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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사포…‘부정투구’가 뭐기에

초창기 메이저리그에선 모두 허용…현대 야구는 이물질과 ‘부정배트’도 엄금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면도날, 사포…‘부정투구’가 뭐기에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 난데없는 ‘부정투구’ 논란이 일었다. 롯데 투수 이용훈(35)이 ‘스핏볼(spit ball)’을 던졌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6월 10일 부산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이용훈은 마운드에 올라 공을 치아로 깨무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이 모습이 TV로 고스란히 중계되면서 부정투구 의혹을 받았다. 이용훈은 “야구공에는 붉은색 말고 흰 실밥이 있는데 그걸 뜯은 것”이라며 “기도하는 것과 똑같은 나만의 버릇이라 마운드에 올라서면 딱 한 번 그렇게 한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계속 확산됐다. 이용훈이 지난해 9월 17일 퓨처스리그(2군리그) 한화와의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던 터라 파문은 더욱 컸다.

스핏볼, 샤인볼, 에머리볼

스핏볼은 침이나 바셀린 등을 발라 던지는 공을 가리킨다. 침을 공의 가죽 표면에 묻히면 점성 때문에 변화구의 각이 더 커지고, 직구 무브먼트도 좋아진다. 스핏볼은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합법적인 투구였다. 그러나 192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유격수 레이 채프먼이 뉴욕 양키스의 칼 메이스가 던진 스핏볼에 얼굴(관자놀이)을 맞고 사망하자 스핏볼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채프먼이 사망한 이후 메이저리그엔 선수 안전을 위한 여러 변화가 있었다. 먼저 지저분한 공은 타자가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항상 새 공을 사용하기로 했다. 타자가 모자 대신 헬멧을 착용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됐다. 스핏볼 금지도 논의됐다. 그러나 스핏볼을 전문적으로 구사하던 투수 17명이 스핏볼 금지에 강력하게 반발하자 결국 이들이 은퇴할 때까지만 스핏볼을 허용하기로 했다. 17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벌리 그라임스가 1934년 은퇴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핏볼을 완전히 금지했다.

현대 야구에선 스핏볼 외에 샤인볼(shine ball·유니폼이나 글러브 등에 문질러 미끈거리게 한 공), 머드볼(mud ball·진흙을 묻힌 공), 에머리볼(emery ball·사포 등 날카로운 물질로 표면을 거칠게 만든 공) 등 초창기 메이저리그에서 허용하던 투구를 모두 부정투구로 지정하고 있다. 야구 규칙 8.02(a)는 부정투구와 관련해 “심판원이 투구에 대해 볼을 선고하고, 투수에게는 경고를 주고, 그 이유를 방송으로 알린다. 한 투수가 같은 경기에서 또다시 반복할 경우 퇴장시킨다”고 정해놓았다. 그러면서 “투수가 각항을 위반했는지는 심판원만이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즉 심판이 보지 못하면 제재할 수 없다.



이용훈은 6월 13일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주심을 맡은 이민호 심판원은 1회 초 이용훈이 초구를 던지기 전 마운드에 올라 이용훈에게 ‘공을 입에 무는 행위를 하지 마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이용훈은 “오해하시는 분이 있는 이상 앞으로 안 하겠다”고 답했으며, 그는 이날 경기에서 한 번도 공을 입에 대지 않고 5.2이닝 동안 2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용훈은 다행히(?) 스핏볼 의혹을 스스로 떨쳐냈지만, 빅리그 사례를 보면 실제로 부정투구를 한 투수가 제법 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 돈 서턴은 아예 면도날 조각을 글러브 안에 붙여놓고 공 표면에 흠집을 냈다. 글러브 안에 사포를 붙인 뒤 공을 쥔 손을 글러브 안에 넣어 그립을 바꾸듯이 움직여 공에 상처를 낸 투수도 있었다. 모자, 유니폼, 글러브에 바셀린을 발라놓고 공에 묻혀 던지는 투수도 있었다. 뉴욕 양키스의 포수 요기 베라는 주심에게 새 공을 받아 투수에게 건네주기 전 닦는 척하며 흙이나 자신의 보호장구에 문질러 공 표면에 흠집을 냈다. 그와 배터리를 이뤘던 투수 화이트 포드가 나이가 들어 구위가 떨어지자 그런 편법을 썼다.

투수 피칭은 뼈 206개가 연관된 복잡한 메커니즘을 거쳐 이뤄진다. 공의 작은 변화가 구속, 제구, 무브먼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구 규칙 가운데 선수 몸에 이물질을 부착하면 퇴장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시절 투구하는 순간 몸에 붙였던 파스가 떨어져 퇴장을 당한 적 있다. 현 LG 투수 박명환은 두산 소속이던 2005년 더위를 이기려고 모자 안에 양배추를 넣고 출장했다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면도날로 공에 흠집을 내는 ‘의도적인’ 부정투구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외국인 선수제도 도입 초창기, 몇몇 용병 투수가 바셀린을 바르고 투구했다는 얘기가 나온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악질 부정투구로 퇴장당하거나 징계를 받은 선수는 없다.

불방망이 비밀은 코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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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KIA전에서 부정투구 의혹을 받았던 롯데 이용훈 투수.

투수에게 부정투구가 논란이 된다면 타자는 종종 부정배트 의혹을 받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회에서는 매년 4~5회 같은 날 각 구장에서 선수들이 사용하는 배트를 불시에 검사한다. 선수들이 등록하지 않은 배트를 사용하거나, 압축배트 등 일부러 변형을 준 배트를 사용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

부정배트는 ‘타자가 어떤 방법으로든 공의 비거리를 늘리거나 비정상적인 반발력이 생기도록 개조·가공했다고 판단되는 방망이를 쓰거나 쓰려 한 경우’를 가리킨다. 방망이에 이물질을 끼우거나, 표면을 평평하게 하거나, 못을 박거나, 속을 비우거나, 홈을 파거나, 파라핀 왁스를 칠하는 등의 ‘손질’이 포함된다.

1997년 5월 5일, 천보성 LG 감독은 백인천 삼성 감독에게 “삼성 선수들이 부정배트를 쓴다”며 항의한 적이 있다. 문제의 배트는 백 감독이 미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직접 주문하고 제작한 것이었다. 당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승승장구하던 삼성 선수들에게 이날도 LG가 큰 점수 차로 패하자 천 감독이 부정배트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KBO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는 천 감독이 아닌 당시 김성근 쌍방울 감독이었다. KBO에서는 미국 조사기관에 배트 재질과 도료 등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고 조사결과 ‘정상’이라고 나와 사건이 일단락됐다.

부정배트의 대표적인 예가 코르크 배트다. 배트 끝에 지름 3cm 정도의 구멍을 뚫고 거기에 코르크를 채워 넣은 뒤 다시 구멍을 막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육안으론 식별이 어렵고 배트는 상대적으로 가벼워져 스윙 스피드를 늘릴 수 있다. 배트 반발력도 커진다. 다만 배트가 부러졌을 때 부정행위가 적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03년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새미 소사가 그랬다. 당시 소사는 “타격훈련 때 대형 홈런을 쳐서 일찍 경기장을 찾은 관중을 즐겁게 해주려고 사용한 배트를 실수로 들고 나왔다”고 변명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 다른 메이저리거 윌튼 게레로는 땅볼로 아웃당하고 들어오면서 그라운드에 떨어진 부러진 방망이를 직접 집어들었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심판에게 부정배트를 적발당하기도 했다.



주간동아 843호 (p46~47)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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