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1

2012.01.16

나름의 새해 기원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2-01-13 17: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이러저러한 북한 관련 괴담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첫 시작은 지난해 12월 27일 돌았던 중국군의 북한 파병 관련 소문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인민해방군이 북한에 주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였지요.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국제정치학 구도를 꼼꼼히 살펴보면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주체’를 강조하는 북한의 체제 성격과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데다, 안정적인 상황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중국 지도부가 그런 결정을 내릴 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과 인민해방군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총구를 겨누는 구도는 어느 모로 보나 중국에도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다는 것과 소문이 발휘하는 정치적 효과는 전혀 별개일 수 있습니다. 세력 확장을 꾀하는 베이징의 장군에 워싱턴이 내미는 멍군이 거칠어질수록 중국이 인민해방군의 북한 주둔이라는 ‘소문’을 활용해 미국을 긴장시켜야 할 필요성도 함께 커집니다. 북한 처지에서도 ‘잘 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긍정적인 거래 대신 ‘안 되면 중국군을 불러들이겠다’는 협박으로 몸값을 키우는 카드로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평양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4년 만에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 역시 심상하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이 소문이 잊을 만하면 튀어나와 동북아 정세를 어지럽힐지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 이유입니다. 그때마다 한국 증시는 요동칠 것이고, 안보당국은 허둥지둥할 테고, 백악관과 국무부는 골치를 썩여야 할 겁니다.

    나름의 새해 기원
    결국 원인은 꼬일 대로 꼬인 국제정치 방정식입니다.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현실성 없는 소문이 큰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불안정성도 피할 수 없습니다. 기초체력이 약한 환자는 감기에도 사경을 헤매게 마련이니까요. 새해에는 그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판도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진년 설날의 신년기원을 대신해봅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