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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나 정부 “STX, 주택사업서 퇴출”

주택부 장관 “계약해지는 물론 토지도 회수”…STX그룹 “진의 파악 중”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가나 정부 “STX, 주택사업서 퇴출”

가나 정부 “STX, 주택사업서 퇴출”

지난해 1월 27일 가나 현지에서 열린 국민주택사업 1단계 기공식.

가나 정부가 STX그룹(이하 STX)과 맺은 계약을 취소하고 STX 측에 제공한 모든 자산과 특혜를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4월 11일(현지시간) 멘사(Mensah) 가나 주택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러한 가나 정부의 방침을 발표했다. STX는 2009년부터 가나 정부가 추진한 20만 호 국민주택사업을 진행해왔고, 지난해 1월에는 공무원 아파트 3만 호를 짓는 1단계 사업 기공식을 가졌다. STX는 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현지기업 GKA(GK Airports Company Limited, 대표 B. K. 아사모아)와 STX E·C Ghana를 설립했다.

가나 현지 언론은 멘사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가나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데일리 그래픽(Daily Graphic)’과 ‘가나이안 타임스(The Ghanaian Times)’에 따르면, 멘사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나 정부는 20만 호 국민주택사업을 추진해온 STX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봤다. STX는 사업을 위한 금융(PF)에 실패하는 등 가나 정부와의 계약내용을 심각하게 위반했다. 가나 정부는 앞으로 STX와 맺은 모든 계약을 철회하고 STX 측에 제공한 모든 자산과 특혜를 회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나 정부(법무부)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뒷받침할 법적 검토에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다.

STX가 가나 국민주택사업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예측은 지난해부터 제기돼왔다. 그러나 가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STX를 사업에서 배제한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STX에 제공했던 각종 자산과 특혜를 회수한다는 가나 정부의 발표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이미 퇴출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멘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를 암시하듯 “현재 가나 주택부는 40여 개의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사업 제안서를 받아놓은 상태다. 이 중 4개 정도의 업체가 사업을 추진할 자격과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도 비공식 퇴출 통보



가나 정부는 지난해 8월 비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가나 국민주택사업에서 STX를 배제한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11월 ‘신동아’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당시 가나 정부의 공식 방침을 전해 들었던 이상학(53) 전 가나 대사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가나 정부는 STX와는 무관하게 금융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STX에 애초 약속한 지분(67%)을 줄 수 없다고 했다. 10% 이상의 지분을 주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것을 ‘STX는 이 사업에서 손을 떼고 가나를 떠나라’는 통보로 받아들였다. 이 내용을 모두 본부(외교통상부)에 보고했다.”

현지 합작법인인 GKA 측에 따르면, 올해 1월경 가나 정부는 STX에 ‘가나 국민주택사업에서 손을 뗄 것’을 통보하면서 비공식적으로 피해보상금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STX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쓴 돈을 가나 정부가 줄 테니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가나 정부가 제시한 금액은 800만 달러 정도였다. 이에 대해 STX는 “그런 제안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가나 정부의 공식 방침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사실 STX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나 정부, 현지법인인 GKA 측과 갈등을 빚은 건 1단계 사업 기공식을 진행한 직후부터다. GKA와 STX, 외교통상부(이하 외교부)에 따르면, 사업 추진을 위한 프로젝트 금융과정에서 처음 갈등이 시작됐다. STX가 가나 국회가 승인한 금융조달 조건, 즉 연 2% 이내의 이자율로 자금을 융통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한 게 이유였다. STX 측은 “가나 국회가 의결한 이자율 2%로는 건설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 의회에서 현실성 있는 이자율(9.5%)로 다시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7월에는 합작사 간 송사도 있었다. STX는 GKA 대표를 해임하는 이사회를 열고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법원에 고발했으며, GKA 대표는 STX가 자신을 해임하려고 이사회 개최를 준비하자 “이사회를 열지 못하게 해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냈다. 그러나 STX와 GKA 측이 제기한 소송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STX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가나 법원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무기한 연기했다. 현지에서는 사실상 재판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GKA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은 지난해 12월 22일 기각됐다.

가나 정부는 GKA와 STX 측이 갈등을 빚자 부통령과 주택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가나 국민주택사업이 처음 시작된 건 2009년 8월이다. 당시 가나 주택부 장관이 이상학 당시 가나 대사를 찾아와 사업을 제안했다. 공안공무원용 주택 2만 호를 짓는 데 한국 기업이 참여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전 대사는 가나 측의 제안을 받은 직후인 2009년 8월 24일, 가나를 방문한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했고, 가나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가나 정부의 2만 호 제안은 한국대사관과 가나 정부 간 협상과정에서 20만 호(국영주택 9만 호, 일반 상업주택 11만 호) 사업으로 규모가 커졌다.

박영준의 업적으로 포장된 사업

가나 정부 “STX, 주택사업서 퇴출”

멘사 가나 주택부 장관의 기자회견 소식을 보도한 4월 12일자 가나 일간지 ‘데일리 그래픽’.

이 전 대사는 “처음 가나 측이 들고 온 구상으로는 경제성을 맞출 수 없었다. 그래서 대사관이 독자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안을 마련한 뒤 마침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위해 가나를 방문한 강덕수 STX 회장에게 이 사업을 설명하고 참여의사를 타진했다. 대사관과 가나 정부가 협상하는 과정에서 토지를 가나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반입되는 건설자재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추가 합의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사업이었음에도 이 사업은 처음부터 박영준 전 국무차장의 업적으로 포장돼왔다. 2009년 국토해양부는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지난 8월 박영준 국무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가나를 방문해 주택부 장관을 면담하고 우리나라의 주택건설 역량을 적극 홍보한 결과, 우리 업체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외교부와 STX 측은 모두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박 전 차장이 한 일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가나 정부의 발표와 관련해 이 사업을 처음 추진한 이 전 대사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외교부와 가나 정부는 20만 호 중 9만 호(45%)를 가나 정부가 매입해주는 계약까지 맺어 STX의 부담을 덜어줬다.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었다. STX가 다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STX는 4월 19일 ‘주간동아’에 서면으로 의견을 전해왔다.

“멘사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관련해 아직 STX는 가나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은 바 없다. 가나 정부의 방침을 확인하려고 노력 중이다. STX의 방침은 여전히 가나 국민주택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가나 정부는 정부가 STX에 투입한 모든 자산과 특혜를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가나 정부가 STX에 투자한 금액은 없다. 가나 정부가 제공한 토지(15개 구역)도 완전하게 넘겨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수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STX는 이 사업과 관련해 사업주체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 있다.”



주간동아 834호 (p34~35)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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