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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신세계는 훨훨 롯데는 주춤

유통업계 ‘빅2’ 미묘한 기상도… 신성장 동력 해외사업에서 승부 날 듯

신세계는 훨훨 롯데는 주춤

신세계는 훨훨 롯데는 주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좌). 중국 베이징의 롯데백화점(우).

국내 유통업계 ‘빅2’인 롯데와 신세계의 요즘은 ‘주춤’ 대 ‘약진’으로 요약되는 듯하다.

3월3일 개장한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루이비통을 보유한 세계 최고 명품업체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게서 “내가 다녀본 세계 각국 백화점과 쇼핑몰 중 최고”라는 격찬을 받고 3월 한 달간 204만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등 화제를 뿌리는 동안, 10m 떨어진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또한 3월 경기도 파주의 아웃렛 부지를 놓고 벌인 ‘땅 싸움’도 신세계의 승리로 끝났다. 1년 넘게 이 부지에 공을 들이며 입점 설명회까지 연 롯데는 철수하고 신세계첼시의 프리미엄 아웃렛이 들어서게 된 것. 설상가상 ‘유통 공룡’ 롯데의 위상에 금이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집계된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유통업체의 덩치를 가늠할 수 있는 총매출액에서 신세계가 롯데를 앞선 것. 신세계의 총매출액은 3조651억원으로 2조9152억원의 롯데보다 1500억원가량 많았다. 연간 총매출액에서 롯데가 신세계에 뒤진 것은 2006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없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강점

이 같은 신세계의 ‘승리’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성공적 론칭과 올 초 완료된 신세계마트 합병 효과 덕으로 풀이된다. 센텀시티점은 3월 한 달에만 5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마트의 연간 총매출액은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로, 1분기 총매출액 중 1500억~2000억원이 신세계마트 몫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롯데와 신세계의 총매출액으로 양사 순위를 가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양축으로 삼는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노원점은 롯데미도파, 영등포점과 대구점은 롯데역사 등으로 법인 분리돼 있다. 한편 롯데에는 엔제리너스, 롯데아웃렛, 롯데시네마 등의 매출이 포함돼 있지만, 신세계그룹의 커피 및 아웃렛 사업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신세계첼시 등 별도 법인으로 돼 있다. 롯데 관계자는 “2008년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 총매출액은 14조2000억원으로 신세계그룹의 유통 부문 총매출액 12조7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가량 많다”며 “유통 1위는 여전히 롯데”라고 강조했다.

최근 신세계가 여러모로 두각을 나타난 데는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신세계 ‘오너’ 이명희 회장은 전문경영인 구학서 부회장에게 거의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수백억원 규모의 부지 매입 건도 구 부회장이 결정하고 이 회장에게 사후 보고하는 식이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부지보다 3배 이상 넓은 부지(4만711㎡)를 따내 지금의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기반을 마련한 것도 전문경영인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롯데를 제치고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 내 7만6000여㎡의 아웃렛 부지를 인수한 일도 마찬가지. 롯데는 지난해 1월 이 땅의 소유주인 ㈜CIT랜드와 20년 장기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매입 제의를 받고 1년 넘게 가격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CIT랜드는 2월 중순 롯데에 협상 결렬을 최종 통보하고 3월 신세계에 매입을 제안했다. 신세계는 3.3㎡당 125만원을 제시한 CIT랜드의 제안에 즉각 응해 2주 만에 계약이 성사됐다. CIT랜드 관계자는 “롯데가 공시지가(3.3㎡당 110만원가량)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고집했기 때문에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던 반면, 신세계는 별다른 이견 없이 우리가 제시한 가격을 신속히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차별화 마케팅’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2배에 이르는 거대한 면적,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한 디자인, 영화관·온천·아이스링크·골프연습장 등의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갖춘 체류형 공간,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동시 입점 및 개관,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영접한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격찬….

3월3일 개관을 전후해 이같이 다양한 화제가 적극 홍보되면서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한 번쯤 가봐야 할 ‘명소’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한 정진주(31·여) 씨는 “서울의 어떤 백화점보다도 고급스러워 바로 옆의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나투어인터내셔널 강태경 부산사무소장은 “명품을 쇼핑하기에 좋다는 이유로 일본 관광객들이 롯데보다 신세계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 여세를 몰아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개장 이후 4월26일까지 약 360만명의 고객을 유치해 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 관계자는 “주말에는 수도권, 경상남북권, 울산 등의 원정 쇼핑객이 절반에 달한다”면서 “전국적인 광역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에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내실’로 맞선다. 비록 규모 면에서 뒤지긴 하지만, 매장 면적당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고 비용 대비 수익이 건실하다는 것. 롯데 관계자는 “마진율이 높은 여성의류와 잡화의 매출 비중이 각각 25%, 24%로 이익 구조가 우수하다”며 “명품은 후광효과는 있지만 백화점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1분기 총매출액에서 앞선 신세계는 올 한 해 전체의 총매출액에서도 롯데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신규 오픈 계획이 없는 롯데와 달리,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현재 리뉴얼 중인 신세계 영등포점도 8월 개관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출점 수에서도 이마트가 롯데마트를 앞선다. 원화 약세 기조가 끝나가면서 백화점 매출 신장이 주춤하리라는 점, 그리고 대형마트 소비가 저점을 지나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백화점 강자’ 롯데보다 ‘대형마트 강자’ 신세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사업, 롯데 ‘공격형’ vs 신세계 ‘내실형’

그러나 ‘유통 1위’를 놓고 벌이는 롯데와 신세계의 진짜 승부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판가름나리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신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확연히 다르다. 롯데가 ‘공격형’이라면 신세계는 ‘내실형’이다. 롯데백화점은 2011년 톈진(天津)에 해외점포 3호점을 오픈하는 등 5년 내 중국에 10개 이상의 백화점을 연다는 청사진이다. 또한 롯데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모두 29개의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는 ‘중국 이마트’로 한 우물을 파고 있다. 현재 상하이(上海) 등에서 20개 점포를 운영하는 신세계는 중국에서만 2012년까지 70개 이상의 이마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백화점 진출 계획은 없다.

우리투자증권 박진 애널리스트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게 성과가 좋다는 점에서는 신세계의 전략이, 투자와 위험을 분산한다는 점에서는 롯데의 전략이 강점을 가진다”면서 “어떤 전략이 더 성공적인지는 3~5년 안에 가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롯데와 신세계가 당장 국내 매출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간동아 2009.05.12 685호 (p64~65)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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