을 그리며 흘러간다. 수화 김환기(1913~74)의 ‘Universe(우주)’(1971)는 푸른 점만으로 이뤄진 유화다. 그럼에도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 건 농담(濃淡) 차가 빚어내는 리듬감 때문이다. 수화는 말년에 이 같은 ‘전면점화(全面點畵)’ 화풍을 완성했다. 고운 생면(生綿)에 아교를 칠해 캔버스를 만든 뒤 묽게 푼 유채물감으로 점을 찍었다. 캔버스와 유채물감을 사용했으니 분명 서양화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동양화 같다. 수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환기미술관에서 여는 기획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서는 수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러한 동도서기(東道西器) 세계로 나아갔는지 조망할 수 있다.

젊은 시절 수화는 추상미술에 몰두했다. 일제강점기 전남 신안군 섬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미술 유학을 떠난 일본에서 모더니즘을 접했고, 이후 도쿄와 서울에서 서양화가로 명성을 떨쳤다. 당대 보기 드문 추상화로 최근 문화재로 지정된 ‘론도’(1938) 등이 이 시기 대표작이다.

해방 후 서울대 미대 교수, 홍익대 미대 학장 등을 지낸 수화의 예술 세계가 전환기를 맞은 건 1956년. 모든 명예와 영광을 뒤로한 채 프랑스 파리로 떠나면서부터다. 그는 그곳에서 개인전을 열고 작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여기 와서 느낀 것은 시(詩) 정신이요. 예술에는 노래가 담겨야 할 것 같소. …지금까지 내가 부르던 노래가 무엇이었다는 것을 나는 여기 와서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같소.”

1957년 1월 쓴 글이다. 한국 출신 서양화가로서 그가 부른 ‘노래’는 고향이었다. 수화는 산과 달, 매화와 백자(白磁) 연작을 그렸다. 거의 모든 작품에 푸른색도 사용했다. 고향 섬마을의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색이다. 1958년 프랑스 니스에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그는 한국 바다를 “흰 수건을 적시면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그런 바다”라고 소개했다. 바로 그 색을 이용해 그리고 또 그렸다.



1963년 지천명을 맞은 그는 또 한 번 도전에 뛰어들었다. 이번엔 미국 뉴욕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곳에서 모든 형태를 해체한 전면점화 작업을 시작하면서도 고향의 푸른색만은 놓지 않았다. 당시 친구에게 쓴 편지에는 “뻐꾸기의 노래를 생각하며 종일 푸른 점을 찍었다. 앞바다 돗섬에 보리가 누르렀다고 한다. 생각나는 것이 많다”는 구절이 있다. 박정은 환기미술관 학예사는 “평생 예술가로 살고자 했고, 세계 미술 중심지에서 늘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고향에 대한 사랑만은 놓지 않았던 그의 삶 때문에 한국인이 수화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 동경시대’ ‘파리시대’ ‘뉴욕시대’ 등으로 분류된 전시실에서 그의 대표작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환기미술관과 함께 ‘김환기 탄생 100주년 기념 온라인 특별전’을 진행한다. 6월 9일까지, 문의 02-391-7701.



주간동아 880호 (p69~69)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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