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8

2010.05.24

中-美 대결 얼굴 붉힘을 경계함

한반도 긴장 국면 우리 외교력 시험대 … 각국 전략에 철저한 대비책 세워야

  • 정상화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ugenech@sejong.org

    입력2010-05-24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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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5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째 목적은 경제 원조였을 것이다. 일부 언론은 중국이 유엔 제재를 이유로 북한의 대규모 경제 원조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이 어느 정도의 경제 지원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2009년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당시 약속도 있고, 또 현재 북한의 경제 사정이 매우 안 좋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예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한 것으로 보아 중국이 약속한 지원 규모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적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나아가 북한에 개혁개방을 권고했다.

    양국 간 합의사항 중 전략적 의미가 가장 큰 부분은 양국의 ‘내정 및 외교, 국제, 지역 문제에 관한 전략적 소통 강화’다. 이는 북중 간 전통적 내정 불간섭의 원칙이 수정됐음을 의미한다. 이 조항의 잠재적 파괴력은 매우 높다. 중국의 원조로 경제를 지탱하고 외교적 고립을 버텨온 북한으로서는 수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터.

    中, 6자회담과 분리 대응하나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각국 전략을 제대로 읽고 앞날을 대비하는 것이다. 먼저 중국이 한반도 전략에서 가장 중시하는 점은 안정이다. 주변 지역의 안정은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 측에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객관적, 과학적 증거에 따라 행동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했다. 이 사건을 이유로 북한을 압박해 한반도 안정을 해치지 말라는 메시지다. 중국 권력서열 1위에서 9위까지 북한 방문단의 환영에 나선 것은 경고나 마찬가지다.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 유지라는 전략 목표를 향해 충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중국이 앞서 언급한 ‘전략적 소통의 강화’를 들고 나온 이유는,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가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천안함 침몰사건의 조사발표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든 무마하고 6자회담을 재개하거나, 이 사건을 6자회담과 분리해 대응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국제관계에서 자국 이익을 우선시한다. 세계를 상대로 전략을 구사하는 이 초강대국에게 동북아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은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려 한다. 군사적 모험을 통해 국제 사회의 관심을 받음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 북한의 전략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북한은 최근 ‘핵융합 성공’을 발표해 국제 사회의 웃음거리가 됐다. 중국마저 ‘자중’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 북한이 지금 중점을 두는 국가사업은 권력세습의 완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민심을 다독여야 한다. 그런데 국제 사회에서 경제 원조를 받아낼 유일한 수단이 군사력으로 안보를 위협하는 것뿐이다.

    앞으로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은 북한의 도발에 이은 한미-북중 대립구도다. 미국과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경쟁관계이나, 연례 미중 전략경제대화(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에서 보듯 세계질서 유지를 위해 서로 협력한다. 따라서 유사시 미중은 직접 부딪치기보다 남북한을 대리로 한반도에서 세를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전략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그리고 감정적 접근을 삼가고 중국 역사와 체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중국에 접근해야 한다. 집단주의, 점진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식 체제에서는 명분이 상당히 중요하다. 따라서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것은 북한의 모험주의와 고립주의라는 점을 객관적 증거와 정치한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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