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4

2012.07.02

‘고개’숙였다고 무조건 약 먹자?

발기부전치료제를 대하는 남성의 3가지 자세

  • 이성원 대한남성과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입력2012-07-02 11: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고개’숙였다고 무조건 약 먹자?
    20대 후반의 젊은 남성이 쭈뼛쭈뼛 진료실로 들어온다. 조금 긴장한 표정이다. 자신이 발기부전이라며 증상을 말하는데 영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세히 물으니 속내를 털어놓는다. 직장상사가 선물용으로 쓸 발기부전치료제를 구해오라고 했단다. 제발 처방해달라고 사정하는데, 받는 사람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말한 뒤 타일러 돌려보냈다.

    40대 중·후반 남성은 자리에 앉자마자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받으러 왔다고 말한다. 이번에 싼 가격대의 약이 많이 나왔다던데 한 번에 많이 처방받을 수 없느냐고 묻는다. 검진을 통해 상태를 확인한 후 약을 적절히 처방해주겠다고 하니 바빠서 검사받을 시간이 없다면서 약만 넉넉히 처방해달란다. 약 복용보다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게 먼저라고 설득했지만 결국 진료실을 나가버렸다.

    이는 모두 비뇨기과 진료실에서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다. 발기부전 증상이 없더라도 발기부전치료제를 먹으면 정력이 강화되리라는 그릇된 인식, 그냥 한두 번 먹는 건 괜찮으리라는 생각이 널리 퍼진 것이다.

    먹는 발기부전치료제는 발기부전 극복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너무 많은 관심을 받는 까닭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비뇨기과 의사로서 남성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발기부전이 의심되면 거두절미하고 의사부터 찾아라. 발기부전 환자를 모두 먹는 약으로 치료하는 건 아니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원인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발기부전은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같은 생활습관병의 경고 사인이다. 발기부전이 생기면 수년 내에 이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발기부전 검진을 하다 당뇨 같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도 그래서다.



    둘째, 환자가 아니라면 약에 눈길조차 주지 마라. 최근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발기부전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커졌다. 치료제에 걸맞지 않은 이상야릇한 제품명으로 눈길을 끌거나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기용하는 등 제약사들의 도 넘은 마케팅 탓에 정상인 남성도 약에 대해 부쩍 궁금해한다. 오죽하면 정부가 이들 복제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확대 지정하는 조치를 취했겠는가.

    가짜 약 복용 가능성 커

    확실한 것은 이 약들이 ‘치료제’라는 점이다.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남성은 하등 탐낼 이유가 없다. 정상인이 의사의 진단 없이 발기부전치료제를 오남용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두통, 안면홍조가 나타나고 근육에 통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의존심리가 생겨 정상인데도 약 없이는 원만한 성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셋째,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는 보지도 듣지도 마라. 위 사례처럼 약을 구하려고 병원에 오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의사가 위험성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품을 보증한다는 인터넷 광고만 보고 순진하게 처방전 없는 가짜 약을 복용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심하면 성기능 상실,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발기부전치료제가 반드시 의사 진단과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임에도 오남용을 걱정해야 하는 현 상황은 비뇨기과 의사로서 매우 안타깝다. 약 종류가 늘어난 것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이 자칫 약 오남용으로 이어져 건강이 상하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발기부전치료제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