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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중국, 이어도, 제주해군기지 03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 생명선 미국 반대하면서 중국엔 왜 침묵하나”

초대 해군 잠수함전단장 김혁수 前 제독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 생명선 미국 반대하면서 중국엔 왜 침묵하나”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 생명선 미국 반대하면서 중국엔 왜 침묵하나”
3월 10일 동아일보는 ‘제독의 눈물…통합진보 고대녀 해적 발언 반발 확산’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사진이었다. 초대 잠수함전단장을 지낸 김혁수(64) 예비역 해군 준장이 3월 9일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대녀’ 김지윤 씨의 ‘해적’ 발언에 항의하는 모습이었다. 김 전 준장을 아는 사람에겐 뜻밖의 광경이었다. 군 장교 시절 부드럽고 따뜻한 성격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3월 14일 서울 신길동 해군호텔에서 만난 그는 과연 신사의 풍모를 풍겼다. 온화한 인상에 머리카락과 옷매무새가 단정했다. 말투도 과격하지 않았다. 다만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논리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했다. 무엇이 이 노(老) 제독을 분노케 한 것일까.

▼ ‘해적’ 발언에 대해 항의시위를 벌였는데.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해군을 비롯해 국군 장병과 그 가족을 모욕하는 발언이다. 후배 장교가 아들한테 ‘아빠, 내가 해적 자식이야?’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는 해군 모독 차원을 넘어 국가를 부정하는 행위다. 역사상 우리 해군이 해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오직 해적을 퇴치한 역사만 있을 뿐이다.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에서 해적을 소탕했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제독이 왜구의 노략질을 막아냈다. 최근엔 소말리아에서 해적에게 납치됐던 삼호 주얼리호 선원을 구해냈다. 해군을 해적으로 몰아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김지윤 씨, 공지영 작가는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 생명선”



▼ 제주에 해군기지를 꼭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국책사업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처음 논의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확정했다. 국가안보, 국익을 지키는 정책은 정권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생명선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 우리나라 물동량의 99.8%가 바다를 통해 수송된다. 제주 남방해로는 휴전선만큼이나 중요한 방어선이다. 셋째, 북한의 잠수함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1970~80년대 제주해역은 북한 간첩선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유사시 70여 척에 달하는 북한 잠수함이 석유와 전략물자 수송을 차단한다면 대한민국의 생존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넷째, 제주 지역을 경비하는 함정이 유류와 군수품을 지원받을 기지가 있어야 한다. 해로를 방어하는 함정이 멀리 떨어진 부산과 진해를 오가며 군수 적재를 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영토와 해양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제주뿐 아니라 이어도, 7광구와 어족 자원, 해저 광물자원을 지키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 기존의 해군제주방어사령부로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다.

“해군제주방어사령부는 제주(본토)를 지키는 부대다. 사령관이 해병대다. 고속정 몇 척이 북한 간첩선을 잡는 임무를 맡고 있을 뿐이다. 해군기지는 제주의 남방해로를 지키려는 것이다.”

▼ 반대론자들은 중국을 자극해 대결구도를 만들고 긴장감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한다.

“힘이 없으면 깔아뭉개는 것이 국제질서다. 중국은 최근 이어도를 자국의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해양 감시선과 항공기 동원을 가능케 하는 제도까지 마련했다. 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중국은 또 항공모함과 원자력 잠수함, 순항미사일, 스텔스기 등으로 미국에 맞선다. 미국이 우리를 버리는 순간 이어도는 중국 수중에 떨어질 것이다.”

▼ 평화를 위협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억지 논리다. 해군기지가 있으면 더 위험해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나라가 망하는데 제주만 살아남겠다는 얘기인가. 마치 제주가 남의 나라인 것처럼 얘기한다. 유사시엔 더 많은 함정이 있는 부산, 진해, 평택이 제주보다 먼저 공격을 받을 것이다.”

그는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며 탄식했다.

“우리가 힘 있어야 대등한 관계 유지”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 생명선 미국 반대하면서 중국엔 왜 침묵하나”

해군호텔에서 인터뷰 중인 김혁수 전 제독(오른쪽).

▼ 외교적 협상으로 중국과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탈북자 북송 문제를 보라. 중국만큼 막무가내로 한국을 대하는 나라가 북한 말고 또 있나. 중국과 조용히 얘기해 해결된 게 있긴 한가. 우리가 힘을 갖고 당당히 맞서야 함부로 못 대한다. 역사를 봐도 그렇다. 병자호란의 치욕도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조가 청나라 장수 앞에 나아가면서 세 번 절하고 머리를 땅에 찧었던 치욕의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 어떠한 외교적 협상도 군사적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고슴도치는 가시가 있기 때문에 호랑이가 못 잡아먹는다.”

▼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가다. 중국과 상생하고 협조하는 게 한국의 살 길이라는 지적이 있다.

“상생도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아예 군대를 없애고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게 낫지 않나. 말이 안 된다.”

▼ 중국은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통일을 위해선 중국과 협력해야 하지 않나.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힘을 가져야 파트너가 되고 우리 요구도 반영시킬 수 있다.”

▼ 제주해군기지가 미군기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본 요코스카가 모항인 미 7함대가 제주로 옮긴다면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의 군사전략을 달성할 수 없다. 한국이 사정해도 이전하지 않을 것이다. 해군기지 반대세력은 제주와 무관한 미국은 거부하면서 이어도를 위협하는 중국에 대해선 말 한마디 안 한다.”

그는 뜻밖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 신념에 반하더라도 국가 이익과 안보를 위하는 정책이라면 과감하게 추진했다. 이라크 파병이 그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그랬다.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노무현 정부가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 추종세력은 무조건 반대만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북한과 중국 잠수함을 잡기 위해서라도 해군기지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북한 잠수함은 구형이지 않은가.

“잠수함은 구형이라도 위협적이다. 북한의 로미오급, 상어급 잠수함은 자력으로 제주까지 침투하고 돌아갈 수 있다. 유조선이나 군수품을 실은 배를 파괴하면 끝장이다.”

‘한국 잠수함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그는 초대 잠수함전대장과 잠수함전단장을 역임했다. 한국 잠수함의 원조는 독일제다. 1990년대 초반 해군본부는 독일 잠수함을 인수하기 전 그를 독일로 보냈다. 그는 독일에 7개월간 머물면서 잠수함 관련 교육을 받고 훈련에도 참가했으며, 귀국 후 잠수함 부대 창설을 주도했다. 그가 펴낸 ‘수중의 비밀병기 잠수함 탐방’은 국내 잠수함 연구자와 마니아 사이에서 고전으로 통한다.



주간동아 829호 (p16~17)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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