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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킬 앤 하이드’티켓 파워 왜?

여성 관객들 작품 애정과 배우에 충성심 … 9월 전국 투어 흥행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지킬 앤 하이드’티켓 파워 왜?

‘지킬 앤 하이드’티켓 파워 왜?
뮤지컬 오디션 현장에서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노래가 있으니, 바로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이다.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의 남자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주연을 맡길 원하는 작품. 공연 때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스테디셀러로, 브로드웨이에서의 반응을 뛰어넘는 인기를 한국에서 누려왔다. 8월 28일까지 9개월간 이어진 이번 공연은 35만여 명의 관객 동원, 1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려 화제가 됐다. ‘지킬 앤 하이드’는 9월부터 전국 투어에 나섰다. 9월 3·4일, 9월 24·25일 각각 부산, 고양 공연을 마쳤고, 10월 1·2일 청주에서, 10월 14~16일 대구에서 공연한다.

한국의 뮤지컬 마니아 규모는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뮤지컬 붐이 일기 시작한 2006년 여름 3000명가량이었고, 그사이 3배 넘게 늘었다고 한다. 뮤지컬은 여성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연령별로는 20~30대가 대부분이다. 근래에는 복고 코드 뮤지컬 제작, 아이돌 배우 출연 등으로 관객층이 확장하는 추세지만, 흥행에선 마니아의 소임이 중요하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배우에 대한 남다른 충성도를 지닌 이들은 반복 구매를 통해 매출을 올려준다.

‘지킬 앤 하이드’는 뮤지컬 마니아를 늘리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작품이다. 뮤지컬이 산업화한 것이 2001년 공연한 라이선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부터였다면, 뮤지컬 마니아가 급증한 것은 2004년 ‘지킬 앤 하이드’ 초연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한가운데에 조승우(사진)라는 배우가 있다. ‘지킬 앤 하이드’가 흥행 가도를 달리도록 한 일등공신이 조승우라면, 조승우를 티켓 파워 1위의 뮤지컬 스타로 자리매김해준 작품이 ‘지킬 앤 하이드’다. 즉 작품과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서로의 매력을 배가한 것이다.

초연 당시 조승우는 영화배우로 인식됐지만, 연극과 뮤지컬에 참여한 적 있다는 ‘스토리텔링’이 따라붙으면서 마케팅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 팬들은 그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는 사실을 ‘연예인’ 스타 캐스팅이 아닌, ‘좋은 배우’의 무대 복귀 의미로 읽은 것이다. 9개월에 걸친 이번 리바이벌 공연은 티켓 오픈 15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조승우가 군 제대 후 처음 출연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는데, 그는 한 회 공연에 1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의 뮤지컬 주연 배우가 받는 회당 개런티는 70만 원 수준이다.

남자 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는 무대



확실한 것은 타이틀 롤인 남자 배우의 영향력이 ‘지킬 앤 하이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남자 주연은 상반된 캐릭터를 오가며 혼자 드라마의 많은 부분을 소화해야 한다. 여주인공 엠마와 루시는 ‘성녀와 창녀’라는 이분법적 캐릭터를 보여주며 지킬과 하이드의 행동을 돕는 수준에 머문다(김소현, 이혜경, 조정은, 정명은, 임혜영, 최정원, 김선영, 소냐, 정선아 등 실력파 배우가 각각 엠마와 루시로 출연했다).

‘지킬 앤 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각색한 것이다. 스릴러와 미스터리가 결합한 이야기인데, 뮤지컬은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한 명의 배우가 지킬과 하이드를 특별한 분장의 변화 없이 오가는 퍼포먼스가 일품이다. ‘머리를 묶으면 지킬, 풀면 하이드’ ‘깔끔한 양복 차림이면 지킬, 큰 외투를 입으면 하이드’ 정도로 외형이 나뉠 뿐이다. 따라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 어깨와 손을 오그라뜨린 음험한 모습과 고개를 들고 삿대질하는 정의로운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이 장면은 뮤지컬, 연극, 영화에서 종종 패러디한다.

원작 단점 보완 ‘한국화’ 성공

‘지킬 앤 하이드’티켓 파워 왜?

지킬-하이드 역은 남자 배우의 로망이다.

이 작품은 조승우를 비롯해 지킬-하이드를 맡은 남자 배우에 대한 ‘팬심’을 간질이며 더 많은 팬을 양산했다. 아울러 원 없이 매력을 뿜어낼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 덕분에 지킬-하이드 역은 남자 배우의 로망으로 떠올랐다. 노래만 곱게 잘 부르기보다 상반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는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적지 않은 배우가 이 작품을 통해 기량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킬 앤 하이드’는 브로드웨이에선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공연은 원작의 단점을 보완하고 ‘한국화’함으로써 성공했다. 즉, 한국 공연은 프로덕션 전체가 아닌, 대본과 음악 라이선스만 구입한 후 나머지 부분은 재창작한 것이다. 특히 캐릭터의 갈등 구도를 강조하면서 드라마틱한 측면을 부각했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한국 관객의 귀에 낯설지 않다. 단조가 섞인 구성진 재즈나 서정적 발라드가 가요와 닮아서다.

연출가 조용신 씨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정서가 국내 관객에게 통하는 면이 있다. 그 덕에 이 작품의 음악이 행사 CF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머스트 시(must see) 아이템’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조승우의 연기와 더불어 와일드혼의 음악이 가진 대중성이 ‘지킬 앤 하이드’의 성공 요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 순간’은 뮤지컬 음악으로서 모범적 구성을 보여주진 않는다. 곡 안에서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고 제목 그대로 ‘지금 이 순간’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멜로디가 호소력 있고, 지킬-하이드의 고뇌와 갈등을 열정적으로 발산한다는 점에서 손꼽히는 뮤지컬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극중 인물의 심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엠마의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루시의 강렬한 등장을 보여주는 ‘가면(Facade)’이 관객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 뮤지컬 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면서 7년간의 진화를 통해 대극장 뮤지컬 모델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냈다. 브로드웨이에서 10년 이상 롱런한 메가 뮤지컬 외에 대극장 뮤지컬이 한국에서 매진 행렬을 보인 예는 없었다. 9개월간 이어진 이번 공연의 성공은 꾸준한 리바이벌을 통한 인지도 상승과 지속적인 진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킬 앤 하이드’를 제작한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현재 호주 프로덕션과 함께 ‘지킬 앤 하이드’를 만드는 중이다. 그는 “2, 3년 후 국내 리바이벌 공연에서는 지킬과 하이드, 지킬과 엠마, 루시의 갈등 및 사랑을 좀 더 섬세하고 깊이 있게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탄력적 제작 방식과 마케팅 툴을 도입해 한국에서도 대극장 뮤지컬을 ‘오픈 런’(마지막 공연 날짜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공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805호 (p52~53)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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