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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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힘으로 지역장벽 깨기

대구 출마 이재용 “오직 시민만 볼 것”… 전주 출마 정운천 “이젠 판을 바꿀 때”

  • 노인호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inho@donga.com 박기홍 전북도민일보 정치부장 khpark@domin.co.kr

    입력2012-03-19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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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총선에 나선 후보 가운데는 지역주의에 도전하는 이가 여럿 있다. 불모지인 호남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후보가 있는가 하면,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출사표를 낸 진보 성향후보도 있다. 이들의 도전을 유권자가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된다.

    “지역에 오래 뿌리내린 일꾼 알아줄 것”

    이재용 예비후보_대구 중·남구 무소속

    민심의 힘으로 지역장벽 깨기
    민선 1, 2기 대구 남구청장 재직 시절 자신을 “남구 주민 24만 명을 공동대표로 모시는 남구당 사무총장”이라고 소개한 이가 지금은 “중·남구 주민 26만 명을 공동대표로 모시는 중·남구당 사무총장의 마음가짐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4·11 총선 대구 중·남구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이재용(58) 예비후보다. 경북고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그는 7년간 대구 남구청장, 대구환경운동연합 초대 집행위원장, 참여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 등을 지냈다.

    18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도전한 그는 2만151표(21.7%)를 얻는 데 그쳤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섰던 17대 총선에서는 4만1621표(33%)를 얻었다. 그에 앞서 200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28만7396표(38%)를 얻었다. 그가 이 지역에서 고정표를 가진 몇 안 되는 후보로 평가받는 이유다.



    현재 대구 중·남구 지역 선거 구도는 안갯속이다. 새누리당의 전략 공천 지역 지정에 반발해 배영식(63) 현역의원과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무소속 출마를 고려해 여당을 지지하는 표심이 갈라질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하면 한번 해볼 만한 구도가 될 것으로 지역정치권은 분석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대구 지역 전체 기초의원 10%가량인 11명의 진보 성향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의회에 입성했고, 시장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27%가량을 득표해 4년 전(25%)보다 득표율이 높아지는 등 변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야당이 무소속 후보와는 단일화를 할 수 없다고 밝혀 야권 단일화 작업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이 예비후보는 “야권연대는 대구뿐 아니라 전 국민의 요구이자 염원”이라며 “야권 후보들도 유권자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단일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진보 성향 후보에게 적지(敵地), 심하게 사지(死地)로까지 불리는 대구 중·남구 출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새누리당의 독점으로 ‘성장이 멈춰버린 도시’ 혹은 ‘닫힌 사회’가 된 대구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정정당당한 경쟁도시로 탈바꿈하고, 시민의 권리를 시민에게 되돌려주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세우는 자신의 강점은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태어난 곳은 경북 상주지만, 대구 중구 삼덕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 환경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임 기간(2년 10개월가량)을 제외하면 중·남구를 떠난 적이 없다는 것. 또한 무소속 후보여서 정당 눈치를 안 보고 대구시민만 보면서 일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그가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 예비후보는 “찍어줄 테니까 민주당에 가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며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내게는 중·남구와 대구시민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입당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민심의 힘으로 지역장벽 깨기

    이재용 예비후보가 이른 새벽 남구 환경미화원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에서 진보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서울에서 예산이나 사업을 따오는 수준이 아니라 대구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여당은 위기감을 느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야당은 열심히 하면 대구에서도 당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것입니다. 여야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보면, 중·남구뿐 아니라 대구 전체,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 이후 그는 파란색도, 노란색도 아닌 무소속이라고 적힌 하얀색 어깨띠를 고쳐 멘 채 선거운동을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노인호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inho@donga.com

    “일당 독주 폐해 극복해야 전북 발전”

    정운천 예비후보_전주 완산을 새누리당

    민심의 힘으로 지역장벽 깨기
    “이번엔 지역장벽을 허물어주세요.”

    민주당 텃밭에서 새누리당 옷을 입고 전주 완산을에서 뛰는 정운천(58) 예비후보의 호소는 매일 반복된다. 지난해 8월 전주로 내려온 그는 6개월 동안 자갈밭을 쟁기질하는 심정으로 밑바닥 현장을 돌고 또 돌았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식당과 상가, 술집, 수영장, 대형마트 등 장소와 모임 성격을 불문하고 지역구를 저인망식으로 훑으며 “전북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돼야 전북이 살 수 있다”고 외친다.

    그는 “30여 년 동안 밀어줬는데 민주당이 해준 게 뭐냐? 이제 판을 바꿔야 한다”고 호소한다. 6개월 전만 해도 지역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의 파란색 옷만 봐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후보자가 악수하려 해도 먼발치로 피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그는 농민과 소통하려고 5년 5개월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기거했던 혹독한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자갈밭이라도 정성껏 갈고 갈다 보면 결실을 보겠지’ 하는 심정으로 고독을 달랬다.

    전북은 민주당의 전통적 안방이다. 이번 총선의 민주당 선거인단 모집만 해도 전국 103만 명 중 전북이 24만 명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민주당의 아성이다. 18대 총선 때만 해도 전주 완산을 선거구는 65.3%의 표를 장세환 민주당 후보에게 몰아줬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얻은 표는 7.8%에 불과해 무소속 후보(25.4%)에도 크게 뒤졌다.

    그러나 민주당 철옹성의 표심이 2010년 6·2 지방선거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정 예비후보는 달걀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특정 정당의 독주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쳤고, 18.2%의 득표력을 과시하는 ‘작은 기적’을 일궜다. 전북에서 ‘마(魔)의 10%’를 깬 첫 한나라당 후보로 기록됐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음을 닫았던 유권자가 최근 들어 따뜻하게 악수하고 격려의 말도 건네는 덕에 자신감을 얻었다. 젊은 층은 물론 장년층과 노년층에서 “열심히 해보라”며 온정의 눈길을 보내준다.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그는 결정적 순간마다 ‘사즉생’을 강조하는 벼랑 끝 승부사다. 지역장벽을 극복하는 데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그는 민주당 일당 독주의 폐해를 지적하는 민심의 변화를 감지한다.

    온 가족이 선거에 나선 것도 언 땅을 녹이는 데 큰 몫을 한다. 2010년 도지사선거 때는 부인 최경선 여사가 교직을 포기하고 선거운동을 지원했는데, 이번엔 아들과 딸이 가세해 유권자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두 자녀는 지역주의와 온몸으로 싸우는 아버지의 선거를 돕겠다며 기꺼이 휴학을 선택했다.

    민심의 힘으로 지역장벽 깨기

    정운천 예비후보는 민주당 텃밭에서 새누리당 옷을 입고 뛰고 있다.

    가족의 진인사(盡人事)를 본 민심은 요동쳤다. 급기야 2월 중순 뉴시스 전북본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투데이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 예비후보는 5명의 민주당 예비후보를 제치고 지지도 20.6%로 1위를 기록했다. 인지도 역시 78.2%로 2위(65.4%)와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됐다. 물론 민주당 예비후보가 경선 끝에 공천을 받으면 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정 예비후보 캠프는 한껏 고무됐다. 정 예비후보는 “지역장벽의 깊은 늪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전북의 도약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이 공감해 힘을 얻는다”고 말하며 다시 민심 속으로 파고들었다.

    박기홍 전북도민일보 정치부장 khpark@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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