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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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라! 세져라! 소비자 주권

공정위 ‘스마트컨슈머’ 소비자 종합정보망 구축에 부푼 기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2-06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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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져라! 세져라! 소비자 주권

    2011년 9월 29일 여성환경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등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함께 문제의 제품을 생산 판매한 업체에게 대해 허위, 과장 광고 책임을 묻고 이들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홍수 속에 먹을 물이 없다”는 옛말이 있다. 홍수가 나서 사방 천지에 물이 차고 넘쳐도 정작 마실 물은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는 오늘 같은 초경쟁시대에 소비자가 느끼는 심정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상에 쫓기는 소비자로선 어떤 제품이 싼지, 어떤 제품의 품질이 더 좋은지 일일이 따져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소비자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고 소비자 종합정보망을 구축했다.

    공정위는 소비자 권익 향상을 목표로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 go.kr)를 1월 11일 공식 오픈했다. 이 홈페이지는 미국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연맹’이 발행하는 온·오프라인 월간지 ‘컨슈머리포트’를 벤치마킹했다고 해서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로 불린다. 2월 1일 현재 스마트컨슈머 ‘상품비교정보’ 섹션에는 가전, 디지털, 통신 등 일상생활 용품에서부터 미용 및 의료 제품, 자동차, 주택에 이르기까지 18개 항목에 대한 제품 비교정보 460건이 올라와 있다.

    18개 항목 비교정보 460건

    ‘인터넷전화, 부가서비스 비교’ ‘인터넷전화 가격 비교’ ‘한방병원 소비자만족도 비교’가 상위에 올랐다. 이들 제품 비교 정보는 대부분 2006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가 작성한 것을 모아놓은 것이다.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 구축에 참여한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는 제품 개발과 생산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 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지원하려고 객관적인 품질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제품 비교정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제품 품질과 가격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면 기업의 부당한 가격 인상을 막아 공정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는 구매력을 활용해 편법 가격 인상 등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지난해 ‘신라면 블랙’이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보 질 높이기 급선무

    커져라! 세져라! 소비자 주권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권익 향상을 목표로 개설한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

    국내 라면 가운데 부동의 1위를 기록해온 신라면 제조업체 농심은 2011년 4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며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라면을 표방한 신라면 블랙은 기존 라면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쌌다. 그러나 신라면 블랙은 일부 누리꾼이 눈속임을 통한 가격 인상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해 2011년 6월 27일 신라면 블랙에 대해 허위, 과장 표시 및 광고를 했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1억5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이같이 결정한 이유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고 광고한 신라면 블랙의 영양소를 따져본 결과, 광고와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신라면 블랙은 출시 4개월 만에 소비자의 외면으로 국내 판매를 사실상 중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의 주요 시책 가운데 하나가 물가 안정인데, 기업이 편법으로 가격을 올리려던 시도를 일반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해 바로잡은 사례”라며 “스마트컨슈머는 소비자에게 제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력으로 기업의 횡포를 바로잡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가족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흩어진 정보를 한곳에 모아 통합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소비자 권리 찾기 운동이 과거에는 잘못된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 대한 피켓시위나 불매운동 같은 소극적 반대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정보로 무장한 현명한 소비자가 ‘머니 투표(Money vote, 일종의 구매력)’를 행사해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컨슈머에 올라온 자료가 대부분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 성능, 품질, 가격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 ‘인식 조사’ 같은 비교지표 위주의 정보로 채워졌다는 점에서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나 독일 ‘슈티프퉁 바렌테스트’는 제품이 지닌 다양한 세부 기능에 대한 시험 결과 등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허 교수는 “제품 선택을 위해 정보를 탐색하는 데 드는 소비자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려면 정보 질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정보가 많다고 소비자에게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컨슈머 콘텐츠 제작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공정위는 소비재 품질조사에 1억여 원을 썼다. 올해는 2억 원으로 예산을 2배 정도 늘렸지만, 미국과 독일 등 해외에서 제품 비교정보를 모으기 위해 수백, 수천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것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 수준에 불과하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한국의 제품 비교 정보 수집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며 “앞으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양질의 정보를 생산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스마트컨슈머가 각종 외풍을 견뎌내고 대한민국 소비자 주권 향상에 중추적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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