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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가수 뺨치는 실력 화끈하게 신고합니다”

장병 오디션 ‘비 더 스타’ 뜨거운 열기에 병영이 들썩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가수 뺨치는 실력 화끈하게 신고합니다”

“가수 뺨치는 실력 화끈하게 신고합니다”

‘비 더 스타’의 심사위원들이 심사 결과를 내보이고 있다.

“이게 바로 내가 듣길 바라던 노래야.”

“정 일병, 잘해! 필승!”

4월 17일 오후 6시 30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이하 육군 제30사단). 부대 안 널찍한 잔디밭에 촘촘히 마련한 1500여 객석은 화려한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늘 봐온 터라 평범하기 짝이 없는 부대 동료들. 그런 그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과 세련된 무대 매너를 뽐내자 장병들의 입에선 연신 환호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공연 참가 장병들의 가족과 연인, 부대 인근 주민도 함께 신명이 났다.

야밤 군부대에서 웬 깜짝 공연? MBC TV ‘우정의 무대’의 부활?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1997년 3월 종영해 끝난 지 오래다.

이날 공연은 국방홍보원이 올 들어 야심차게 마련한 대(對)장병 오디션 프로젝트 ‘비 더 스타(Be The Star)’의 열 번째 예선. 국방홍보원은 라디오 공개방송인 ‘국군방송 위문열차’(이하 위문열차)의 1부 프로그램으로 ‘비 더 스타’를 기획했다. 이에 따라 1월 19일 육군 제21사단을 시작으로 거의 매주 위문열차 공연이 열리는 해당 부대들을 순회하면서 예선을 펼쳐 본선 진출 팀을 선발하고 있다. 1961년 10월 첫 방송한 위문열차는 이날 행사가 2581회로, 지난 51년 동안 420여 개 팀이 출연한 ‘대한민국 최장수 공개방송’이며 이미 2010년 9월 한국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숨겨 놓은 끼와 재능 마음껏 발산

이날 예선 참가 팀은 6개. 사단 내에서 자체 실시한 사전 예선에 참가했던 45개 팀 가운데 가려 뽑은 실력파들이어선지 경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경연은 먼저 공연한 팀과 다음 팀의 점수를 비교해 높은 쪽이 살아남아 그 다음 팀과 경쟁하는 서바이벌 방식.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의 그것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첫 무대 주인공은 영국의 모던 록그룹 ‘오아시스(Oasis)’의 ‘Live Forever’를 듀엣으로 열창한 헌병대 정재영 일병과 곽문석 이병. 뛰어난 기타 연주 실력에 힘입어 다음 2개 팀을 연달아 격파하며 2연승을 이어간 이들은 그러나 네 번째 팀으로 참가해 ‘포맨’의 ‘베이비 베이비’를 독창한 117대대 오예찬 일병에게 덜미를 잡혔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다섯 번째 팀까지 손쉽게 꺾은 오 일병도 마지막 팀으로 참가해 호소력 짙은 보이스 컬러를 선보여 심사위원들에게 극찬을 받은 312포병대대 왕동호, 고성천 일병에게 본선 진출권과 함께 포상휴가증을 양보해야 했다. 우승곡은 4인조 발라드그룹 ‘노을’의 감미로운 히트곡 ‘전부 너였다’.

심사위원은 ‘명품 보컬’이라 부르는 국방홍보지원대원인 박효신 상병(가수), 김지훈 상병(배우), 프로젝트그룹 ‘페이지’의 인기가수 이가은 씨, 국방홍보원 라디오부 남복희 공연팀장, 육군 제30사단 군악대 문권식 원사 등 5명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저마다 부대에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개인시간과 휴일에 틈틈이 연습해 기성 가수에 뒤지지 않는 멋진 실력을 보여준 모든 참가 팀을 격려했다.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병영도 예외가 아니다. ‘비 더 스타’는 끼와 재능이 넘치는 국군 장병을 발굴, 육성해 이들이 군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특별 프로젝트다. 대상은 국군 장병과 군인가족이지만, 아직 가족이 경연에 참가한 적은 없다. 4월 17일 현재까지 본선 진출을 확정한 10개 팀엔 육·해·공군 장병이 고루 포진해 있다.

“가수 뺨치는 실력 화끈하게 신고합니다”
연기자와 개그맨 오디션도 검토

‘비 더 스타’ 예선 기간은 9월까지. 9월 마지막 주엔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기념한 본선 경연을 치러 최종 우승팀(자)을 가린다. 본선 심사는 심사위원 평가에 현장 투표 결과를 합산해 이뤄진다.

우승팀과 소속 부대엔 2000만 원의 상금을 주고, 우승팀은 장병 본인이 희망하면 국방홍보지원대원으로 파견돼 군 홍보와 공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전역 후엔 연예기획사와 연계해 트레이닝 및 가수 활동 기회까지 얻는다.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바치는 신세대 장병에겐 군복무 중에도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본선이 끝나면 ‘비 더 스타’는 10월 첫 주부터 다시 예선을 치르며 내년에 또 본선 경연을 펼칠 예정이다.

“가수 뺨치는 실력 화끈하게 신고합니다”

‘비 더 스타’를 통해 끈끈한 전우애를 확인했다고 말하는 육군 제30사단 유용이 일병, 김성태 이병, 이민주 상병(왼쪽부터).

‘비 더 스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위문열차 공연을 이끄는 국방홍보원 라디오부 남복희(46) 공연팀장이다. 그는 “초청 가수의 공연을 그저 보고 듣고 끝내던 기존 위문공연 문화에서 탈피해 장병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비 더 스타’의 인기 비결이다. 그래선지 점점 참가 장병들의 수준이 높아져 매번 심사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군에 와서 스타의 꿈을 이룬 장병이 곧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비 더 스타’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군생활에서 오는 장병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끈끈한 전우애 함양, 사기 진작에도 한몫한다. 이날 예선에서 탈락한 91여단 본부중대 유용이 일병은 이를 직접 체험했다. 유 일병은 “전입 왔을 때 첫 이미지가 선임들에게 좋지 않게 각인됐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부대 내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로 풀곤 했는데,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선임이 그 광경을 보고 ‘노래 참 잘한다’며 칭찬해 사이가 돈독해지면서 외톨이 생활에서 벗어났다”며 “군복무 중에도 음악과 멀어지지 않아서 좋다. 제대하면 꼭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팀을 이뤄 예선에 참가한 116대대 이민주 상병과 김성태 이병도 “부대 자체 예선에서 각기 솔로로 참가해 경쟁관계였지만 동점을 기록해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게 됐고, 이번에 한 팀으로 참가해 최선을 다했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듀엣으로, 그것도 군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제대 후에도 음악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홍보원은 앞으로 ‘비 더 스타’ 오디션 분야를 가수에서 연기자, 개그맨 등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 중이다.

‘비 더 스타’ 경연 열기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7시 국방FM(프렌즈FM·96.7MHz)과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국방TV(스카이라이프 채널 53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청 연예인들의 공연으로 이뤄진 위문열차 2부 행사까지 끝난 밤 9시. 화려하게 무대를 비추던 조명은 꺼졌다. 하지만 육군 제30사단에선 ‘스타’를 꿈꾸는 장병들의 무르익은 소망이 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인터뷰 | 오철식 국방홍보원장

“신세대는 스스로 주인공… 꿈 지켜줄 수 있어 자부심”


“가수 뺨치는 실력 화끈하게 신고합니다”
군 장병 중에서 ‘스타’를 발굴, 육성하는 오디션 프로젝트 ‘비 더 스타’에 대한 기획 아이디어는 국방홍보원 라디오부 남복희 공연팀장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이 제안을 군이 처음부터 받아들인 건 아니다. 군에 다재다능한 장병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막상 오디션 형식을 빌려 재능 있는 장병을 선발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인 데다, 프로젝트 성격상 대내외적으로 사전 점검할 부분이 많은 점 등 세부 여건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구체화한 이가 해군 ‘원 스타(One Star)’ 출신인 오철식(56) 국방홍보원장이다. 오 원장은 남 팀장의 기획을 접한 뒤 군 홍보와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해 이를 본격 추진했다. ‘비 더 스타’ 육군 제30사단 예선 현장에서 오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매회 예선을 직접 다 관람하나.

“현장을 중시하는 편인데, 다른 일정이 많아 매번 관람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예선 현장을 찾으려 노력한다. 국방홍보원장으로서 ‘비 더 스타’에 대해 더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비 더 스타’를 통해 접하는 요즘 신세대 장병의 모습은?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건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군인 아저씨’들과는 크게 다르다. 요즘 장병들은 단순히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박수 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길 원한다. 또한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그 꿈을 잃지 않고 실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국군 장병들은 국방홍보원의 주고객이기도 하다.”

국방홍보원장으로 부임한 후 군 홍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국방홍보원은 국방일보, 국방TV, 국방FM 등 3개 매체를 운영하는 종합 미디어 기관으로, 60년이 넘는 전통과 군 관련 전문성을 지녔다. 하지만 신분이 안정된 공무원들로 구성된 정부기관이다 보니 경직돼 있고 매체 간 교류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매체 간 화합과 시너지 효과 창출에 집중하고, 기획홍보 기능을 강화하면서 체계적인 마케팅 추진 기반도 마련하려 ‘홍보전략팀’과 ‘마케팅팀’을 신설하는 등 3월 28일까지 조직개편을 완료했다. 또 매월 ‘비전공감 워크숍’을 진행해 조직 내 소통을 활성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오 원장은 해군작전사령부 정훈공보처장, 해군본부 공보과장과 정훈과장, 해병대사령부 정훈공보실장,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장, 해군본부 정책홍보실장(대변인) 등으로 20여 년간 공보정책 현장에서 일하고 준장으로 전역했다. 이후 도서출판 넥서스의 마케팅기획본부장과 이브자리㈜의 경영지원본부장으로도 활동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제11대 국방홍보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간동아 834호 (p26~28)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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