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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권혁 상대 소송 ‘국세청의 망신살’

국내 거주자라며 세금 부과 후 “국내 주소지 없다”고 소송비용신청 냈다 패소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권혁 상대 소송 ‘국세청의 망신살’

권혁 상대 소송 ‘국세청의 망신살’
국세청이 역외탈세 의혹을 받는 시도상선 권혁(62)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비용 담보제공 명령신청’에서 패소했다. ‘소송비용 담보제공 명령신청’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권혁)가 패소할 경우 피고(국세청)가 원고로부터 상환받을 소송비용을 미리 담보로 잡아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민사소송법은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 사무소와 영업소를 두지 아니한 때나 소송기록에 의해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원고 패소가 거의 확실할 때) 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5월 17일 서울행정법원은 국세청을 대신해 서울 반포세무서장이 제기한 이 신청을 기각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이 3000억 원이 넘는 소득세를 부과하자 국세청의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며 세금부과처분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국세청이 낸 ‘소송비용 담보제공 명령신청’ 소송은 권 회장이 냈던 소송을 본안소송으로 한다.

국세청은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원고(권혁)는 주민등록을 대한민국 내에 두기는 하지만, 스스로 대한민국 거주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를 두고 있을 경우에도 소송비용 담보제공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세청의 주장을 기각하면서 “국세청이 권 회장에게 세금을 부과할 당시와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회장이 대한민국 내에 주소를 둔 거주자임을 전제로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해놓고 이와 정반대되는 전제, 즉 “권 회장이 대한민국 내에 주소 등을 두지 않았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렇게 밝혔다(괄호는 이해를 위해 기자가 적어 넣은 것).

“(이 소송은) 신청인인 국세청 스스로 자신의 (권 회장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이 잘못되었음을 자인하는 것이 되므로, (그렇게 되면) 본안(세금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패소할 것이 명백하게 되어 소송비용의 담보 명령 요건을 흠결하게 된다.”

법원 “국세청 결정 잘못 자인”



법원은 또 “권 회장의 소장과 준비 서면, 그 밖의 소송기록에 의하더라도 청구가 이유 없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이 세금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반드시 이긴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세청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원은 검찰이 낸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한 바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3월 검찰에 보낸 권 회장에 대한 고발서와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국세청과 검찰은 권 회장이 국내에 일정 거주지를 둔 국내인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리고 권 회장이 국내 거주자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시도상선 역외탈세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주간동아’ 837호 커버스토리 참조).

결국 국세청은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간 자신과 검찰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논리를 스스로 부인한 셈이 됐다. 이번 결정은 앞으로의 재판에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 소송 결과에 대해 권 회장 측은 “국세청 스스로 권 회장이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했다고 본다. 사실상 국세청의 세금 부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번 판결로 확인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간동아 839호 (p30~30)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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