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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슬근슬근 자급자족, 슬렁슬렁 보물찾기

주전자에 콩나물 기르기 날마다 새로 채워지는 ‘생명’

주전자에 콩나물 기르기 날마다 새로 채워지는 ‘생명’

주전자에 콩나물 기르기 날마다 새로 채워지는 ‘생명’

1 콩나물 콩이 주전자 속에서 자란다. 뚜껑을 밀고 올라오고 있다. 껍질이 검은 것은 쥐눈이콩이다.
2 유리병에 밀 싹, 옥수수 싹을 기르는 중이다.

농사를 어렵게만 생각하면 한없이 멀다. 그러나 하루 5분만 짬을 내면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농사도 있다. 바로 ‘싹 틔워 먹기’. 씨앗이 싹트면 생명의 신비도 함께 펼쳐진다. 잠자던 씨앗이 깨어나 천지 기운을 호흡하고, 물과 빛을 끌어들여 자신의 고유한 생명활동을 펼쳐간다. 어릴수록 생명 에너지도 높다. 싹이 트는 순간 호흡에 의해 열이 난다. 엿기름을 기르기 위해 보리를 자루에 넣어 싹을 틔우면 뜨끈뜨끈할 정도다. 그래서 자주 찬물을 뿌려 온도를 내려준다. 그만큼 생명활동이 왕성하다. 그래서인지 식품에 따라 씨앗 자체보다 새싹이 영양가도 높고, 소화도 잘되며, 항암성분도 몇 배나 더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그렇다면 집에서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까. 내 땅이 없어도 물만 있으면 할 수 있고, 어린이라도 쉽게 할 수 있는 농사. 손바닥만한 그릇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 이를 ‘손바닥 농사’라 이름 짓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건 콩나물 기르기. 콩나물 콩에 물만 주면 싹이 나고 자라는 콩나물. 이 콩나물을 기르는 간단한 방법을 하나 소개한다. 바로 주전자에서 키우는 방법이다.

집에서 어린이도 쉽게 할 수 있는 농사

예전에는 콩나물을 기르려면 콩나물시루를 마련하고, 햇빛을 막기 위해 시루 위에 검은 보자기를 씌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주전자로 기르기는 뚜껑을 덮으면 되니 보자기도 필요 없고, 물을 주둥이로 따라 버리기가 쉬우니 간편하다. 하지만 콩나물도 곡식인 만큼 몇 가지 기술은 필요하다. 첫째가 씨앗 구하기다. 믿을 만한 햇콩나물 콩을 구한다. 생활협동조합에서 파는 콩나물 콩을 추천한다. 씨앗 속에 부실한 씨앗이 섞여 있으면 골라낸다. 다른 건강한 씨앗도 함께 썩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물인데 생수가 좋다. 사용한 물은 버리지 말고 서너 번 반복해 줘도 된다. 만일 수돗물이라면 숨 쉬는 항아리에 물을 받아 뚜껑을 열고 하룻밤 지난 뒤 쓰면 된다. 셋째가 온도다. 온도가 지나치게 낮아도 발아가 고르지 않지만 30℃ 이상이 돼 너무 따뜻하면 싹이 썩기 쉽다. 20℃ 내외가 적당하지만 씨앗은 환경 적응성이 높기에 적정 온도를 맞추느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콩나물은 여름철을 제외하면 언제든 길러 먹기 좋다.

콩나물을 기르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콩나물 콩 두 컵(300g 정도)을 물로 씻은 다음 물을 넉넉히 붓고 불린다.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겨울에는 하룻밤, 봄가을에는 6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이를 주전자에 넣고 하루에 대여섯 번 물을 줬다 따라 버리기를 반복한다. 4시간마다 물을 주면 좋지만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이라면 일어나서 한 번, 출근하기 직전에 한 번 줘도 된다. 그리고 퇴근한 뒤에 주고 자기 전에 한 번 더 주면 된다. 주변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2~3일이면 싹이 난다. 이후부터는 날마다 쑥쑥 자란다.



집에서 주전자로 기르는 콩나물이니 어디다 팔 게 아니기에 어릴 때부터 뽑아 먹어도 좋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만 자라도 조금씩 뽑아 먹기 시작한다. 이즈음이 가장 생명력이 높은 때. 다만 이때는 껍질을 벗기고 먹기에는 번거로우니 되도록 통째 먹는다. 이게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껍질의 거친 맛도 새롭다. 이 콩 싹이 점차 자라면서 여러 가지 맛을 선보인다. 이는 농사짓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렇게 기르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응용도 할 수 있다. 주전자에 콩을 안칠 때 불은 콩과 붇지 않은 콩을 반반씩 해 기르면 두고두고 먹기가 좋다. 먼저 싹이 난 콩과 나중에 싹이 나는 콩이 시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주전자에 콩나물 기르기 날마다 새로 채워지는 ‘생명’

3 밀 싹을 넣은 샐러드.
4 밀 싹, 옥수수 싹을 넣고 지은 밥. 밥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 같다.
5 싹이 손가락 마디만큼 자란 밀 싹. 날로 먹으면 아주 달다. 이를 말리면 엿기름이 된다.

녹두·팥·무 등 웬만한 곡식 다 가능

이렇게 하면 마술에 가까운 현상이 펼쳐진다. 하룻밤 사이 콩나물이 부쩍 자라기에, 뽑아 먹은 만큼 다시 주전자가 찬다. 날마다 먹어도 날마다 채워지는 ‘생명의 요술’. 그러다 어느 순간 콩나물이 주전자 뚜껑을 열고 올라오는 날도 있다. 콩나물을 뽑아 먹기 전에 이를 보는 것만으로 힘이 솟는다. 좀더 오래 두고 먹으려면 주전자째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주전자로 손수 기르는 게 번거로운 듯하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 먼저 맛이 다르다. 시중에서 대량 생산돼 판매되는 길쭉한 콩나물과 견줘보면 확연히 다르다. 힘이 있어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하다. 이렇게 직접 기를 때는 잔뿌리가 나더라도 맛이 좋다. 원래 곡식은 싹이 트면서 바로 잔뿌리가 나는 게 자연스럽다. 잔뿌리 없이 길게 자라는 것이 곡식 처지에서는 특별한 상황이다.

이렇게 주전자로 기를 수 있는 곡식은 많다. 주전자 구멍을 빠져나가지 않을 정도 크기의 씨앗이면 거의 다 가능하다. 녹두도 팥도 된다. 다만 싹이 돋아나는 시간은 계절이나 씨앗에 따라 다 다르다.

주전자 농사가 익숙해지면 유리병으로도 해볼 수 있다. 무 열무 옥수수 팥 등 웬만한 곡식은 다 된다. 이런 곡식은 싹이 나면서 햇빛을 받아도 좋으니 투명한 유리병이 좋다. 씨앗은 불어날 것을 감안해 병의 절반 정도 아래만 넣는다. 소독 처리가 안 되고 씨눈이 살아 있는 자연상태면 좋다. 또 유리병은 물을 거꾸로 따라 버려야 하기에 사진(2)에서 보듯 차 거르는 망이 병 입구에 걸치는 것으로 구한다.



주간동아 2009.03.24 678호 (p78~79)

  • 김광화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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