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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군대의 추억’, 난 밀리터리 캠핑한다

전술 텐트, 전투식량 등 전 세계 군용품 애용자 급증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군대의 추억’, 난 밀리터리 캠핑한다

‘군대의 추억’, 난 밀리터리 캠핑한다

1 ‘U.S 밀리터리세상’ 카페 회원들의 정기모임 캠핑 모습. 2 1인용 텐트와 야전침대. 3 군용 식판.

“오후 4시 30분 드디어 캠핑장에 도착. (중략) 서둘러 텐트를 설치합니다. 1950핵사곤 텐트, 10분이면 설치할 수 있는 걸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씨름하다 보니 기진맥진. 드디어 텐트 설치 완료. 미 해병대 2인용 전술 텐트, 솔저크루즈, 1950핵사곤, 미 해병대 1인용 텐트…. 이제 좀 밀리터리 카페 정모 냄새가 나는군요. 우리가 텐트 설치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회원 부부 두 커플은 진작 진지구축을 완료하고 음식 만들기에 열중하시네요.”

“무지개님 숙소인 SCT 솔저크로우 텐트. 아직 공동구매 전이지만 빼앗아가셨습니다. 베이스캠프, 1950몽골핵사 텐트를 요렇게 설치했네요. 두랄미늄(알루미늄 합금) 4단 프레임을 개조해 기존의 텐트 설치 방식이 아닌 도르래 타입으로. 이지스님의 걸작! 아이디어에 쓰러집니다. 미 해병대 텐트 1박을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사용자 처지에서 보니 군용 기준으로 간편함이 돋보였습니다. 2명이 넉넉히 잘 공간이 나왔으며 퀄리티가 높고 실사용에 좋았습니다.”

국내 캠핑인구가 급증하면서 온라인상에 캠핑 후기도 넘쳐난다. 그중 유독 군대용어와 암호 같은 기호, 제품명이 줄줄이 등장한다면 십중팔구 ‘밀리터리 캠핑족’이 쓴 후기다. 2년 전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한 밀리터리 캠핑족은 말 그대로 전 세계 군용품을 캠핑용품으로 사용하는 캠퍼를 일컫는다.

밀리터리용품 시장 규모만 800억 원대

“4년 전 내가 동호회를 만들 때만 해도 국내 밀리터리 캠핑은 걸음마 수준이었다”고 말하는 전영식 씨. 30대 중반에 미혼인 그는 캠핑 경력 10년차로 쇼핑몰을 겸한 동호인 온라인 카페 ‘U.S 밀리터리세상’을 운영하는 카페지기다. 2008년 11월 개설한 이 카페는 현재 회원이 3800여 명. 전씨가 밀리터리 캠퍼가 된 건 자연스러웠다. 아버지가 해오던 군용품 수입·판매업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밀리터리 캠핑 동호회를 만든 이유는 취미와 취향이 같은 사람과 만나는 데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서다. 멀리 있는 사람과도 언제든 소통할 수 있다. 함께하면 좋을 멘토가 회원 중에 많다.”



회원들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체 회장부터 의사, 교수, 예술가, 샐러리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나이는 40, 50대다. 이들은 1년에 두 번 정기모임 캠핑 외에 수시로 번캠(번개캠핑)을 한다. 한 번에 보통 20명 정도 모이는데, 밀리터리 캠핑용품은 일반 캠핑용품보다 부피가 크고 종류도 많아 캠퍼 대부분이 수입 지프나 SUV 차량을 이용한다. 캠핑장과 주차 공간을 많이 차지하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 어렵다. 어떨 땐 소규모 캠핑장을 통째로 빌리기도 한다.

아웃도어 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캠핑용품 시장 규모는 대략 4000억 원. 이 중 밀리터리 캠핑용품 시장이 20% 정도를 차지하고, 온·오프라인 판매업체는 1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밀리터리 캠핑용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급증했다. 밀리터리 캠핑용품은 일반 캠핑용품보다 가볍고 보온성과 수납성이 뛰어나 실용성이 높은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베테랑 캠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군용 모포와 침낭, 야전매트, 전투식량이 많이 팔리는데 한 끼 식사용으로 포장한 전투식량의 상품등록 건수는 전년 대비 35%가량 늘었다.

6월 중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2 코리아오토캠핑쇼’에 참여한 35개 업체 가운데 시선을 끈 곳도 전투식량 생산·판매 업체인 ㈜불로의 부스다. 공병천 ㈜불로 대표는 “전투식량은 뜨거운 물을 붓고 10분 뒤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동결건조식품으로 무균식이라 최장 3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40여 년 동안 군납만 해오다 4년 전부터 민수제품을 생산한다. 브랜드를 알릴 겸 전시 목적으로 제품 21종을 들고 나왔는데 관람객의 성화에 못 이겨 현장판매도 했다. 4시간여 만에 1500개나 팔았다”며 당시 뜨거운 반응에 놀라워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투식량을 판매하는 업체는 3곳 정도. 인터넷 아웃도어 전투식량 시장은 약 80억 원 규모로 해마다 느는 추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있는 밀리터리 캠핑 동호회 중에는 회원이 수만 명에 이르는 곳도 있고, 하루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다녀가는 곳도 적지 않다. ‘미군용 야전장비를 사랑하는 사람들’ ‘버너·밀리터리 캠핑’ ‘캠핑 밀리터리’ 등의 카페와 블로그에는 캠핑 후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올라와 있다. 캠핑용품 공동구매와 사용 후기 등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글도 자주 눈에 띈다.

“오랜만에 장비 싣고 2박3일 캠핑에 나섰습니다. 울주군에 있는 지인의 개인농장에서 지냈는데 간만에 모비플럭스 텐트(미군 야전 텐트)를 구축하고 간단히 장비 세팅도 해봅니다. 장교 야침(야전침대)에 모기장도 세팅하고 영국군 버너에 스웨덴 반합 세팅해서 뭔가를 열심히 끓이고 있습니다. 저녁이 되어 패트로 군용 랜턴에 불도 피우고, 밤이 되어 주위 캠퍼들과 주인장 내외도 초청해 좋은 자리 만들었습니다.”(단디-이충만)

이 글에 “군대 다시 가고 싶네요” “넘버2 버너에 군용 탁자가 아주 튼실해 보입니다. 즐거운 캠핑 부럽습니다” 등의 댓글이 16개나 달렸다.

경력 5년 이상 베테랑 캠퍼가 애용

‘군대의 추억’, 난 밀리터리 캠핑한다

6월 중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2 코리아오토 캠핑쇼’의 전투식량 부스.

밀리터리 캠핑족이 늘면서 개인 운영 캠핑장을 밀리터리 스타일로 꾸미는 곳도 하나둘 생기고 있다.

“울진 서면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을 보러 갔다가 밀리터리 스타일의 캠핑장을 발견했습니다. 이름 하여 ‘T131 CAMP’. 포드 픽업트럭과 군대용 막사 등에서 예사롭지 않은 포스가 풍기더군요. 금강소나무 주차장이 코앞에 있고 계곡도 있고 잔디밭도 넓어 좋더군요.”

인터넷에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출판사 대표이자 5월 ‘대한민국 오토캠핑장 602’(꿈의지도)를 펴낸 캠핑 경력 20년차 김산환 씨. 그가 언급한 ‘T131 CAMP’는 건축업을 하는 문대권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생긴 지 7년 됐다. 문씨는 “원래는 20인용 군대 막사를 4개 설치했는데 지금은 2개 동만 남았다. 취미 삼아 군용 텐트 외에 야전침대와 침낭 등으로 캠핑장 분위기를 밀러터리 스타일로 꾸몄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 덕교동 바닷가에 위치한 미꼴캠핑장은 도예가 목금(이름이 아니라 호)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밀리터리 카페를 두고 있다. 도예와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이곳은 캠핑장이 널찍해 차가 크고 용품이 많은 밀리터리 캠핑 동호회원이 단체로 즐겨 찾는다. 이뿐 아니라 밀리터리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캠핑장 대여 시 미리 주문하면 6~7인용 군용 텐트와 담요, 침낭을 준비해준다. 경기 연천군 전곡읍에 위치한 ‘숲속의 빈터’는 주인이 취미 삼아 20년 전부터 모아온 군대용품 500여 점으로 캠핑장에 밀리터리 카페를 꾸며 7월 1일 문을 열 예정이다.

밀리터리 캠핑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밀리터리 캠핑족은 캠퍼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이 대부분이다. 초보용 캠핑용품에서 시작해 고가의 일반 캠핑용품까지 두루 써본 캠핑 마니아 중에는 밀리터리 캠핑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갈수록 캠핑용품의 내구성과 가격, 디자인을 중시한다. 군용품은 전천후 전투장비라 내구성이 강한 반면, 가격이 저렴하고 ‘밀리터리’라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지녀 베테랑 캠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 번 구입하면 망가질 때까지 쓸 정도다. 일반 캠퍼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밀리터리 캠핑이 각광받는 이유다.



주간동아 843호 (p30~31)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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