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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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약사의 ‘똑똑한 약 이야기’

폐경기에 대한 대응

여성호르몬제 장점 많아 건강식품 맹신 말아야

  • 동국대 약대 외래교수 pharmdschool@gmail.com

    입력2017-04-25 11: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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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은 대부분 월경이 중단되는 시기에 안면홍조, 우울감, 불면증, 성욕 감퇴 등 여러 증상을 겪는다. 상당수 폐경기 여성은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인터넷 정보나 광고에 솔깃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성호르몬제의 부작용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90.82세에 이른다. 월경 중단이 대략 50대 즈음에 시작되는 것을 고려하면, 폐경 이후 삶이 인생의 절반가량 되는 셈이다. 인생의 제2막을 여는 폐경기를 얼마나 잘 보내느냐에 따라 이후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폐경기 증상은 과연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 각종 증상을 치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약은 여성호르몬제다. 호르몬 결핍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은 골밀도를 높여 뼈를 건강하게 하고 뇌혈관을 포함한 혈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며 음식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구실도 한다.

    폐경기 여성은 호르몬 부족으로 생식, 배뇨 기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골다공증, 고지혈증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호르몬제 사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삶의 질까지 높여주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많은 여성이 유방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호르몬제 투약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이를 꺼린다.

    호르몬제 복용과 유방암 발생 위험 간 인과관계를 살펴본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르몬제를 처음 복용한 후 5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7년 이상 호르몬제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긴 하나, 발생자가 1만 명당 4명 정도로 많지 않다.

    오히려 당뇨 발생 위험 저하, 골다공증 예방 등의 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났다. 또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주기적으로 자궁내막암, 유방암 등을 관찰하기 때문에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유방암에 대한 걱정만으로 호르몬제 사용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호르몬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상당수 여성이 쉽게 구할 수 있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일반의약품이나 건강식품류를 선택하기도 한다. 흔히 ‘식물성’ ‘생약 성분’ 같은 수식어가 붙으면 약보다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성분에도 부작용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효과 또한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정확히 말해 ‘효과가 좋으면서 안전한 호르몬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생약 성분 중 폐경기 증상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것은 ‘승마 추출물’과 ‘성요한풀’(히페리시엽)이다. 승마 추출물은 이른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고 해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성분은 안면홍조 같은 증상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뿐, 골다공증이나 당뇨 예방 측면에서는 호르몬 치료의 장점을 완벽히 대체하지 못한다.

    성요한풀도 우리나라에서 안전한 폐경기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 성분의 체내 작용이 ‘항우울제’와 같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몸속에서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정신과 약물처럼 작용하므로 ‘부작용 없이 안전하다’고 말할 것은 아니다.

    이 성분은 또한 불면증, 우울증 등을 개선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없는 폐경기 여성에게는 적합한 치료제가 아니다. 레드클로버, 대두 추출물 등 생약 성분 또한 마찬가지로 일부 폐경기 증상에만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뿐, 여성호르몬의 작용을 전면 대체하지는 않는다.

    폐경기 호르몬 부족은 건강상 문제뿐 아니라 개인 삶의 질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증상에 맞는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가족력이나 부작용 등으로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할 수 없는 경우 증상에 맞는 다른 치료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안면홍조에는 혈관 운동 증상을 감소시키는 약을, 빈뇨나 성교통에는 국소적으로 바르는 호르몬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의약품이나 건강식품 또한 각각 작용 및 부작용이 다르므로 본인의 증상에 맞는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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