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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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짬뽕 같은 이야기

연극 ‘짬뽕’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05-08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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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기는 짬뽕 같은 이야기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비상식적인 역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연극 ‘짬뽕’.

    연극 ‘짬뽕’(연출 윤정환)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날 당시, ‘춘래원’이라는 광주의 작은 중화요리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춘래원 식구는 모두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큰형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며, 자신의 전 재산인 춘래원과 사랑하는 식구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가장이다. 다방에서 일하는 그의 약혼녀는 인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믿는 순수한 여인이다.

    또한 그의 여동생은 오빠 말을 잘 듣는 얌전한 소녀이고, 그녀에게 열심히 구애하는 종업원 백만식은 혈기왕성하고 평범한 청년이다. 이들은 상식과 윤리에 맞게 행동할 뿐인데, 의도하지 않게 역사의 비극에 휘말린다.

    그들은 민주화운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커피를 타주었을 뿐이고, ‘빨갱이’라는 말을 듣자 억울함을 풀고 싶었을 뿐이다. ‘짬뽕’은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인 역사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사건을 감추는 뉴스와 진실을 폭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대조시켜 씁쓸한 현실을 돋보이게 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빨갱이, 빨갱이는 나쁜 놈….”



    연극은 전 국민적으로 알려진 이 노랫말을 교묘하게 바꿔 불합리한 사회권력층의 만행을 폭로한다. 논리적인 연관성을 지니지 않은 단어들을 자의적으로 연결해 아무런 정치색도 없는 사람도 충분히 ‘불순분자’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숭이 엉덩이…’와 같은 노랫말처럼 비논리적으로 연상을 이어가는 대목이 또 있으니, 바로 ‘빨간’ 짬뽕을 좋아한다는 것 때문에 사상적으로 의심받는 장면이다. 연극에서 또 다른 등장인물로 빨간 치마를 입고 있는 소녀 순이는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도 하는데, 박정희 시대에 부모님이 ‘잡혀 들어간’ 전사(前事)를 비춰줌으로써 그녀가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각각의 등장인물과 주변 상황을 붉은색과 연결해 소리 없이 사회 속으로 침입한 레드 콤플렉스의 이미지를 잘 부각한다(6월28일까지, 대학로 두레홀 1관, 문의 02-74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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