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1

2012.01.16

대전 남매 “우리 앞길 막지 마라”

대전 연고 삼성화재와 인삼공사 선두 질주…대한항공과 흥국생명 ‘인천 남매’의 추격전 양상

  • 이승건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why@donga.com

    입력2012-01-16 14:4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전 남매 “우리 앞길 막지 마라”
    이번 시즌 프로배구 전반기는 ‘대전 남매’의 독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전을 연고로 하는 남자부 삼성화재와 여자부 인삼공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팀은 남녀부 역대 최고 용병이라고 평가받는 가빈(삼성화재)과 몬타뇨(인삼공사)의 활약을 앞세워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각기 3년째 똑같은 팀에서 뛰는 가빈과 몬타뇨는 부상 등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시즌 남녀부 득점왕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

    공교롭게도 전반기 남녀부 2위는 인천을 연고로 한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이 차지했다. ‘대전 남매’의 아성을 ‘인천 남매’ 혹은 다른 팀이 무너뜨릴 수 있을지가 하반기 관전 포인트다.

    프로배구는 이번 시즌부터 순위 결정 방식을 승점제로 바꿨다. 세트스코어 3대 0 혹은 3대 1로 끝나면 이긴 팀이 3점을 얻고, 3대 2로 끝나면 이긴 팀이 2점, 진 팀이 1점을 올리는 방식이다. 삼성화재는 3라운드까지 16승2패를 기록했다. 승점 45점을 얻으며 2위 대한항공(36점·12승6패)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1라운드 6경기를 전승으로 마친 삼성화재는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전통의 라이벌 현대캐피탈에 일격을 당했고,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졌다. 대한항공이나 현대캐피탈 모두 객관적 전력에서는 삼성화재에 크게 뒤질 것이 없기 때문에 하반기에 반전을 노리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전반기에는 운이 좋아 2패에 그쳤지만 앞으로 다른 팀의 견제가 더 심할 것이다. 아직 정규시즌 1위의 향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자부 인삼공사는 전반기를 12승3패로 마쳤다. 승점 35점을 얻어 2위 흥국생명(25점·8승 7패)을 크게 앞섰다. 1라운드에서 약체 GS칼텍스에 세트스코어 0대 3으로 완패하는 등 초반에 잠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몬타뇨의 화력이 살아나면서 이내 선두자리를 꿰찼다. 박삼용 인삼공사 감독 역시 “질 뻔한 경기를 몇 차례 이기면서 선두에 올랐지만 어느 때보다 전력이 평준화돼 안심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설 연휴, 하반기 순위 경쟁 분수령



    대전 남매 “우리 앞길 막지 마라”

    설을 전후해 프로배구 순위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다.

    설 연휴 전후에 열리는 경기들이 하반기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먼저 1월 18일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천안 경기가 관심을 끈다. 삼성과 현대라는 이름을 걸고 실업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두 팀은 2005년 프로 출범 이후에도 팽팽한 긴장 관계를 이어왔다. 원년 우승컵을 삼성화재에 내줬던 현대캐피탈은 2005~2006시즌, 2006~2007시즌을 잇달아 제패하면서 배구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07~2008시즌 안젤코(현 KEPCO)를 앞세워 챔피언 자리를 탈환한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까지 4년 연속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처음으로 두 팀 모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지 못해 2위(현대캐피탈)와 3위로 챔피언결정전이 아닌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그런데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던 현대캐피탈이 되레 3연패로 무너졌다.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고, 이는 결국 원년부터 현대캐피탈을 이끌어온 김호철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 2라운드까지 1승씩 주고받은 두 팀은 3라운드에서 처음으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1, 2세트를 먼저 따낸 현대캐피탈이 2라운드 승리의 여세를 이어가는 듯했지만 삼성화재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신 감독이 “이번 시즌 가장 좋은 경기였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1월 18일 경기에서도 접전이 예상된다. 1라운드에서 부진했던 현대캐피탈은 새 용병 수니아스가 빠른 속도로 한국 배구에 적응하고 있는 데다, 부상으로 1라운드를 뛰지 못했던 토종 주포 문성민도 제 컨디션을 찾아가는 중이다. 특히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다 자유계약선수(FA) 박철우의 보상선수로 지목돼 눈물을 흘리며 삼성화재를 떠나야 했던 베테랑 최태웅은 새 둥지 현대캐피탈에서 우승으로 아픔을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인삼공사, 몬타뇨와 한수지 호흡이 관건

    대전 남매 “우리 앞길 막지 마라”

    ‘무적의 용병’ 가빈(삼성화재).

    1월 21일에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맞붙는다. 2위를 차지하려면 양보할 수 없는 경기다. 이번 시즌 3차례 맞대결에서는 대한항공이 모두 이겼지만 1라운드를 제외하고는 안심할 수 없는 승부였다. 특히 2라운드에서는 역대 최장 시간인 151분 동안 혈투를 벌였다. 2라운드 때 용병 마틴이 자국 슬로바키아 대표팀에 합류한 탓에 6경기에서 1승5패로 부진했던 대한항공은 3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치며 지난 정규시즌 1위의 위상을 되찾았다.

    10연승을 달리다 새해 첫날 대한항공에 패했던 삼성화재는 1월 24일 인천에서 다시 대한항공과 만난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4라운드에서 이기면 선두 자리도 넘볼 수 있는 만큼 절대 놓칠 수 없는 경기”라며 각오를 다지고, 신 감독 역시 “3라운드 패배가 보약이 됐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승리를 장담한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대결이 끝난 뒤에는 여자부 인삼공사와 흥국생명이 맞붙는다.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흥국생명과의 상대 전적에서 1승5패로 크게 뒤졌다. 2009~2010시즌 몬타뇨와 함께 우승을 이끌었던 여자부 최고 세터 김사니가 FA 신분으로 흥국생명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2010~2011시즌 4위에 그쳤고 흥국생명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김사니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김사니를 대신해 세터 자리를 꿰찬 한수지가 팀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박삼용 인삼공사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몬타뇨와 한수지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 한 시즌을 경험하면서 한수지가 많이 성장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베테랑 한유미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제구실을 해주는 것도 선두를 달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흥국생명과의 맞대결에서 2승1패로 앞섰다. 1라운드에서는 풀세트 접전 끝에 인삼공사가 이겼고, 2라운드에서는 흥국생명이 반격에 성공했다. 역시 풀세트 승부였다. 3라운드에서는 인삼공사가 세트스코어 3대 1로 이겼다. 첫 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에서 듀스 승부를 가져온 뒤 분위기를 바꿨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평소 “가빈(삼성화재)은 웬만해서 막을 수 없다. 그 대신 강한 서브로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우리 것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말한다. 차해원 흥국생명 감독 역시 “몬타뇨를 막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대 범실을 유도하면서 우리 공격을 충실히 하는 것이 인삼공사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안방에서 ‘인천 남매’가 ‘대전 남매’를 울릴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