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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단일화 셈법

여론조사? 담판? 고난도 ‘단일화 방정식’

야권 후보 단일화 文·安 캠프 유리한 방법 찾기 고민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여론조사? 담판? 고난도 ‘단일화 방정식’

여론조사? 담판? 고난도 ‘단일화 방정식’

11월 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만난 문재인(왼쪽) 안철수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1월 6일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후 관심은 단일화 방식에 모아졌다. 경선이냐 여론조사냐, 아니면 담판이냐. 문 후보는 경선이나 담판을, 안 후보는 여론조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선호도가 갈리는 이유는 해당 방식이 각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경선 방식. 정당 기반을 가진 문재인 후보가 선호한다. 전국 조직망을 가동할 수 있어 문 후보 처지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경선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활용돼 충분히 검증받았을 뿐 아니라 국민에게 익숙한 방식이기도 하다. 권역별로 경선을 치를 경우 단일화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단일화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가장 객관적이어서 단일화의 정당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그래서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가능하면 경선 방식이거나 경선과 유사한 방식을 선호한다.

둘째, 여론조사 방식. 안철수 후보는 정당 기반이 없는 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 앞선다. 특히 양자구도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여론조사는 경선 방식과 비교할 때 모집단이 적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지닌다. 그래서 단일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에 뒷심이 달릴 수 있다.

셋째, 담판 방식. 보기에 따라서는 이 방식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 특히 조건 없는 양보는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길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을 지지해온 사람들이 담판에 따른 양보를 흔쾌히 수용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면 다음번에 후보로 나왔을 때 지지세력을 끌어모으기 힘들다. 권력의지가 없는 사람을 지지할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와 비교하더라도 단일화의 정당성이 한층 취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여론조사? 담판? 고난도 ‘단일화 방정식’

11월 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회동한 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왼쪽)과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이 야권 후보 단일화 관련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물 건너 간 경선 방식



하지만 이 세 가지 방안 가운데 경선 방식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단일화 시한인 대선 후보 등록일까지 남은 기간은 11월 9일 현재 20일도 안 된다.

당장에 양 후보 진영이 경선 방식에 합의하더라도 권역별 순회경선을 치르기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안철수 후보가 불리한 상황에서 합의에 전격 도달하기도 어렵다. 문재인 후보가 11월 4일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통 큰 양보를 시사한 이유도 바로 이런 한계를 알기 때문이다. 물론 안 후보 측도 경선 방식 배제를 간절히 바랐던 바였고, 문 후보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양보하자 바로 다음 날인 5일 만나자며 적극 호응한 것이다.

세 가지 대안 가운데 이제 남은 대안은 여론조사 방식 아니면 담판 방식이다. 잠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2년 11월 8일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번에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것은 이보다 이틀 앞섰다. 당시 노 후보는 경선을, 정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했는데, 결국 노 후보의 양보로 여론조사 방식으로 귀결됐다. 이후 한 차례의 TV토론에 이은 한 차례의 여론조사를 거쳐 후보를 최종 확정했다. 단일화의 고전이 만들어진 순간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2년 11월, 야권은 다시 단일화를 논의 중이고 그때와 유사한 단일화 전개 과정과 판박이 같은 방식 논란에 국민은 식상함을 느낀다. 감동이 사라진 단일화 과정에 어떻게 생동감을 불어넣을까. 아마 두 캠프 모두 고민이 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11월 7일 단일화 방식 3원칙을 제시하고 나섰다. 첫째,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 둘째, 충분한 공개토론과 정보제공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단일화 셋째, 양 후보 지지세력뿐 아니라 국민과 통합하는 단일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3원칙에는 경선 방식이 물 건너 간 데 대한 문 후보 측의 아쉬움이 짙게 묻어난다. 경선을 할 수 없다 해도 그와 유사한 방식을 아직까지 갈망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문 캠프는 경선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이미 방안을 완성했을지도 모른다.

# 모바일경선 vs 제3의 방식?

여론조사? 담판? 고난도 ‘단일화 방정식’
민주통합당은 올 1월과 6월 두 차례 전당대회에서 모바일경선을 실시했다. 선거인단 모집과 투표 참여가 수월해 짧은 기간에 더 많은 국민 참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투·개표에도 비교적 적은 시간이 소요된다. 문 후보 측에서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를 단일화의 첫 번째 원칙으로 제시한 이유가 모바일경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안 후보 측에서 모바일경선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라는 명분에도 현실에서는 조직 동원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안 후보 측에서 지금까지 거론된 적이 없는 제3의 단일화 방식을 모색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안 후보 캠프의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단일화 방식은 철학과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면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마지막에 깨졌는데, 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즉, 여론조사 방식을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후보는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어떤 창조적 변신을 모색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 방식은 토론 후 종합평가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미 후보자 간 일대일 생방송 공개토론과 여론조사, 모바일경선, 전문가를 거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만약에 두 후보 간 공개토론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진행될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에 따르면, 단일화 관련 TV토론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11월 27일 이후 1회에 한해 가능하다. 2002년 단일화 당시에도 한 차례 TV토론을 거쳐 여론조사를 한 바 있다. 그런데 한 차례? 너무 아쉽다.

정당을 기반으로 둔 까닭에 정책 면에서 앞서가는 문 후보로선 토론에 갈증을 느낀다. 늘 잠행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지 않는다는 질타를 받아온 안 후보 역시 토론에 갈증을 느끼긴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두 후보가 토론을 벌여야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단일화 합의로 언론 관심이 집중된 마당에 후속타가 나와야 언론의 시선을 붙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을 전개할 때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이제 남은 방식은 얼마 전 KBS가 추진했던 방식 정도다. 후보자를 한 사람씩 불러서 실시하는, 즉 권역별로 지역 언론이 초청해 진행하는 콘서트 방식의 ‘순차토론’이 그것이다.

# 빅 이슈 선점할 마지막 기회

여론조사? 담판? 고난도 ‘단일화 방정식’

2002년 11월 16일 후보 단일화 방식과 절차에 합의한 뒤 서로 얼싸안으며 단합을 과시하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왼쪽)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콘서트 방식의 순차토론 이후 여론조사와 모바일경선을 결합한 방식으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은 어떨까. 아마 이 정도면 두 후보 모두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문 후보가 전격적으로 여론조사를 수용한다고 발표하고, 안 후보 역시 여론조사에 모바일경선을 결합하자며 호응한다면 양측 지지세력 모두 수긍하기에 용이할 것이다.

만일 순차토론과 일대일 TV토론이 이뤄진다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예단하기 조심스럽지만, 토론 환경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더 유리하다. 민주통합당으로부터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분히 검증된 의제와 수치를 들어 말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그러나 스피치 역량이라는 측면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유리하다. 두 후보 모두 조용하게 얘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안 후보는 공감이 가게 말하는 방법을 잘 안다. 오랜 강연 노하우가 화법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캠프 차원의 조직적 노력에도 조금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토론 횟수가 거듭될수록 불리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두 후보 간 단일화 과정에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어떤 후보가 수도 이전이나 대운하 같은 ‘빅 이슈’를 내놓고 논쟁을 주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근혜 후보도 마찬가지지만, 지금부터 11월 말까지가 전국적 변화를 가져올 만한 빅 이슈를 던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캠프 모두 이런 이슈를 준비 중일 것이다. 과연 누가 어떤 대형 이슈를 제기해 단일화는 물론, 대선 본선까지 주도하면서 치고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862호 (p22~24)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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