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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눔

무대 위 ‘인생 2막’엔 모두가 주인공

서울시극단 시민연극교실 수강생들의 무대 ‘감동과 환희’

  •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무대 위 ‘인생 2막’엔 모두가 주인공

무대 위 ‘인생 2막’엔 모두가 주인공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의 배우들이 연극을 마치고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나는 주인공, 표현한다. 고로 존재한다.”

11월 6일 오후, 난생처음 연기에 도전한 40여 명의 배우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 모였다. 이들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20~60대의 시민으로 서울시극단(단장 김석만)이 올 4월에 선발한 ‘시민연극교실’ 2기 수강생이다.

이들은 지난 6개월간 틈틈이 연극 연습을 해왔다. 연극은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화요일반), ‘고백, 오마이 갓’(수요일반), ‘라배도 이야기’(목요일반) 등 세 작품. 시민연극교실의 연극 수업이 진행된 요일에 따라 세 팀으로 나눠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앞두고 만난 최고령 배우 문광수(66) 씨는 “정년퇴직 후 일거리를 찾다 연극교실에 끌려 참여하게 됐다”며 “무대에 서기 전 긴장될 줄 알았는데 담담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씨처럼 일상에 젖어 살던 배우들은 연극교실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큰 성취감을 느낀다.

“시민연극의 슬로건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나는 주인공’입니다. 소모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새 삶의 주인공이 되자는 의미지요.”(서울시극단 이두성 지도단원)



그런 만큼 작품의 소재는 배우 개개인의 삶에서 찾았다. 오후 6시 첫 번째 연극 ‘고백, 오마이 갓’의 막이 오르고 배우들은 저마다 사랑과 인생 이야기를 독백으로 쏟아냈다.

“친구들에게 결혼에 대해 물었더니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결혼이냐고 하더군요. 그럼 먹고살 만하면 하겠냐 했더니 ‘너나 많이 하라’네요.” “돈 못 벌면 결혼하지 말아야 합니다. 돈을 못 벌면 이혼당합니다.”

배우들이 춤을 선보이고 한 중년남자 배우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연극은 막을 내렸다. 관객들은 한결같이 “아마추어 연극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놀라는 표정이다.

두 번째 작품 ‘라배도 이야기’는 섬으로 가는 뱃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내용이다. 배우들의 해프닝과 슬픈 회상 등 경험담이 녹아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는데, 담뱃갑 디자인한 이상봉 씨인가요?” “전 글씨작가 이상홍인데요”“그럼 이상봉 씨 전화번호 좀….”

상홍이 괴로워하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마지막 작품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는 라디오 청취자들의 사연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그렸다. 작가 이미정 씨는 “배우들의 사연을 토대로 했지만 배우들이 현재 자신의 삶과는 상반된 인생을 사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했다”며 “예를 들어 하버드대학 졸업생에게 중국집 배달원 역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지방극단 여배우 김지미로 분한 최미선(43) 씨의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최씨의 무대 경험은 중학생 시절 노래자랑에 참가한 게 전부였다. 광주에 사는 그는 매주 화요일 연극교실에 참석하려고 일부러 상경하는 열성을 보였다. 구수한 전라도 말씨로 관객을 휘어잡은 최씨는 “연출가 선생에게 전업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며 기뻐했다.

세 편의 연극이 모두 막을 내리자 배우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첫 무대의 감동을 나눴다. 연극을 관람한 직장인 한승우(31) 씨는 “이야기가 무척 진솔해서 공감이 갔다”며 “용기를 내 무대의 주인공이 된 배우들이 부럽다”고 전했다.



주간동아 2010.11.15 762호 (p90~90)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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