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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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게이 커플이 뭐가 어때

뮤지컬 ‘라카지’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2-07-16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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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게이 커플이 뭐가 어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잣대는 무엇인가. 그 잣대를 만든 이는 누구인가.

    뮤지컬 ‘라카지(원제 La Cage Aux Folles)’ 속 주인공은 남들이 원하는 대로 새장에 몸을 끼워 맞추기를 거부한다. 그렇다고 새장 밖으로 영영 떠나지도 않는다. 유쾌한 중년 게이 커플은 새장 안팎을 조롱하듯 드나들며 누구보다 진실하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의 잣대, 현실과 환상 따위는 이들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1973년 발표한 프랑스 희곡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옮긴 이 작품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에 있는 동성애 나이트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게이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 조지와 ‘아내’ 앨빈은 20여 년간 함께 산 게이 커플이다. 조지는 점심식사 약속도 잊을 정도로 무덤덤해졌고 그때마다 앨빈은 “당신, 변했어”라며 토라지기 일쑤지만, 조지가 “예전 일 기억나?”라며 로맨틱한 이야기를 꺼내면 앨빈도 어물쩍 기분을 푸는 그런 평범한 부부 말이다.

    어느 날 조지가 젊은 시절 한 여자와의 ‘불장난’으로 낳은 아들 장미셸이 이들 앞에 등장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장미셸이 결혼하려는 여자의 아버지 딩동은 “정권을 잡으면 저 더러운 게이클럽부터 쓸어버리겠다”고 주장하는 극우파 정치인. 사랑에 눈이 먼 장미셸은 딩동 가족의 방문을 앞두고 조지 부부에게 “단 하루만 ‘정상적인 가정’으로 변하자”고 부탁한다. ‘게이 엄마’인 앨빈 대신, 그를 버리고 간 ‘생물학적 엄마’를 데려와 ‘정상적인 가정’을 연기하자는 것.

    중년 게이 커플이 뭐가 어때
    배신감을 느낀 앨빈은 “왜 나는 나일 수 없느냐”고 울부짖지만, 결국 철없는 아들과 쩔쩔매는 남편에게 또 져준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장미셸을 비롯해 모든 이성애자들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했지만, 정작 앨빈이 없는 조지 가족은 어딘가 어색하고 비정상적이라는 점이다. 이들 가족은 앨빈이 있어야 완성된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는 조지와 앨빈 커플이 가진 화려하고 안락한 ‘새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게이클럽 ‘라카지오폴’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쇼적인 부분이 많다. 게이 무희로 분장한 ‘라카지오폴 걸’들이 하이힐에 짧은 치마를 입고 화려한 춤을 춘다. 정말 저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매혹적이다. 빅밴드 재즈 스타일의 음악은 화려하면서도 따뜻하다.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어서 군데군데 산만하고 조연의 에피소드가 다소 ‘따로 논다’는 느낌을 주는 점은 아쉽다. 한국식 유머코드가 적절히 녹아들지 못해 어색한 부분도 엿보인다.

    ‘게이 엄마’ 앨빈을 연기하는 정성화와 김다현은 이미 다양한 뮤지컬에서 끼를 인정받은 배우다. 특히 정성화는 갱년기를 겪어본 듯 중년 여성의 마음을 절절히 표현한다. 9월 4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문의 1566-7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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